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 분쟁 여파... 국내 팹리스업체 몸값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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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화웨이.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중국 반도체. <전자신문 DB>
<중국 반도체. <전자신문 DB>>

국내 시스템반도체 설계업체가 미-중 무역 분쟁으로 혜택을 보고 있다. 화웨이에 부품을 공급해 온 미국 업체가 거래를 끊으면서 다급해진 중국 업체가 국내 거래처 확보에 나섰다. 센서, 전력반도체 등 아날로그 집적회로(IC) 분야에서 경쟁력이 있는 국내 업체가 기회를 잡게 됐다. 시스템반도체 시장에서 강자로 군림해 온 미국의 높은 벽을 국내 기업이 뛰어넘을지도 주목된다.

터치IC 설계 기업 지니틱스는 화웨이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웨어러블 기기에 들어가는 터치 IC 모델을 추가 수주했다. 화웨이는 그동안 이 제품군에 지니틱스 칩을 65%가량 사용하고 미국 반도체 설계기업인 사이프레스 IC를 25% 정도 사용했다.

그러나 미국 정부의 제재로 사이프레스 부품을 조달하는 길이 막히자 지니틱스에 나머지 물량 납품까지 맡긴 것이다. 지니틱스는 중국 웨어러블 기기의 터치 IC 시장에서 점유율을 70% 이상 확보하고 있다. 이번 분쟁으로 미국이 차지한 점유율까지 낚아채면서 관련 시장에서 독보적인 우위를 점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니틱스는 화웨이 모바일 폰에 탑재되는 손떨림방지(OIS) 칩 납품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운아나텍도 화웨이 스마트폰용 OIS 칩 납품이 가시화됐다. 기존에 이 칩을 납품해 온 곳은 미국 설계업체 온세미컨덕터로, 사실상 독점 공급 체제였다. 그러나 온세미컨덕터와의 거래가 중단된다는 위기감이 감돌면서 화웨이가 동운아나텍과 접촉한 것으로 보인다. 동운아나텍은 차후 햅틱 IC 중국 수출도 기대하고 있다. 김동철 동운아나텍 대표는 “연간 실적에도 긍정적 영향이 미칠 것으로 보이는 만큼 거래처가 확보될 것으로 보인다”며 기대감을 표했다.

전력 반도체 설계 업체인 아이에이와 자회사 트리노테크놀로지 등이 중국 전기차 및 배터리 업체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팹리스 업체 대표는 “중국 세트 업체의 관심과 문의가 늘어나는 분위기는 확실하다”고 전했다.

미-중 무역 분쟁은 국내 중소 반도체 설계 업체에 새로운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분쟁으로 미국 온세미컨덕터와 텍사스인스트루먼트, 프랑스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등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 업체가 미국 제재에 동참한 일본, 독일 주요 설계 업체를 피해 국내 회사를 찾는 것은 판매 경로가 막혀 있던 국내 업체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 반도체 시장에 정통한 관계자는 “화웨이의 글로벌 물량은 줄더라도 내수 시장에는 '애국 마케팅' 바람이 불어 자국 제품을 선호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국내 기업들은 주로 중국 시장을 타깃으로 해 왔기 때문에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조건이 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국내 업체가 점유율을 지속 확보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감지된다. 한 팹리스 업체 대표는 “특히 화웨이는 부품 선정 과정이 매우 까다로운 것으로 소문이 났는데 국내 업체에 접근했다는 것은 긍정적인 상황”이라면서 “화웨이 공급 사례(레퍼런스)가 생기면 나머지 중국 회사에 영업하는 것도 용이해질 것”이라고 전했다.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