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수발전소 年 1600억씩 적잔데”…속타는 에너지 공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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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원은 14일 오전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신규 양수발전소 부지선정 결과를 발표했다. (왼쪽부터) 권택규 양수건설 추진실장, 강태호 부지선정위원장, 오순록 한수원 그린에너지본부장.
<한수원은 14일 오전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신규 양수발전소 부지선정 결과를 발표했다. (왼쪽부터) 권택규 양수건설 추진실장, 강태호 부지선정위원장, 오순록 한수원 그린에너지본부장.>

정부 정책으로 한국수력원자력·한국전력공사 등 에너지 공기업 재정 악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수원은 매년 1600억씩 양수발전소 사업 적자를 내고 있다며 요금체계를 바꿔서라도 손실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누진제 개편으로 전기요금 부담이 커진 한전은 전력 도매가격 연동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버티기 어렵다'는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한수원은 신규 양수발전소 건설 후보부지로 △영동군(500㎿) △홍천군(600㎿) △포천시(750㎿) 등 3곳을 선정하고 용량에 따라 8000억~1조1000억원씩 총 3조원 건설비를 책정한다고 밝혔다.

건설비 재원은 100% 한수원이 부담이다. 양수발전소 신규 건설은 준비기간 56개월·공사기간 77개월이 소요되는 사업으로, 2029~2031년 준공이 목표다. 경북 봉화군은 주민수용성 부문에서 낮은 평가를 받아 후보지 선정에서 최종 탈락했다.

양수발전소는 남는 전력을 이용해 상부댐으로 물을 올려놓은 후 필요한 시기에 이 물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소다. 3분 내로 발전이 가능해 전력 피크 때 수요에 대응하고, 전력계통 안정화 등의 역할을 한다. 상시 필요한 전력 공급용이 아닌, 지진·정전 등 상황에 신속히 대처하는 비상용 전력공급원이다.

앞서 정부는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2기가와트(GW)급 양수발전소 3기 건설을 확정, 한수원이 사업을 추진했다. 문제는 '재정부담'이다. 한수원은 1980년 이후 청평·양양·예천 등 7개 지역에서 16기 양수발전소를 운영 중인데 매년 1기당 100억원씩 연간 1600억 적자가 지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한수원 관계자는 “회사 대표 전원(원전)으로 가격이 책정되다보니 양수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를 판매하면 원가대비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원가 보상(분)이 반영될 수 있도록 요금체계를 조정해달라고 정부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3조원을 들여 양수발전소 3기를 추가로 건설하는 마당에 사업 적자가 지속되는 악순환을 반복할 순 없다는 간절함이다.

아울러 한전은 정부 누진제 완화로 연간 3000억원 이상 재정부담이 예상, '전력 도매가격 연동제 도입' 카드를 꺼내들 조짐을 보이고 있다.

2009년 이명박 정부 시절 정부가 추진했던 '전력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하자는 것으로 전기요금 구성요소인 △발전비용 △송전비용 △배전비용 △판매비용 등 정보를 소비자에게 모두 공개해야 한다는 방침에 이은 후속조치다.

한전경영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에너지가격 변동을 고려해 전력 도매가격 연동제를 시행해야 한다”며 “전기원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전기 소매요금에는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한전 적자 보전을 위해 '전기요금 인상'은 없다고 선 그은 정부 입장과 대조된다.

또 △전원별 공급 안정성 불안정 △국제 유가상승 △저렴한 원전·석탄 비중 축소 △상대적으로 비싼 액화천연가스(LNG)·재생에너지 비중 확대 등 요인으로 한전 전력 도매가는 상승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달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연구원은 “소비자가 전력도매시장 영향을 직접 받을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야 한다”며 “도매가격 변동분을 전기요금에 반영해 합리적 전력소비를 유도할 경우 사업자(한전) 재무위험 완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일본·캐나다 등은 이미 연동제를 도입, 전력회사 경영리스크를 완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재필기자 jpcho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