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게임사, 물량공세로 지하철 광고판 점령…국내 中企는 한숨만

저렴하고효과좋은스크린도어광고 200여개 중 국내게임은 3종 불과

@전자신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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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광고판이 중국게임으로 도배됐다. 국내 중소게임사는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효과가 좋은 지하철 광고판 경쟁에서도 밀리며 게임을 알릴 접점을 잃고 있다. 게다가 국내 중소 게임사는 세금과 규제 등을 모두 준수하지만 중국 게임사는 일부를 제외하고는 이를 지키지 않는다. 결국 중국 B급 게임을 국내 퍼블리싱하는 수준으로 전락하는 경우까지 나왔다.

16일 주요 지하철역 200여개 스크린도어 광고(PSD) 중 게임광고를 조사한 결과 국내 게임은 3종에 불과했다. 무형검, 신령의 숲, 청량, 레전드 오브 블루문, 블랙엔젤 등 중국개발 게임이 점령했다. PSD뿐 아니라 기둥형, 와이드형, 디스플레이형, 포스터형, 래핑형 역시 중국게임이 자금력을 바탕으로 사실상 장악했다. 설경구, 박성웅, 노라조 등 유명 연예인까지 기용했다.

국내 중소 개발사는 매출차트에 이어 광고 시장에서도 중국 게임에 밀린 셈이다. PSD는 중소게임사의 거의 유일한 오프라인 광고채널이었다. 상대적으로 비용이 적고 효과가 좋다. 유동인구에 따라 다르지만 PSD광고를 사용하는 비용은 200만원에서 600만원 수준이다. 역당 20~24개 정도가 있어 부킹도 비교적 여유로웠다. 하지만 중국게임사가 마케팅 공세를 펼치는 바람에 따라갈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물량공세에 영세한 국내 중소게임사는 마지막 숨구멍까지 막힌 형국이다. 인건비 부담이 커졌고 투자 축소로 설 자리는 더 좁아졌다. 주 52시간과 포괄임금제가 폐지된 게임사로 이직 바람이 불고 있어 직접 개발과 서비스를 시도하기는 더욱 어려워졌다. 이런 가운데 마케팅 수단마저 경쟁에서 밀린 것이다.

중국 개발사와 속도 경쟁을 할 수 없고 게임을 만든다고 해도 제대로 알리기 힘들어 어쩔 수 없이 개발을 포기한다. 최근에는 개발을 포기하고 중국 B급 게임을 퍼블리싱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변경한 중소 게임사도 생겼다. 싸게 들여와서 작은 이익을 몇 번에 걸쳐 실현하는 방식이다.

일부 중국게임사는 세금을 내지 않고 관련 규제를 지키지 않고 있다. 일명 '먹튀'도 흔하게 나온다. 한정된 자원으로 각종 규제와 세금 납부, 행정 서류 준비 등을 해야 하는 영세 게임사가 이런 중국게임사와 경쟁에서 승리할 확률은 사실상 제로다.

8년째 중소 개발사를 운영하는 모 대표는 “게임을 알릴 방법과 예산이 점점 줄어들다 보니 대기업 퍼블리싱을 받지 않으면 살 수 없다”며 “그나마 지하철 광고가 가성비가 좋았는데 이젠 거대 광고대행사를 끼고 달려드는 중국산 게임과 경쟁할 도리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내수시장은 대기업이랑 중국게임이 다 차지해 살길은 글로벌 진출뿐”이라며 “하지만 중국은 그조차도 허락하지 않고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중국게임사는 오픈마켓을 통해 한국에서 자유롭게 사업을 하고 있지만 한국게임의 중국 진출은 17년 3월 이후 꽉 막혔다. 중국정부는 인정하지는 않았으나 문화체육관광부는 한한령으로 판호가 발급 중지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 2016년부터 2018년까지 국내 매출 100위안에 드는 중국게임은 20개에서 35개로 늘었고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8%에서 22%로 증가했다.

문체부는 한중 문화콘텐츠 교류 민간 사절단을 보내거나 문화콘텐츠산업포럼에 차관급이 참석해 판호 발급 재개를 요청했으나 확답을 듣지 못한 상황이다. 올해 진행될 한중 FTA 서비스·투자 부문 후속협상을 통해 판호 문제를 풀어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