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초한 네이버, 서울 한복판 터 잡은 아마존' IDC 명암

네이버가 경기도 용인시에 설립을 추진해 온 제2데이터센터(IDC) 프로젝트가 좌초하면서 국내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 육성 및 데이터 주권 보호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네이버가 제2 데이터센터를 짓지 못하는 사이 아마존 등 글로벌 기업은 국내 인프라를 속속 확장하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 주말 용인시에 공문을 보내 '용인 첨단산업단지 추진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네이버는 데이터센터 후보지를 옮길 것으로 관측되지만 아직 장소를 확정하지 못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아직 후보지 변경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업계는 이미 기존에 운영하고 있는 데이터센터 수용 능력이 충분치 않은 만큼 다른 후보지를 물색할 공산이 클 것으로 관측했다.

데이터센터 부지는 연평균 기온, 강우량, 지반, 접근성을 고려해 정하기 때문에 조건이 까다롭다. 이번 사례를 고려하면 네이버의 차기 데이터센터 후보지는 주민 시설과 떨어진 지역일 가능성이 짙다.

네이버는 2013년 6월 강원도 춘천에 자체 데이터센터 '각'을 설립한 후 2017년부터 외부 사업자 대상의 클라우드 비즈니스를 전개했다. 사업 확장으로 자체 인프라 외에 데이터센터를 임대해야 할 정도로 처리 용량이 늘어났다.

박원기 네이버비즈니스플랫폼 대표는 “매년 자산을 15% 늘려서 현재보다 최소 6배 이상 처리할 수 있는 데이터센터를 마련해야 안정된 서비스가 가능해진다”며 제2 데이터센터 건립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네이버는 2019년 현재 각을 포함해 국내에서 몇 곳의 임대 데이터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제2 데이터센터가 완공되면 임대 물량을 옮기고 사업을 더 확장할 계획이다.

국내 클라우드 시장을 향한 글로벌 기업들의 공세는 날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한국에서 데이터센터를 두 곳 운영하고 있는 아마존웹서비스(AWS)는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세 번째 리전 공간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는 5월 '상암택지개발지구 지구단위계획 변경결정(안)'을 가결해 고시했다. 이 안에 따르면 상암택지지구 내 첨단업무 용지에 세계 최대 디지털 리츠사 가운데 하나인 디지털리얼티트러스트가 짓는 클라우드데이터센터가 들어선다.

황재훈 연세대 교수는 “클라우드 산업에서 국내 기업의 경쟁력 확보는 지역을 넘어 국가 차원에서 바라봐야 할 문제”라면서 “올해부터 다수 글로벌 기업이 국내에 아무 문제없이 데이터센터를 확보하는 상황에서 특정 국내 기업만 마찰을 빚는 것은 새로운 역차별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네이버 제2데이터센터 건립 백지화는 후보지 인근 주민 반발과 이를 고려한 지방자치단체의 행정이 주요 배경이다. 경기도는 이달 진행되고 있는 올해 2차 산업단지 물량 심의에 네이버 안건을 포함시키지 않았다. 주변 주민들의 반대 민원이 결정적 이유다.

설립이 좌초된 첫 후보지 주변인 용인시 공세동 대주피오레아파트 일부 주민들은 올 상반기에 네이버 데이터센터 건립반대 주민대책위원회를 꾸렸다. 찬성이나 중립 의견이 있는 주민도 있지만 대책위의 목소리가 더 컸다.

반대 주민 입장은 △데이터센터 자체 전자파 발생 △특고압(154㎸) 전기선 초등학교 통학로 매립, 비상발전소로 인한 열기·전자파 발생 △디젤발전기, 냉각수 처리에 따른 오염물질 배출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네이버는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하는 전자파는 일반 가정집보다 낮은 1밀리가우스(mG. 국제권고 기준 2000mG, 국내 833mG)에 불과하고 △폐열 온도는 섭씨 35도 안팎으로 사람 체온 수준이지만 여름에는 내부에서 처리하며 △오염 폐수를 발생하지 않는 건물이라고 설명했다. 매연은 저감 장치를 설치하고, 고압선은 송전탑을 설치하지 않고 매설해 영향이 거의 없다는 입장이다.

네이버가 용인시에 추진하던 제2데이터센터 프로젝트를 백지화했다. 사진은 용인시 공세동 데이터센타 부지.
네이버가 용인시에 추진하던 제2데이터센터 프로젝트를 백지화했다. 사진은 용인시 공세동 데이터센타 부지.

김시소 게임/인터넷 전문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