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윤정의 XYZ 코칭]<12> 있어빌리티보다 이너빌리티

[지윤정의 XYZ 코칭]&lt;12&gt; 있어빌리티보다 이너빌리티

'있어빌리티'란 '있어보인다'와 'Ability(능력)'를 합친 것으로, 국어사전에도 등록된 신조어다. 실상보다 있어 보이게끔 잘 포장하는 능력을 말한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멋진 사진, 희귀한 콘텐츠가 각광을 받으면서 있어빌리티가 중요해졌다. 적은 돈으로 희귀한 식재료를 사서 처음 보는 요리를 만들었다거나 스카프 한 장으로 고품격 패션을 연출했을 때 있어빌리티가 높다고 평가한다.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있어빌리티가 나쁜 건 아니다. 다만 주객이 전도돼 실재보다 포장에 더 신경 쓰면 안 된다. 보기엔 좋은데 맛이 없다거나 활동하기에 불편한 옷은 있어빌리티가 아니라 허장성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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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어빌리티 이면은 있어 보이는 것을 좋아하는 만큼 없어 보이는 것을 두려워한다는 점이다. 있어 보이기 위해 빠르게 결과를 원하고, 차라리 없어 보일 바에는 시작을 안 하는 경향이 있다. 요즘 젊은 세대에겐 좌충우돌하며 탐험하는 자아실현보다 있어 보이는 안정된 직업 찾기에 급급해 보인다. 초등학생의 꿈조차 '취업'이라고 할 정도이다. 현실성과 직접성이 너무 강하다. 남들에게 있어 보이는 안전하고 안정된 전문직의 경쟁률이 날로 치열해지는 현실이다. 관심사를 다양하게 두고, 폭넓고 천천히 배워야 하는데 빨리 있어 보이려고 지름길을 찾는다. 타인의 시선을 기준으로 해서 누군가에게 있어 보이려는 삶은 조급하고 불안하다.

과정을 모른 채 결과만 보여 주는 SNS는 우리에게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있어 보이는 성공 결과만 찬란하지 과정상의 노력과 고통은 생략된다. 있어빌리티만 추구하면 현실을 직면하지 않고 한계를 외면한 채 막연한 꿈만 좇게 된다. 그래서 복권을 사는 젊은이가 늘고 있는가? 장을 담그며 기다리는 인내심 대신 복권을 사며 대박을 꿈꾼다. 3분 카레 같은 즉석식품이 판치며 5세대(5G) 통신 속도로 즉석에서 검색하려 든다. 삶을 산책하지 않고 돌진한다. 지름길로의 직진만 꿈꾸면 먼 길로 돌아 나아갈 때 겪는 경험을 등한시한다. 결과에 연연하는 마음은 과정에다 열정을 발휘하는 데 방해가 된다. 큰 뜻을 품어야겠지만 현실에 맞지 않은 기대로 무리하지 말아야 한다, 할 수 있는 일의 한계를 확장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지만 현재 주어진 상황에서 자신이 하는 일에 한계가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근육위축증(루게릭병)을 앓고 있던 과학자 스티븐 호킹은 “발을 내려다보지 말고 별을 올려다보라”고 했다. 몸을 움직일 수가 없어서 눈만 껌뻑거리는 것으로 소통해야 한 호킹은 움직이지 않는 발을 내려다보면서 한탄하는 것 대신에 별을 올려다보며 빅뱅이론을 발견해 냈다. 발보다 별이라는 것이다. 발보다 별이지만 발은 땅에 있어야 한다. 발이 붕 떠서 이상만 추구하면 안 된다. 현실에 기반을 두고 이상을 실현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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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대한민국 2030세대를 일컬어 최초로 부모보다 가난하게 사는 세대라 한다. 실로 씁쓸하고 안타깝다. 그러나 이것이 현실이다. 한국 경제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가 수축사회다. 성장은 멈췄고, 기회는 줄어들고 있다. 이제 팽창과 성장보다 원칙과 성숙이 필요하다.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 버틸 줄 알아야 한다.

하늘에서 내리는 눈도 처음에는 녹아 없어진다. 시간이 지나야 쌓인다. 벼락치기로 내리는 소나기는 금새 말라버리지만 추적추적 가랑비가 오래 내리면 천천히 땅속 깊이 스며든다. 시간이 걸려야 비로소 쌓이는 것들이 있다.

볼프강 모차르트도 젊은 시절엔 일반인처럼 생계를 꾸려 나가기 위해 쥐꼬리만 한 월급을 받는 등 고군분투했다. 성취감 없이 견디기 어려운 현실을 살아가며 예술혼을 키웠다. 아리스토텔레스도 50세가 되어서야 저작과 철학에 온전히 전념했다. 젊을 때는 좌충우돌하는 등 결과 없는 삶을 살아갔다. 독일 출신 미국 심리학자 에릭 에릭슨은 40~64세 때가 창의성이 빛을 발하는 시기라고 했다. 창의성은 10~20대에 결과를 내주지 않는다. 창의 생각으로 20~30대를 보내면서 창의력을 길러야 그 창의력을 발휘한 결과물이 40~50대에 나타나는 것이다. 살아온 세월만큼 쌓인 경험에 가치 있는 열망이 불붙어야 비로소 창의성이 발현된다. 있어빌리티 안에는 시간과 노고가 숨겨져 있다. 성숙이 성공을 이끈다.

과녁을 맞추고 싶다면 무엇에 집중해야 할까? 과녁 자체에 집중하기보다 활 잡는 법, 활 쏘는 법, 시위를 메기는 법을 신경써야 한다. 축구경기를 이기고 싶다면 점수를 신경쓰면 안 된다. 공에 집중해야 한다. 결과만 집착하면 틀림없이 노력하고도 실패한다. 혁오가 부르는 '톰보이' 가사를 보면 “젊은 우리, 나이테는 잘 보이지 않고 찬란한 빛에 눈이 멀어 꺼져 가는데 슬픈 어른은 늘 뒷걸음만 치고 미운 스물을 넘긴 넌 지루해 보여”라는 가사가 나온다. 살아온 시간만큼 나이테가 있는 법인데 나이테도 없이 찬란한 빛을 좇으면 안 된다.
일시의 감정 때문에 샛길로 빠지지 말고 천천히 차분하게 현재 가는 길에 집중해야 한다. 당장 있어 보이는 것을 추구하지 말고 애초에 계획한 대로 끝까지 가야 한다. 지금 젊은 세대에게는 있어빌리티보다 이너빌리티가 필요한 때다. 남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버티는 힘, 결과가 없어도 끝까지 해내는 힘! 바로 내면(Inner)의 능력(Ability)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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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윤정 윌토피아 대표이사 toptmr@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