"믿고 독점권까지 줬는데"...비씨카드 혁신금융 서비스 '기술 탈취'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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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씨카드가 국내 스타트업 아이디어와 기술을 탈취해 금융위원회로부터 혁심금융 서비스로 지정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해당 기술은 'QR를 활용한 개인간 송금서비스'다.

의혹을 제기한 기업은 다른 카드사 협력까지 포기하며 비씨카드에 서비스 '독점적 통상 실시권' 계약까지 해줬는데, 계약은 이행하지 않고 자체 혁신금융 서비스로 지정받았다고 폭로했다.

비씨카드는 과거 전혀 다른 서비스로 협업했는데, 이번 건을 아이디어 탈취라고 주장하는 것은 오히려 '을의 갑질'이라며 반발했다.

스타트업 팍스모네(대표 홍성남)는 지난달 비씨카드가 혁신금융 서비스로 지정받은 QR를 활용한 개인간 송금서비스가 자사 아이디어와 기술을 탈취했다고 13일 밝혔다.

10년 전 시작된 이번 사안은 양사간 복잡한 계약관계로 얽혀 있다.

팍스모네는 2009년 4월 국내 최초로 카드 기반 개인간(P2P) 지불결제 시스템을 개발, 특허출원했다. 사업 확대를 위해 '신용카드 회원간 결제 서비스' 모델로 비씨카드에 사업 협력을 제안했고 양사는 비밀유지협약(NDA)까지 체결했다. 비씨카드는 팍스모네 서비스를 자사만 사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독점적 통상 실시권'을 요구했고 결국 2년간 독점권을 준다는 계약까지 맺었다. 사내 파일럿테스트도 실시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카드 기반 P2P결제 시스템은 카드깡 등 불법 소지가 있다는 결론을 내리고 사업을 인가하지 않았다. 금융당국 유권해석을 받지 못한 사업은 계속 미뤄졌다.

홍성남 팍스모네 대표는 “비씨카드가 사업을 활성화하기 위한 어떤 노력도 하지 않은데다 독점적 통상 실시권을 보유하고 있어 팍스모네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상황이 지속됐다”며 “비씨카드에 사업 상용화 계획을 주던가, 아니면 독점적 통상 실시권 계약을 풀어달라고 요청했지만 묵살당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팍스모네는 서울지방법원에 독점권 해소를 위한 소를 제기했고, 양사는 2014년 화해권고를 통해 재계약을 했다. 독점적 통상 실시권 대신 팍스모네가 특허에 대한 통상 실시권을 비씨카드에 제공한다는 내용이다.

그러다 올해 초 팍스모네는 결국 서비스가 불법이 아니라는 유권해석을 받았고 비씨카드와 사업할 수 있는 숨통이 트였다.

그런데 몇 달 뒤 비씨카드가 혁신금융 서비스를 독자 추진했고, 그 안에 들어가는 서비스 모델과 방법이 팍스모네가 제공한 기술을 90% 이상 모방했다는 것이다.

홍성남 대표는 “비씨카드는 금융당국의 유권해석 문제가 해결되면 서비스를 개시하겠다고 거듭 밝혔지만 결국 자사 모델과 차이가 없는 서비스를 비씨카드 단독으로 혁신금융 서비스로 지정받았다”며 “정부도 아무런 검증 없이 이를 인정하는 상황이 벌어졌다”고 지적했다.

실제 양사 사업 모델을 비교해보면 결제가 이뤄지는 프로세스가 상당부분 유사하다.

비씨카드의 QR코드 경조금 송금 서비스는 개인 신용카드 회원이 서비스 등록 후, 결제 가능한 정보가 들어간 고유 QR코드를 이용한다. QR코드를 청첩장에 인쇄하거나 장례식장에 비치하는 형태다. 송금자가 모바일 앱에서 QR코드를 스캔 후 결제금액 등을 입력하면 카드결제가 승인이 난다. 수취인의 등록된 은행 계좌로 신용카드사에서 현금을 입금해준다.

팍스모네는 결제가 이뤄지는 모든 방식은 자사가 비씨카드에 제공한 서비스와 대부분 일치하고, 이 중 URL 발급 방식을 QR코드로 바꾼 부분이 차이점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비씨카드는 “패스트 트랙에 신청한 개인간 경조금 송금 서비스는 가맹점 대금 지급 등 기존 카드 시스템을 그대로 이용해 송금하는 서비스로, 카드사라면 특례 취득시 모두 시행 할 수 있는 서비스”라며 “이미 타사에서도 지난 4월 혁신금융 서비스로 지정받아 규제 샌드박스에 포함된 내용”이라고 밝혔다. 이어 “해당 업체와 2010년께 계약을 맺고 연구했던 건은 기존 카드 시스템과 별개인 '개인간 결제대금 정산 방식'으로 이번 혁신금융 서비스와는 전혀 다른 내용이며 (팍스모네) 주장은 사실 무근”이라고 설명했다.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