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의 창업 실전강의]<72>물가 상승 관점에서 본 제품의 가격

창업 기업들이 공통적으로 하게 되는 일반적인 고민 중 하나가 자신들의 제품과 서비스의 가격을 어떻게 부과해야 하는가에 대한 부분이다. 아직 회사 브랜드가 미비하기 때문에 싸게 팔아야 할 듯하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싸게 팔다가는 괜히 품질 내지 회사 이미지마저 손상되지는 않을까 우려하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비싸게 팔려 하더라도, 그에 부합하는 수준의 제품에 대한 마감처리, 유통, 판매 경로가 필요한데 이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비용이 투여되는 것도 사실이다. 아니면 처음에는 저렴하게 팔다가 제품 내지 기업에 대한 충성도 높은 고객이 형성되면 그때 비싸게 팔아야지 하는 창업자들도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중요한 요인 하나가 제품이나 서비스의 가격은 공급자가 혼자서 정하는 것이 아니라 수요자의 니즈가 함께 반영되어 정해진다는 사실이다. 특히 창업기업이 판매하고자 하는 것이 제품인지 서비스인지에 따라서도 가격 상승 내지 가격 인식이 크게 달라진다.

2000년 이코노미스트지를 통해 소개된 연구결과에 따르면, 지난 세기(1900년-2000년) 100년 동안 미국 경제는 20배 정도의 물가 상승을 기록했다. 이는 해당 기간 동안 연평균 3% 수준의 물가 상승률을 기록하였음을 뜻한다. 그런데 연평균 3%씩 물가가 올랐다고 해서 모든 물건이 동일하게 매년 3%씩 올랐다는 의미는 아니다. 해당 기사에서는 조사 기간 동안 호텔 숙박비는 20배보다 높은 75배 상승한데 반해, 전기요금은 오히려 99% 떨어졌다고 한다. 즉, 상품이나 서비스별 가격상승률은 각각 다 다른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것은 가격이 더 많이 오르고, 어떤 것은 오히려 떨어지거나 상대적으로 덜 오른 걸까?

가격 상승폭을 결정하는 결정적인 요인 중 하나는 '생산성 향상'이다. 기술혁신으로 인해 대량생산이 수월해진 물건들의 경우 상대적으로 물건 가격이 덜 인상되거나 오히려 떨어지는 경우도 많았다. 원활한 공급이 물가 인상을 억제한 것이다. 이에 반해 기술 혁신이나 생산성 향상을 도모하기 어려운 서비스 분야의 경우는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 상승률을 기록하였다. 앞서 소개한 호텔 서비스의 경우 무려 75배 가까이 인상된 것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러한 관점을 일반화한다면, 상대적으로 추후 실질가격을 크게 인상시키기 쉬운 부분은 제품파트가 아니라 서비스 파트에 해당한다. 제품 파트의 경우는 특정 기업이 출시한 제품이 크게 반응을 일으킬 경우 경쟁사가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유사한 제품을 출시할 가능성을 염두해 두어야 한다. 하지만 서비스 부분은 경쟁사 또한 유사한 수준의 인건비과 시설 투자비가 투여되기 때문에 좀처럼 더 싼 서비스를 출시하기가 용이하지 않는 점이 있다.

이처럼 제품마다 혹은 서비스마다 상이한 가격상승폭은 소비계층마다 직면하게 되는 실질 소득의 수준에도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젊은 계층은 휴대폰, 노트북, 타블렛 PC와 같이 각종 첨단기기를 주로 구매한다. 이들 첨단기기들은 실질가격이 떨어지거나 낮은 가격 상승폭을 보이는 물건들이다. 따라서 이들 제품을 주로 구입하는 젊은 계층들은 상대적으로 인플레이션 영향을 덜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노년층은 다르다. 노년층이 주로 구매하는 품목들은 가사도우미, 의료서비스와 같이 좀처럼 생산성 향상이 전개되기 어려운 부분들이다. 이러한 부분을 주로 구매하는 노년층에게 인플레이션은 더욱 절실한 문제로 다가올 것이다.

이상에서 열거한 바와 같이 제품의 가격이라는 것은 단순히 창업가 혼자서 결정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판매하고자 하는 것이 재화인지 서비스인지에 따라서도 제품 가격 결정시 고려해야 할 요인이 달라지며, 주요 고객층이 젊은층인지 노년층인지에 따라서도 그들이 인식하는 제품의 가격군이 달라질 수 있다. 지금 제품 가격을 고민하고 있는 창업가가 있다면 자사의 제품은 어디에 속하는지 다시 한번 검토해 보기 바란다.
박정호 KDI전문연구원 aijen@kd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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