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공식 허무는 개각 되길

[데스크라인]공식 허무는 개각 되길

한동안 잠잠하던 개각 얘기가 다시 무성하다.

지난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청와대 정책실장 임명에 이어 조국 민정수석의 법무부 장관 이동설이 나돌면서다. 조 수석의 입각 관측에 청와대가 적극 부인하지 않자 관가와 정계는 시기 문제일 뿐 개각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원포인트 수준의 소규모 개각이 아닐 것'이라는 청와대 관계자의 예상도 나왔다.

사실 지난 3월 몇몇 부처 장관의 교체가 후보자 자진 사퇴 또는 지명 철회로 무산된 탓에 이맘때쯤이면 불거질 개각설이었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현역 지역구 의원이나 출마를 노리는 장관은 진작에 관가를 떠나 준비 과정을 밟아야 했다.

어차피 해야 할 개각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2017년 5월 출범한 문재인 정부의 초반 인사 특징은 이른바 '캠코더'로 요약됐다. 대통령선거를 준비한 캠프를 거쳤거나 현 정권의 코드에 맞거나 여당 출신 인사만 기용한다는 얘기다.

더불어민주당 때문에 새로운 작명이 이뤄졌지만 보통 '코드인사'라 불리는 것이다. 역대 어느 정권에서도 논란이 된 부분이다. 주로 야당 쪽에서 정부와 여당의 인사정책을 공격하기 위해 쓰였다. 바른미래당은 지난해와 올해 두 차례에 걸쳐 문재인 정부의 캠코더 인사 현황을 발표하기도 했다.

정권 초반을 지나 두 번째 인사가 이뤄질 쯤엔 '써 본 사람만 쓴다' '끝까지 쓴다'는 이른바 '회전문' 인사 논란이 일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국면 전환 또는 정책 보완을 위해 인사를 단행했지만 들여다보면 A가 B 자리에 가고 B는 C 자리에 가는 식이었다. 계속되는 경제정책 실패 논란 속에 장하성 정책실장은 청와대를 나갔지만 '4강 대사' 가운데 한 곳인 주중 대사를 맡았다. 김수현 사회수석이 정책실장으로 올라갔다. 문미옥 과학기술보좌관은 이례적으로 같은 차관급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차관으로 옮겼다.

최근 인사에서도 김상조 공정위원장이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 자리로 이동했다. '카더라' 통신에 따르면 김수현 전 정책실장이 국토교통부 장관을 맡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 전 실장은 정권 초기 사회수석으로서 부동산 정책 밑그림을 그렸는데 이제는 주무 부처 장관 얘기가 나돈다. 실현되면 회전문 인사의 완성이라 할 만하다.

대통령이 유능하다고 여긴 인재를 여러 위치에 배치하는 것이 꼭 잘못됐다고 할 수는 없다. 인사가 복지정책이 아닌데 그저 많은 사람에게 기회를 주는 것 또한 적절하지 않다.

정권 초기에는 국정 밑그림을 함께 그린 인사들이 내각에 포진하고, 그들이 주도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한 번쯤의 돌려막기식 인사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현 정부 출범 후 정책 기조를 놓고 논란이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같은 인사가 정책 요직을 계속 차지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하는 고민은 필요하다. '탕평인사'라는 거창한 그림까지는 바라지 않는다. 침체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사기가 떨어진 관가에 힘을 북돋아 줄 수 있는 인사라면 과감하게 중용해야 한다.
7월이 될지 8~9월이 될지 모르겠지만 이번 개각에서는 기존 공식을 깨뜨리는 인사가 이뤄지면 좋겠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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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준 산업정책부 데스크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