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핀테크 모험투자 나선 VC, 연이어 회수 '대박'

인공지능(AI), 핀테크 등 투자 성공 사례가 적었던 분야에서 벤처캐피털(VC)의 투자회수(exit)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초기 기업에 대한 꾸준한 후속투자와 생태계 조성이 쉽사리 이뤄지지 않던 인수합병(M&A)을 통해 이룬 성과다. 바이오가 아닌 여타 업종까지 VC의 모험투자 성과가 속속 나타나는 추세다.

플리토 로고<사진 플리토>
플리토 로고<사진 플리토>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자금융결제 서비스 핀테크 기업 세틀뱅크와 AI 스타트업 플리토는 이달 들어 기업공개(IPO)를 위한 공모절차에 들어갔다. 세틀뱅크는 4일, 플리토는 5일 각각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다음달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다.

세틀뱅크는 이번 상장 과정에서 총 144만7000주를 공모한다. 공모주식 가운데 64.1%는 신주, 나머지 35.9%에 해당하는 52만주는 구주매출 분량이다. 구주매출 전량은 프리미어파트너스가 펀드를 통해 보유한 지분이다.

프리미어파트너스는 '프리미어 성장전략 M&A 사모투자조합' '프리미어 그로쓰 M&A 투자조합' 2개 펀드를 통해 보유한 208만주 가운데 25%가량을 구주매출로 회수하게 됐다. 공모희망가액 중 최저가액 4만4000원을 기준으로 해도 200억원에 이르는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

정성인 프리미어파트너스 대표는 “당초 세틀뱅크에 투자를 추진할 당시까지만 해도 기업가치를 높여 되파는 바이아웃을 생각했지만 믿을만한 경영진을 찾기 어려웠고 민앤지와 같은 전략 투자자(SI)와 함께라면 더욱 기업 가치를 높일 수 있다고 판단해 인수합병을 추진했다”면서 “성장 한계에 닥친 기업이 외부 투자를 받아 M&A부터 IPO까지 이어질 수 있는 성공 사례를 만들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프리미어파트너스가 운용하는 펀드는 당초 그간 쉽사리 활성화되지 못하던 국내 M&A 생태계를 살리기 위해 한국성장금융이 출자했다. 성장금융 관계자는 “세틀뱅크의 상장은 당초 펀드 기획 당시 이루고자 했던 정책 목표를 충분히 살린 사례”라고 평가했다.

AI 스타트업 플리토는 창업 초기부터 계속해 이어진 후속 투자가 빛을 발한 사례다. 플리토는 이번 상장에서 총 147만3486주를 공모한다. 100만주는 신주발행, 나머지 47만여주는 구주매출이다. 구주매출에 따른 회수 성과는 약 9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DSC인베스트먼트,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스톤브릿지벤처스, 케이투인베스트먼트파트너스, SBI인베스트먼트, 프리미어파트너스 6개 VC의 지분이 풀린다. 총 구주매출 물량 가운데 30%가량은 DSC인베스트먼트가 보유한 지분이다. DSC인베스트먼트는 총 5개 펀드를 통해 IPO에 이르기까지 플리토의 성장 자금을 지속 투입했다.

업계에서는 플리토와 세틀뱅크의 IPO 사례가 모험투자를 통한 벤처생태계 활성화의 모범 사례라고 보고 있다. 실제 플리토와 세틀뱅크는 AI와 간편결제 등으로 국내에서 유사 사업 모델을 찾기 어려운 신규 서비스다.

특히 플리토는 IPO 시장에 처음으로 등장한 사업모델 기반 특례상장 기업이다. 사업모델 기반 특례는 기술력 평가가 어려운 기업의 상장 활성화를 위해 사업성 항목을 평가하는 상장 요건이다. 공모를 위한 비교기업도 국내 상장사가 아닌 애팬(Appen), SDL 등 해외 기업을 기준으로 삼고 있다.

거래소 관계자는 “그간 기술특례 상장으로 진입한 바이오 기업은 VC나 최대주주가 구주매출이나 보호예수 기간이 풀려 매각에 나서는 경우 주가가 공모가를 밑도는 등 약세를 면치 못했다”면서 “상장 이후에도 대량의 주식 매각 없이 기업 성장을 지원하는 사례가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