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스마트제조 혁신, 한국 등대공장을 찾아서 <1>기술 격차로 본 위기와 기회

우리나라 스마트공장 기술 수준은 최고 기술 보유국과 최대 3.3년 뒤처져 있다.

우리나라는 미국·독일·일본 등 주요 제조국과 비교해 통신·공장운영 시스템을 제외한 분야 전반에서 기술 경쟁력이 부족했다. 스마트공장을 원활하게 운영하기 위한 제어 시스템과 플랫폼 분야에서 특히 경쟁력이 취약했다.

정부는 이달 2030년까지 4대 제조 강국을 목표로 한 '제조업 르네상스 비전 및 전략'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현재 스마트제조 기술력을 끌어올리지 않으면 4대 제조 강국 진입도 요원하다는 분석이다. 특히 스마트제조 세부 기술별로 대응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스마트제조 생태계를 확산하는 것이 힘들다는 지적이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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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스마트공장 기술, 최고 기술국과 최대 3.3년 격차...제어시스템 분야 취약

한국스마트제조산업협회가 작년 12월 전문가를 대상으로 실시한 '스마트제조 기술수준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스마트제조 기술 수준은 최고 기술 보유국인 미국 대비 72.3%를 기록했다. 미국을 100.0%로 했을 때 독일 93.4%, 일본 79.9%, 유럽연합(EU) 79.6%, 한국 72.3%, 중국 66.0% 순이다.

스마트제조산업협회는 미국·독일을 선도그룹으로 분류했고, 우리나라는 일본·EU·중국과 함께 추격그룹으로 나눴다. 최고 기술 보유국 100%를 기준으로 선도그룹 80% 이상, 추격그룹 60% 이상, 후발그룹 40% 이상, 취약그룹 40% 미만으로 분류한다. 미국·일본·독일·중국·유럽·우리나라는 모두 추격그룹 이상 수준 기술력을 갖췄다고 평가한 셈이다.

우리나라는 생산현장·통신·사물인터넷(IoT)·제어시스템·공장운영시스템·비즈니스·플랫폼 7개 분야 중 선도그룹에 속한 통신·공장운영 시스템을 제외하고는 모두 추격그룹에 속했다.

이중 스마트공장 제어 시스템 분야에서 최고 기술 보유국인 독일과 비교해 67.2%로 최대 3.3년 격차가 벌어졌다. 스마트공장 제어 시스템은 스마트공장 자동화와 데이터 분석·활용에 쓰이는 핵심 기술이 반영돼 있다. 그만큼 공장 자동화와 수집되는 데이터 연동이 힘든 수준이라는 의미로 분석된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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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데군데 떨어지는 기술 경쟁력...스마트공장 고도화 발목 잡는다

25개 세부 기술별로 살펴보면 우리나라는 군데군데 기술력 공백이 보인다.

인터넷통신은 세계 최고 수준 기술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됐고, 수요예측시스템(APS)·공급망관리(SCM)·전사자원관리(ERP)·생산관리시스템(MES)·산업용통신은 선도국 수준을 유지했다.

반면에 제품 수명 주기 관리시스템(PLM)·DCS·캐드공정(CAx)은 후발국으로 평가됐다. 이들 분야 기술은 최고 기술 보유국과 비교하면 각각 50.2%, 58.1%, 50.3%를 기록하는데 그쳤다.

PLM은 제품 개발부터 폐기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 데이터를 관리하고, DCS는 지리적으로 분산된 제어 루프를 사용하는 디지털 자동화를 돕는다. CAx는 컴퓨터 기술을 사용해 제품 설계·분석·제조를 지원한다. 결과적으로 스마트제조 과정에서 제품을 설계하고 데이터를 관리하는 과정이 전반적으로 취약하다는 평가다.

최동학 스마트제조산업협회 부회장은 “PLM과 CAx 등은 우리나라에서 국산 제품 생태계가 거의 없고 외산에 의존하고 있다”며 “제품 디자인과 엔지니어링 분야가 특히 약하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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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공장 세부 기술, 中보다 떨어지는 분야도 다수

우리나라가 스마트제조 기술 일부 분야에서는 중국보다도 경쟁력이 떨어졌다.

우리나라는 25개 스마트공장 세부 기술 중 △3D프린팅 △로봇 △증강현실(AR)·가상현실(VR)·혼합현실(MR) △CAx △PLM △보안 △빅데이터·인공지능(AI) △IoT 8개 분야에서 최하위를 기록했다.

3D프린팅과 AR·VR·MR는 최고 기술 보유국인 미국의 경쟁력이 워낙 뛰어나다. 미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 간 격차가 크지 않다. 그러나 나머지 항목은 경쟁국과 격차도 클뿐더러 중국과도 큰 격차가 나는 분야도 있다.

한 예로 보안 분야의 우리나라 기술 수준은 선도국인 미국 대비 60.5%에 그쳤고, 5위를 기록한 중국은 67.0%로 우리나라와 격차가 뚜렷한 것으로 인식됐다. PLM과 CAx는 우리나라가 각각 50.2%, 50.3%를 기록했는데 중국은 각각 61.0%, 62.2%를 기록했다. 경쟁우위가 그만큼 떨어지는 셈이다. 보안과 빅데이터·AI, IoT, AR·VR·MR, 클라우드, 사이버물리시스템(CPS)·디지털트윈을 포괄하는 플랫폼 분야에서 특히 경쟁력이 취약했다.

중국은 3D프린팅과 로봇 등 제조업 분야에서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또 화웨이 같은 기업은 플랫폼 사업을 확장하면서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조만간 우리나라보다 경쟁 우위를 갖추는 분야가 더 많아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스마트공장 관련 한 전문가는 “중국은 내수 시장이 워낙 크기 때문에 플랫폼 분야를 포함해 제조업에서는 우리나라를 조만간 넘어설 것”이라면서 “화웨이 같은 기업은 플랫폼 사업도 활발히 벌이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대기업이 각자 스마트공장 플랫폼을 만들기 때문에 스마트공장 플랫폼에서 벽도 존재한다”고 밝혔다.

◇스마트공장 기술력, CPS 등 미래 유망 기술력 위주로 확보해야

우리나라가 스마트제조 기술력을 확보하지 않으면 향후 제조업 경쟁력도 확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산업부는 지난 20일 발표한 '제조업 르네상스 비전 및 전략'에서 친환경·융복합화와 함께 스마트화를 산업 구조 혁신을 위한 한 축으로 뽑았다. 2030년까지 세계 4대 제조 강국을 목표로 스마트 산단 20개를 차질 없이 조성한다는 계획도 담았다. 군데군데 확보되지 않은 기술력은 고도화되고 통합된 스마트산단 조성에 장애물로 작용할 수 있다.

전문가는 특히 CPS나 AI 등 고도화 된 스마트공장에서 기술력을 선제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스마트공장 관련 전문가는 “우리나라가 경쟁력이 취약한 부분은 외산 위주여서 지금 따라잡으려면 많은 자원을 투입해야 한다”며 “신산업이나 신기술에 연구개발(R&D)을 집중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밝혔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