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R&D 예산에 대한 아쉬움

[기자수첩]R&D 예산에 대한 아쉬움

내년도 정부 국가연구개발(R&D) 주요 사업 예산이 확정됐다. 28일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의결 및 심의를 거쳤고, 곧 기획재정부에 통보된다. 이후 예산이 조정될 수 있지만 지난해처럼 신규 사업이 추가되면서 예산이 크게 늘어나는 상황이 재현되진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규모에 대한 아쉬움이 크다. 내년도 주요 R&D 사업 예산 증가율은 올해 대비 2.9% 증가했다. 3%를 넘은 올해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 해당 예산은 지난 수년 동안 1%대 증가율을 이어 가다 올해 크게 늘었다. 과학기술계에서 예산 당국의 기조 변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지만 기대와 달리 내년도 예산 증가율은 다시 하락했다.

이대로라면 기재부가 2018~2022년도 국가재정운영계획에서 제시한 2020년도 R&D 예산 21조4370억원을 이루지 못할 가능성이 짙다. R&D 예산 증가를 두고 효율성을 근거로 우려의 눈길도 따르지만 과학기술계에서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게 공통된 시각이다.

그나마 이것도 선방한 결과다. 올해 비효율 사업을 거르고 일몰 사업을 신규 사업으로 대체하는 과정을 강화했다. 기재부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과학기술혁신본부에 이례로 지출 한도를 두 차례에 걸쳐 내린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과기혁신본부는 부처 R&D 예산 요구안을 최대한 반영하기 위해 기재부와 협의했다. '선택과 집중' 기조 아래 예산 확보의 필요성을 설득했다. 그 결과 시스템 반도체, 미래형 자동차, 바이오헬스 등 3대 중점 산업과 일부 사업 예산은 당초 지출 한도 대비 1500억원 가까이 늘었다.

R&D 투자 경색 분위기는 갈수록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노동·교육 분야 등 타 예산 증가율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R&D 예산 투자는 후순위로 밀리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당장 먹고사는 문제가 중요하다는 것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미래를 위한 투자는 때가 있다. 지금 미래를 향한 투자에 여력을 쏟지 않으면 내년, 내후년엔 더 어렵다. 정부의 R&D 예산을 두고 아쉬움이 남는 이유다.

최호 정책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