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게임을 버려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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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게임을 버려야 산다

'게임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게임과 경계선에 서 있는 사업 아이템이 많다. 하나같이 게임과 거리 두기에 바쁘다. 다른 종목으로 영업 허가를 받으려 애쓴다. 게임을 벗어나야 성공에 가까워지기 때문이다.

스크린골프가 선례를 제시했다. 2005년 국내에 스크린골프가 막 보급될 무렵 산업 분류를 두고 논란이 일었다. 게임장인지 스포츠 시설인지 헷갈렸기 때문이다. 치열한 논쟁 끝에 스포츠 시설로 판가름 났다. 그때 만약 게임장으로 결정됐다면 지금처럼 대중화되지 못했을 것이다. 영업장 운영 규정이 까다로울 뿐만 아니라 콘텐츠 규제를 넘어서야 한다. 전체 이용가 게임물로 등급 분류도 받아야 한다. 비슷한 사례는 부지기수다. 과거부터 줄곧 그래 왔다.

30~40대 성인 상당수는 학창 시설 학교 주변 문방구 앞에서 친구들과 쪼그려 앉아 게임을 즐긴 경험이 있다. '스노우브라더스' '던전앤파이터' 게임이 폭발적 인기를 누렸다. 규제를 피하려 쓴 상술이 추억을 선사했다. 당시 게임을 하고 나면 땅콩사탕을 줬다. 게임기를 사탕 자판기로 둔갑시키기 위해서였다. 자판기가 되면서 설치 장소, 영업 시간 제재를 비껴 갔다. 현재도 마찬가지다. 농구·사격·댄스·펀치·두더지 게임이 학교를 둘러싸고 있다. 게임장과 크게 다르지 않게 공간을 구성했지만 스포츠 시설 간판을 달고 활황을 구가하고 있다. 게임장은 초·중·고등학교 반경 50m 이내 설치가 전면 금지된다. 200m 안으로 들어가려면 별도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최근에는 랜덤 자판기가 한국 입성을 시작했다. 중국, 일본에서는 이미 대박을 터뜨렸다. 뽑을 수 있는 상품 종류와 가격에 제한이 없다는 것이 매력으로 작용했다. 수백만원대 명품을 넣어 두기도 한다. 게임물로 규정된 인형뽑기만 억울하게 됐다. 규제에 갇혀 옴짝달싹도 할 수 없는 처지다. 흔한 휴대폰 충전기, 미니 선풍기조차 넣을 수 없다. 소매가 5000원 이하의 문구·완구·스포츠류만 경품으로 허용된다.

게임 생태계의 한 축이 무너졌지만 정부는 뒷짐만 지고 있다. 산업 진흥보단 규제에 몰입한다. “게임을 버려야 산다”는 자조 섞인 말이 나올 정도다. 이제는 랜덤 자판기 공격에도 백기를 들고 시장을 내줄 판이다. 소 잃고 외양간을 고쳐선 안 된다. 게임이라는 울타리가 기피 대상이 되지 않도록 규제를 현실에 맞게 포용 관점에서 재설계해야 한다.

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