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감독·검사 업무에 IT 대거 투입…레그테크·섭테크 체계 구축

금감원, 감독·검사 업무에 IT 대거 투입…레그테크·섭테크 체계 구축

금융감독원이 인공지능(AI)·빅데이터 등 IT를 활용한 감독·검사시스템 구축에 나선다. 외국환거래 시 금융소비자(개인·기업)와 은행직원 등이 외국환거래법규를 위반해 제재를 받는 사례를 예방하기 위해 레그테크(RegTech)를 활용한 대응 시스템을, AI가 사모펀드 약관 심사를 하는 섭테크(Suptech) 체계를 각각 구축해 감독·검사 효율성을 높인다.

금감원은 18일 이 같은 내용의 레그테크·섭테크 혁신 전략을 공개했다. 앞서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핀테크-레그테크-섭테크로 이어지는 혁신 생태계를 조성하겠다고 밝힌 데 따른 조치다.

레그테크는 규제와 기술의 합성어로, IT를 활용해 규제업무를 자동화하는 기술을 말한다. 섭테크는 금융감독과 기술의 합성어로, 최신기술을 활용해 금융감독 업무를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기법이다.

금감원은 12곳 국내은행과 이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자동화된 규제준수 기술 레그테크를 활용한 '위규 외국환거래 방지시스템'을 단계적 구축하기로 했다. 이번에 참여하지 않은 4곳 국내은행은 은행별 상황에 적합한 위규 외국환거래 방지시스템을 자율 구축·운영하기로 했다.

레그테크 도입 배경은 외국환거래가 유형이 다양하고 관련 법규가 복잡해 금융소비자 법규 위반 사례가 지속 증가한 데 따른 것이다. 실제 외국환거래법규 위반 관련 행정제재 등 부과 건수는 2016년 567건에서 지난해 1279건으로 두 배 넘게 증가했다. 감독당국 역시 부과 건수가 급증하면서 관련 업무에 다수 직원이 투입되는 등 업무 효율성이 상당히 저하된 상황이다.

위규 외국환거래 방지시스템은 총 3단계 개선 방안이 주요 골자다. 우선 기존 은행 영업점 직원 개인역량에 의존해 심사 관행을 개선한다. 고객 외국환거래 상담 단계부터 'Decision Tree' 시스템 등을 적용해 자동 신고대상 여부를 확인하는 신고대상 확인 시스템이 구축된다. 반복 위반에 따른 가중처벌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위규 이력을 조회하는 시스템도 마련된다.

고객 보고기일 관리시스템도 구축해 고객에 대한 보고의무 안내 기능도 강화된다. 그동안 외환거래 때 보고업무는 영업점에만 일임하고 안내방식도 우편 등으로 한정됐다. 이외에도 사후보고 기일 경과 즉시 인지하고 신속한 사후 보완조치가 가능한 체계를 구축해 고객이 받는 불이익을 최소화하도록 했다.

금감원은 AI 기술을 활용한 사모펀드 약관 심사지원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사업자 선정 작업에도 착수한다. 해당 시스템은 AI 기술 중 하나인 기계독해(MRC)를 이용, AI엔진이 스스로 문서를 분석하고 최적의 답안을 제시해 심사업무를 지원하는 형태다.

시스템을 통해 금감원은 금융회사가 제출한 전문투자형 사모펀드 보고서를 재분석해 질의응답(QA) 기반 학습데이터를 구축하고, 지도학습을 통해 AI엔진이 심사항목별로 해당 조문을 검색하고 적정 여부를 판별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박윤호기자 yu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