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PICK] 데이비드 호크니 전, 이름 자체가 하나의 장르! 줄 서는 이유 있다!

8월 4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 2, 3층에서 전시

[전시PICK] 데이비드 호크니 전, 이름 자체가 하나의 장르! 줄 서는 이유 있다!

지난 3월 22일 개막한 ‘데이비드 호크니 전’이 ‘줄 서서 보는 전시’로 입소문을 타면서 연일 성황을 이루고 있다. 서울시립미술관과 영국 테이트미술관이 공동 기획한 이 전시는 현존하는 동시대 예술가 중 가장 영향력 있고 대중적으로 사랑받는 작가인 데이비드 호크니의 아시아 첫 대규모 개인전이라 주목받는다. 왜 이렇게 인기가 식지 않는 걸까?


|데이비드 호크니, 이름 자체로 하나의 장르

얼마 전까지 데이비드 호크니(1937년, 영국)는 현존 작가 중 최고 작품가를 기록한 화가로 회자돼왔다. 80세 생일에 맞춰 2017년부터 1년간 영국 테이트미술관, 프랑스 퐁피두센터, 미국 메트로폴리탄미술관을 순회한 회고전에서 백만 명의 관객이 관람했고, 2018년 ‘예술가의 자화상(두 사람이 있는 수영장)’이 약 1,019억(약 9,030만달러)에 경매에 낙찰되면서 경이로운 작가로 널리 알려졌다. 지난 5월 제프 쿤스의 ‘토끼’가 약 1,082억 5000만원(약 9107만 5000달러)에 낙찰됨으로써 6개월 만에 기록은 깨졌지만, 현존 작가의 작품가 중 대중성과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았다는 사실에는 변함없다.

그의 작품이 초고가라도 해도 아주 심오해서 이해하기 어렵지는 않다. 호크니는 누구나 일상 속에서 흔히 볼 수 있고, 관찰할 수 있는 것들은 캔버스에 옮겼다. 특별한 지식이나 배경이 없어도 작품을 어렵지 않게 감상하고 이해하고 느낄 수 있다. 이렇게 대중적이면서도 폭넓은 층의 지지를 얻으면서도 미적 가치와 철학을 느끼게 하는 작품들은 데이비드 호크니를 현대미술의 거장 반열에 올려놓았다.

호크니는 60여 년의 작업 여정 동안 우리가 세계를 바라보는 방식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며, 동성애, 인물, 풍경 등을 주제로 여러 매체를 이용해 다양한 표현해왔다. 다채롭게 변모해온 예술적 여정을 통해 호크니는 ‘존재 자체가 하나의 장르인 이 시대의 예술가’란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전시PICK] 데이비드 호크니 전, 이름 자체가 하나의 장르! 줄 서는 이유 있다!

|7개의 전시 구성 속에 내포된 철학

이번 전시는 영국 테이트미술관을 비롯한 총 8개의 해외 기관으로부터 대여한 회화, 드로잉, 판화 133점을 일곱 개의 소주제로 섹션을 나눠 구성됐다. 초기(‘추상표현주의에 대한 반기’, ‘로스앤젤레스’, ‘자연주의를 향하여’), 중기(‘푸른 기타’, ‘움직이는 초점’, ‘추상’), 현재(‘호크니가 본 세상’)로 나뉜 큰 카테고리 안에, 7개의 소주제는 시대별로 호크니의 생애와 작품 세계 및 철학을 생생히 느낄 수 있다.

초기의 데이비드 호크니는 추상표현주의가 유행하고 있음에도 시류에 흔들리지 않고 자기만의 세계를 구축했다. 피카소의 영향을 받으며, 다양한 양식과 여러 그림 제작 방식을 의도적으로 보여주기 시작했다.

대표 작품인 ‘더 큰 첨벙’(1967)은 ‘로스앤젤레스’ 섹션에서 만날 수 있다. 이 작품에서 호크니는 단순화된 형태와 평면성을 강조하고 있다. 호크니가 공들여 그린 물살은 우연성에 대한 탐구로 볼 수 있다.

‘자연주의를 향하여’ 주제관에서는 1960년 후반과 1970년대의 호크니가 자신과 주변 사람에 관심을 가졌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특히 이 시기에 그려진 2인 초상화 시리즈는 영국 테이트미술관에서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작품들이다. 오랜 관찰과 다수 습작 드로잉 끝에 탄생한 ‘클라크 부부와 퍼시’(1970~1)의 등장인물들은 거의 실물 크기로 제작돼 마치 실제 공간에 대상이 존재하는 것 같은 느낌을 불러일으킨다.

[전시PICK] 데이비드 호크니 전, 이름 자체가 하나의 장르! 줄 서는 이유 있다!

중기인 ‘푸른 기타’섹션에서는 피카소의 사망 후, 그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은 작품들을 선보인다. 중기 대표작인 ‘푸른 기타’(1976~7) 시리즈에서는 피카소에 대한 호크니의 경외심과 탐구 정신을 엿볼 수 있다. 1980년대 호크니는 작품 스타일과 매체 면에서 근본적인 변화를 꾀하며 다작을 이어간다. 사진, 연극 무대 디자인, 중국의 회권(두루마리 회화)에 대한 연구에 집중하고 석판화에도 관심을 보인다. 이런 과정은 ‘움직이는 초점’ 섹션에서 다뤄지고 있다. '추상' 섹션의 작품인 ‘다른쪽’(1990~3)에서 볼 수 있듯, 이 시기의 호크니는 추상적 패턴과 형태가 조합된 이미지로 회귀했다.

‘호크니가 본 세상’에서는 21세기 전환기에 제작된 그랜드 캐니언 풍경화와 고향 요크셔로 돌아가 탄생시킨 거대 규모의 요크셔 풍경화 작품을 소개한다. 최근작인 ‘2017년 12월, 스튜디오에서’(2017)는 3,000장의 사진을 디지털 기술을 통해 이어 붙인 하나의 사진 드로잉 작품이다. 이 작품은 지금까지 호크니의 작업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며, 최근 호크니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시간과 공간의 확장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 7개 섹션 외에 따로 마련된 호크니 라운지에서는 다양한 자료를 관람할 수 있다. 이 공간에서는 다양한 영역에서 새로운 도전을 마다하지 않았던 호크니의 포토콜라주가 소개된 1985년 ‘파리 보그(Paris Vogue)’, 그의 대표작을 총망라하는 ‘데이비드 호크니: 더 큰 책’을 포함한 출판물, 호크니가 영국 테이트미술관에 쓴 편지, 그리고 호크니와 관련한 영화 세 편 ‘중국 황제와 함께한 대운하에서의 하루, 또는 표면은 환영이지만 깊이 또한 마찬가지이다’(1988), ‘데이비드 호크니: 점점 더 커지는 그림’(2010), ‘데이비드 호크니 : 되찾은 시간’(2017) 등이 준비됐다.

[전시PICK] 데이비드 호크니 전, 이름 자체가 하나의 장르! 줄 서는 이유 있다!

80세가 넘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전통성과 현대성을 아우르는 도전을 지속하는 현대 미술의 거장 데이비드 호크니. 이번 전시는 현대를 대표하는 노장 화가의 삶과 작품 세계를 경험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가치가 있어 보인다.  좀처럼 열기가 식을 줄 모르고 긴 줄도 기꺼이 서게 만드는 데이비드 호크니 전은 오는 8월 4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 2, 3층에서 전시된다.
전자신문 컬처B팀 오별아 기자(bloombo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