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페이스북 '전자신분증' 준비 바쁜데... 한국은 '무방비'

독일, 일본 정부가 애플 iOS 13을 통해 전자 신분증을 아이폰에 탑재, 사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독일, 일본 정부가 애플 iOS 13을 통해 전자 신분증을 아이폰에 탑재, 사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애플과 페이스북이 디지털신원인증·모바일신분증(DID) 서비스에 나선다. 전자신분증 하나만 있으면 은행 업무, 여행, 디지털 서명, 회사 설립, 납세, 쇼핑 등 모든 생활을 할 수 있게 하겠다는 프로젝트다. 아이폰과 블록체인으로 전자신분증을 플랫폼에 내재화해 결제 등 금융으로 연결시키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전통 금융 플랫폼이 아닌 아이폰이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플랫폼으로 주도하겠다는 것이다. 반면에 한국은 개인정보보호법과 각종 규제로 DID 부문 갈라파고스가 될 처지에 놓였다.

애플은 차세대 모바일 플랫폼 'iOS 13'을 통해 국가 전자신분증 연동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독일과 일본 정부가 애플 아이폰에 자국 디지털 ID 연동을 공식화했다. 일본 정부는 국가 전자신분증 연동 표준 애플리케이션(앱) 개발에 나섰다. 앱을 아이폰과 연동할 예정이다. 독일 정부도 아이폰 근거리무선통신(NFC)과 호환되는 디지털 ID 개발에 착수했다.

독일 내무부는 iOS 13이 애플 사용자에게 국가 ID카드, 거주 허가서, 생체 인식 여권을 본인 아이폰에 탑재할 수 있도록 법 개정까지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함께 연방정부의 디지털 ID 독립 기능도 부여한다. 결제부터 입출국까지 정부 영역을 포함한 민간 영역에 이르기까지 애플 아이폰을 본인 신분 플랫폼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애플이 NFC 접속을 개방한 영국 정부도 유럽연합(EU) 시민권용 브렉시트 앱(EU 시민이 브렉시트 이후 영국에 거주할 수 있도록 돕는 앱)을 NFC 칩을 통해 아이폰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최근 암호화폐 리브라의 상용화를 선언한 페이스북도 그 이면에 디지털 ID 표준화라는 강력한 내부 목표를 설정했다. 리브라는 페이스북이 개발하고 있는 암호화폐 이름이다. 비자, 마스터, 페이팔, 우버 등 강력한 파트너십을 공개했다. 백서를 통해 페이스북은 리브라 미션을 글로벌에서 통용 가능한 형태의 화폐와 금융 인프라 제공으로 설정했다.

주체는 스위스 제네바에 설립한 리브라 어소시에이션(비영리단체)이 주도하며, 비자·페이팔 등 유수 정보기술(IT) 기업이 참여한다. 페이스북은 백서에서 리브라 어소시에이션의 또 다른 목표를 공개했다. 오픈 ID 표준을 개발, 추진하는 것이다. 분산시킨 휴대용 디지털 ID를 통해 금융 수용성을 대폭 확장하겠다는 전략이다.

반면에 한국은 개인정보보호법을 둘러싼 시민단체의 반대와 막대한 전환 비용 우려로 DID 전환 작업은 방치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최근 행정안전부는 블록체인 해시(HASH)의 값도 개인 정보에 속한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즉 일반 고객 정보처럼 일정 시간이 흐르면 폐기 처분해야 한다는 가이드라인을 수립했다. DID 전환은 고사하고 정보를 모을 수 있는 환경 자체가 되지 않는다.

물론 국내 민간 업체 중심으로 DID 도입을 위한 움직임은 있다. SK텔레콤은 지난 3월 코스콤, 코인플러그, LG유플러스, KEB하나은행, 우리은행, SK플래닛, 해치랩스 등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컨소시엄은 블록체인 ID 인증 네트워크 기반 서비스를 스타트업 투자, 모바일 신분증, 대학·협회·단체 제증명 등 금융·통신·교육 분야에 적용할 계획이다. 우선 3개 대학 대상 제증명 발행을 시범 사업으로 개시하는 것이 목표다.

금융투자업계도 DID를 적용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아이콘루프는 금융권과 공동으로 '마이아이디(MyID)'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금융위원회의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신청하고, 올해 안 사업 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미 주요 증권사 7개사와 일부 시중 은행, 보험사 등이 참여 의사를 밝혔다.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