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남북경협 시대 꿈꾸다]<중>韓벤처 개발자 가뭄 푼다…경제효과 임가공 대비 상당할 듯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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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기업 중심의 남북경협이 이뤄지면 현재 개성공단에 비해 경제 효과가 10배 이상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단순한 임가공 분야의 협력이 고부가 가치 창출 방향으로 재편되기 때문이다.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는 국내 벤처기업에는 새 돌파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벤처기업의 63.1%는 필요 인력을 확보하고 유지·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가운데 75.4%는 연구개발(R&D) 인력을 찾지 못해 고전하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은 중소벤처기업부와 벤처기업협회가 지난해 전국 벤처기업 2059개사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알려졌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여건이 나아질 만한 호재가 없다. 청년 인구는 지속 감소세를 보이고, 우수 인력의 벤처 생태계 회피 현상도 갈수록 두드러지고 있다. 대기업·공무원 주가만 연일 치솟고 있다. 북한은 국내 벤처업계의 고민을 덜어 줄 기회의 땅이다. 이미 개성공단을 통해 가능성 검증은 끝났다.

통일부와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에 따르면 개성공단 입주 기업은 투자비 대비 30배가 넘는 수익을 벌어들였다. 원가 절감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인건비만 놓고 봐도 중국과 베트남 대비 각각 25%, 50% 가까이 낮다. 북한 노동자의 한 달 임금은 2015년 기준 168.5달러(약 19만원)였다.

최저임금 상승률은 연 5% 이내로 고정됐다. 중국(12.1%), 베트남(14.2%)이 2015년에 기록한 상승률과 비교할 때 매우 낮다. 연간 토지사용료는 ㎡당 0.64달러(740원)다. 중국과 비교해 약 2% 저렴하다.

박창영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팀장은 “남북경협이 본격화되면 개성공단 고도화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면서 “임가공·제조 위주가 아닌 북한 우수 인력 활용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애초부터 개성공단은 3단계 추진 계획에 따라 설립됐다. 지금은 1단계에 머물러 있다. 경공업 업체들이 공단에 입주했다. 총 2000만평의 공단 부지 가운데 100만평만 쓰고 있다. 2006년 6월 부지 조성 공사가 완료된 후 10여년 동안 크고 작은 정치적 부침을 겪으며 진도를 나가지 못했다. 2단계는 중공업, 3단계는 첨단 과학기술 기반 기업이 공단을 메울 예정이다.

3단계에 진입하면 성과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2015년 기준 개성공단 연간 생산액은 5억6000만달러(6476억원)다. 조현정 비트컴퓨터 회장은 “높은 정보기술(IT) 인력의 인건비를 절감할 수 있다”면서 “이 부분만으로도 개성공단 대비 최소 10배 이상은 경제적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에 IT 제품 판매 길이 열릴 수도 있다. 북한은 자체 기술로 개발한 스마트폰·태블릿 제품 확산에 주력하고 있다. 2002년에 스마트폰이 퍼지기 시작했다. 현재 700만대가 시장에 풀렸다. 2017년 500만대에서 가파르게 늘었다. 북한 전체 가구 수가 800만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가구당 한 대씩 스마트폰을 보유한 셈이다. TV, 가전제품은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2015년에 고화질(HD) TV가 처음 보급됐다.

김흥광 NK지식인연대 대표도 “중국의 단둥, 베이징 일대에서 남북 간 하드웨어(HW) 분야 협업이 이뤄져 왔다”면서 “북한 인력의 빠른 기술 습득 능력, 성실성은 정평이 나 있다”고 전했다.

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