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빅데이터-샌드박스, 출자 규제 완화에 핀테크로 쏠리는 금융권 투심

핀테크 기업에 대한 투자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금융 분야에 당장 적용이 가능한 핀테크 기업 뿐만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 등으로 금융권의 투자 영역이 확대되는 추세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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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권을 중심으로 로보어드바이저(RA) 기업에 대한 투자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앞서 기업은행, IBK캐피탈, 하나금융투자 등으로부터 1000억원 상당 기업 가치를 인정받은 크래프트테크놀로지스는 KB인베스트먼트 등으로부터 추가 투자를 유치할 예정이다. 투자 규모는 디셈버앤컴퍼니자산운용, SBCN, 파운트 등도 추가 투자 논의에 한창이다.

이달 중 고객데이터 기반 자동차금융 플랫폼 출시를 앞두고 있는 ㈜핀테크도 한화생명과 투자 시기 등을 조율하고 있다. 1일부터 보험업법 개정으로 보험회사가 핀테크 기업 지분율 15% 이상보유가 가능해지면서 투자 일정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모바일 자산관리 애플리케이션 '뱅크샐러드'를 운영하는 레이니스트도 최근 금융권과 벤처캐피털(VC) 등을 대상으로 추가 투자 유치를 위한 기업설명회(IR)에 한창이다. 지난해 말까지 189억원에 이르는 투자를 유치한 데 이어 사업 내실화와 외연 확대를 위한 추가 자금을 조달할 방침이다.

AI 기반 핀테크 기업도 금융권의 주된 투자 대상이다. 딥러닝 기반 대화형 챗봇을 개발하는 포티투마루, 자연어 처리 기반 AI기업 자이냅스 등이 금융권의 전략 투자 유치 대상으로 주목받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이처럼 핀테크 기업에 대한 투자 논의가 본격화하기 시작한 주된 원인을 최근 들어 이어진 금융당국의 규제 방침이 명확해졌기 때문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한 벤처캐피털 심사역은 “벤처투자업계에서 한때 핀테크 분야에 대한 투자가 일시적으로 상승했지만 규제 당국의 불명확한 태도로 금방 분위기가 식었다”면서 “정부가 핀테크 출자에 대한 명확한 방침을 정한 만큼 기존 금융권의 전략 목적 투자가 더욱 활성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실제로 최근 핀테크 시장 주요 출자자 면면은 VC에서 은행, 보험사, 증권사 등 기존 금융회사와 사모펀드(PEF) 등으로 변화하는 추세다. 금융위원회로부터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된 핀테크 기업이 금융권의 주요 투자 대상으로 꼽힌다.

금융권의 핀테크 투자는 주로 핀테크랩을 통해 이뤄지는 분위기다. 산업은행·기업은행 등 국책은행 뿐만 아니라 지방은행까지도 유망 핀테크 기업과 접점을 확대하고 있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퓨처스랩을 통해 금융지주뿐만 아니라 각 계열사와 협업 효과가 나타날 수 있는 핀테크 기업에 대한 투자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DGB금융그룹 관계자는 “회사 핀테크랩 피움(FIUM)랩에 입주한 기업에 대한 투자를 우선 검토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위가 직접 특정 영역에 대해 특례를 부여한 만큼 해당 영역에서 만큼은 정부의 전향적인 규제 완화 방침을 기대해 볼 수 있다”면서 “앞으로 핀테크 기업에 대한 출자 제한도 완전히 풀리는 만큼 샌드박스 기업을 중심으로 IR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금융위는 금융사의 핀테크 기업 출자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이르면 이달 중 제정한다. 혁신금융사업자와 지정대리인, AI·블록체인·빅데이터 등 범용 기술을 폭넓게 핀테크 기업으로 간주해 금융회사의 100% 투자가 가능해진다. 금융권 등으로부터 출자금을 모집해 운용하는 한국성장금융도 핀테크 투자를 위한 정책목적 펀드를 추가로 투입할 방침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신한금융이 AI자회사를 설립하고, 한화투자증권이 빅데이터 전문 자회사를 설립한 것처럼 금융회사 차원에서도 전략 목적의 M&A와 법인 신설 등이 늘어나게 될 것”이라면서 “마이데이터, 마이페이먼트 등 신산업 분야에서 고객 접점을 폭넓게 보유한 핀테크 기업과 협업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