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원톱' 재확인한 신동빈, 롯데家 '형제의 난'도 종지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일본 롯데 이사진의 재신임을 받으며 한일 원톱 체제를 굳건히 했다. 반면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은 이번에도 이사직 복귀에 실패하며 4년여 간 이어진 롯데의 경영권 분쟁도 사실상 종지부를 찍었다.

26일 일본 도쿄 롯데홀딩스 본사에서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이사직 임기 만료를 앞둔 신 회장과 롯데홀딩스 이사진의 재선임안이 원안대로 통과됐다.

롯데지주 측은 “신동빈 회장과 쓰쿠다 다키유키 사장에 대한 재선임안 등 제안된 4개 안건 모두 의결권 과반수 찬성으로 가결됐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경영 복귀 이후 처음 주총에 참석한 신 회장은 변함없는 신뢰를 받으며 한일 롯데를 총괄하는 입지를 재확인했다.

롯데의 불확실성을 높였던 경영권 분쟁도 마무리 수순으로 접어들었다. 이날 신 전 부회장이 제안한 본인의 이사 선임안은 부결됐다. 최근 강공 일변도 자세에서 화해 무드로 전환한 신 전 부회장의 노림수가 결국 실패로 귀결된 것.

지난 20일에는 일본 대법원이 신 전 부회장이 제기한 부당해임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기각했다. 법원 판단과 더불어 경영권 복귀를 위한 여섯 번째 시도마저 무위에 그치면서 신 전 부회장은 한일 양국에서 완전히 입지를 잃었다.

집안 단속을 마친 신 회장은 지주사 체제 완성에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특히 지배구조 개편에 매듭을 짓기 위한 호텔롯데 상장 작업에도 탄력이 붙었다.

롯데지주 중심의 그룹 지배력 강화를 위해서는 중간지주사 역할을 하는 호텔롯데 상장이 필수다. 롯데지주의 주주사로 호텔롯데가 남아있는 옥상옥 구조를 취하고 있어 지배구조가 불완전하기 때문이다.

호텔롯데는 롯데홀딩스를 비롯한 일본 주주가 지분 99%를 보유하고 있다. 상장을 통해 이들의 구주 지분율을 희석시킨 다음 롯데지주를 중심으로 호텔롯데를 흡수해 일본 영향력에서 벗어난다는 게 신 회장의 구상이다.

따라서 업계 일각에선 이번 주총을 앞두고 신 회장이 일본 주주들을 설득하기 위한 당근책을 제시할 가능성이 있다는 시각도 제기됐다. 다만 롯데그룹 측은 이번은 정기 주총이었던 만큼, 상정된 안건 외에는 추가적으로 다뤄진 논의는 없었다고 일축했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이번 주총은 상정된 안건을 처리하는 자리였으며 호텔롯데 상장 등 상정되지 않은 안건은 공식적으로 언급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편 롯데는 아직까진 호텔롯데 상장에 신중한 자세다. 롯데면세점 실적 안정화가 선결과제인 만큼 사드 이전 수준의 밸류에이션을 기대하기엔 아직 시기상조라는 판단이다. 게다가 국정농단과 관련된 신 회장의 재판도 대법원 판단을 남겨두고 있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