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에 발목잡힌 중소기업...정책금융 100일 넘게 '표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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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정책금융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표류하는 기간이 100일을 넘어설 전망이다.

18일 현재 중소기업의 정책자금 지원 요청은 급증하고 있는데, 이를 뒷받침할 추가경정예산(추경)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해 지원신청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추경으로 1조3000억원을 제출했고 이중 정책자금은 5080억원에 해당한다.

중소기업 정책금융 집행기관인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은 신속한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통상적으로 기업들의 추경 수요를 미리 파악해 정부에 제출한다.

올해는 수요 파악 시점인 3월 14일부터 6월 18일까지 이미 97일이 경과했다. 이대로라면 100일을 훌쩍 넘길 전망이다.

중진공은 2017년과 2018년 추경 수요파악 시점에서 국회 본회의 통과까지 총 69일이 소요된 바 있다. 올해는 정부안 제출도 작년보다 20일가량 늦어졌는데, 국회에선 본회의는 커녕 논의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임시국회 소집 요구서를 제출하면서 20일 임시국회가 열릴 예정이지만 여전히 자유한국당 반발이 커서 추경 통과 여부는 불투명하다. 일각에선 이미 추경과 탄력근로, 데이터3법 등 경제법안은 뒤로 밀린 채 '개점휴업' 상태가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정책금융 집행이 늦어지자 사정이 다급해진 것은 중소기업이다. 특히 현재 재무제표가 탄탄함에도 불구하고 과거 이력이나 규모가 영세한 기업일수록 어려움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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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있는 휠체어 제조회사인 H사는 연 10억원 상당 매출을 올리는 사회적기업이다. 일반 접이식형, 활동형, 개인별 맞춤형 등 다양한 수동 휠체어를 제조하면서 대만, 중국, 캐나다 등에도 수출한다.

회사는 그동안 경기도 안성에 있는 공장을 임차해 휠체어를 생산해왔으나 원가 구조 안정을 위해 공장 매입을 계획했다. 이에 따라 지난 3월 중진공에 정책자금 지원을 요청했으나 예산이 모두 소진됐다는 답변을 받아야 했다.

H사 관계자는 “현재 재무제표는 안정적이나 과거 회사가 기업회생절차를 밟은 경력 때문에 은행권 등에 문의를 해본 결과 매입자금으로 목표했던 금액을 모두 대출받기 힘들고 시중은행 이자도 최대 5%대에 달해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회사가 공장 매입과 시설자금 용도로 계획한 10억원을 시중은행에서 대출받을 경우 2%대인 정책자금과 두 배 이상의 금리 차이가 난다.

중진공은 올해 1분기에만 2조9000억원 정책자금 신청을 받아 1조9000억원 지원을 결정했다. 미중 무역분쟁,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으로 중소기업 정책자금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2분기 들어 이러한 정책자금 수요는 더욱 커졌다.

중진공에 따르면 중소기업으로부터 지난달 말 기준 5조3700억원이 넘는 정책자금 수요가 몰려들어 신청률이 연 예산인 3조6700억원을 146% 초과했다. 작년 말 정책자금 집행과 비교했을 때도 신청률은 40.7%포인트(P)나 증가했다.

중진공 측은 “높은 신청률에도 불구하고 지역본부에선 자금 소진을 이유로 신청을 조기 마감한 지역들도 있다”며 “단순 운영자금이 아니라 업력이 7년 이상이고 기술력을 갖춘 기업들의 투자 요청에도 불구하고 자금 부족으로 집행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동차용 부품전문업체인 D사도 설비투자를 위해 중진공 신성장 자금을 신청했으나 자금 조기 소진으로 애로를 겪고 있다.

이 회사는 작년 4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해외 거래선을 다변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해외 시장에 대응하기 위한 설비 투자 일부는 시중 은행 자금으로 진행했으나 추가 투자가 절실하다. 시중은행으로부터 3% 후반대 융자를 받았으나 20억원 상당의 융자가 필요해 이자부담만 해도 만만치 않다.

D사 관계자는 “5월 초부터 정책자금 지원을 요청했으나 예산 부족을 이유로 기다려야한다는 답변을 받았고 일단 급한 장비는 샀지만 다음 분기에는 반드시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호소했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