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 핀란드 국빈방문, 우리에게 절실한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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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흥노 GIST 교수.
<이흥노 GIST 교수.>

핀란드의 1인당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대한민국과 비슷하다. 인구는 500만명 정도니까 영남권 경제 규모다. 인력 우수성은 매우 높다. 한국은 수학 분야에서 앞선다. 사이언스와 독해력 분야에서는 핀란드가 세계 톱으로 한국을 앞선다. 핀란드 국민의 정부에 대한 신뢰도는 매우 높다.

핀란드는 사회복지 강국이다. 개인소득에 대한 세금 측면에서 핀란드 세금은 한국의 약 2.5배다. 정부를 신뢰, 세금이 결국 자신들의 삶 개선에 쓰일 것으로 기대한다. 학비, 의료비가 거의 무료로 제공된다. 저소득층에겐 돈을 주는 등 빈부 격차를 줄이고 있다. 행복지수가 세계에서 제일 높다. 세금을 많이 내지만 이를 삶의 질 제고를 위한 투자로 생각한다.

반면에 핀란드의 경제 성장 수준은 낮은 편이다. 2019년 기준 성장률은 1.5%이다. 이는 1.78%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이지만 2.4%인 대한민국보다도 낮다. 노키아가 망하면서 높은 고용 상태를 유지하고 일자리를 많이 제공하는 글로벌 기업의 숫자도 한국보다 적다. 노키아가 사라진 빈자리에 게임 산업이 크고 있는 정도다. 자동차, 휴대폰, 5세대(G) 이동통신, 사물인터넷(IoT) 센서 등 산업 분야가 다양한 우리 경제의 강점이 훨씬 크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기업방문단과 함께 핀란드를 국빈 방문했다. 오타니에미 산·학·연 단지 등을 방문해 어떻게 핀란드가 스타트업의 요람으로 다시 태어났는지 등을 살펴봤다. 문 대통령은 오타니에미 단지에서 알토대 총장에게 “혁신은 기득권과 충돌하는데 어떻게 기득권을 이겨냈느냐”고 물었다. 일카 니에멜레 알토대 총장은 “불확실성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서도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것은 혁신뿐이라는 생각으로 도전했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기득권층의 반발에 대한 해결책을 묻자 총장은 확실하지 않아도 길은 그것뿐이니 그냥 해야 한다고 답한 것이다. 이게 무슨 얘기인가? 이것은 바로 핀란드가 겪고 있는 사회 변화에 대한 이해도 차이에 있다. 혁신만이 나아갈 길이라고 이미 대다수가 공감하고 있는 사회가 핀란드다. 혁신만이 답이기 때문에 혁신을 촉진하기 위해 노·사·정·관·민 모두가 협력한다는 것이다.

협력은 여러 이해당사자가 참여한다. 규제 대상자와 규제 당국자가 건강한 시장을 만들기 위한 규제를 만들기 위해 논의한다. 노사는 협력하지 않으면 기업이 망한다는 것을 안다. 결국 핀란드의 강점은 오랜 갈등의 경험을 통해 터득한 상호 신뢰다.

세상은 계속해서 변화한다. 변화의 원인은 인류가 새로운 것을 사용할 줄 알게 되기 때문이다. 인류는 계속 학습하고, 진화한다. 무언가를 알게 될 때마다 문제가 해결되고, 경제가 성장한다. 경제 활동에 참여하게 하기 위해서는 공부를 계속해야 한다. 우주의 작동 원리와 인간의 상호작용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야 된다. 알게 되면 경제 활동에 참여할 수 있다. 경제 활동에 참여하는 주체의 수가 많아야 하고, 상호 협력해야 한다. 기업가는 우수한 인재와 투자 자금을 모아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만든다. 성공한 기업가는 결국 사람이 사는데 필요한 비용은 줄이고 생산성을 크게 만든다. 결국 경제 활동을 하는 우수한 국민이 많은 나라는 지속 발전하게 된다.

핀란드에서 배워 와야 할 것은 결국 변화에 대한 이해다. 노키아가 사라진 자리에 생겨난 게임스타트업의 비즈니스 모델이 아니다. 오타니에미 단지가 아니다. 정부가 세금으로 직접 고용을 만드는 방법이 아니다. 기득권 반대를 뛰어넘을 놀라운 아이디어라고 하는 것은 애초부터 세상에 없었다.

혁신은 불활실성을 넘어설 때 나온다. 정부는 무언가 해보겠다는 국민을 믿고 지원해야 한다. 국민이 경제 활동에 참여하고, 세상을 상대로 시험하고 학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 스타트업의 장벽이 되는 규제와 장애물을 걷어 내고, 혁신을 할 수 있도록 믿고 지원해야 하는 것뿐이다. 우리에게 절실한 것은 상호 신뢰다.

이흥노 광주과학기술원(GIST) 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 교수 heungno@g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