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50% 남짓한 소재 국산화…日 수출 규제 아킬레스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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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웨이퍼를 바라보는 어린이. 박지호 기자 jihopress@etnews.com
<반도체 웨이퍼를 바라보는 어린이. 박지호 기자 jihopress@etnews.com>

일본의 불화수소, 포토레지스트 수출 규제는 국내 반도체 생태계의 아킬레스건을 찌른 것이라는 게 업계 평가다. 지난 20년 간 소재 국산화에 대한 지적이 끊임없이 이어졌지만, 인력 부족 문제 등이 이어지면서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상황까지 왔다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소재 국산화를 위한 정부 투자와 대·중소기업 간 적극적 협력이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017년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가 추정한 소재 국산화율은 50.3%다. 소자 업체들의 보안 문제 등이 엮여 이후 통계를 내기는 어렵지만, 높은 외산 업체 의존도는 크게 바뀌지 않았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반도체 재료 중 절반을 해외에서 들여오면, 이번 일본 수출 규제처럼 국가 간 갈등이 벌어졌을 때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특히 이번에 일본이 규제한 불화수소, 포토레지스트 등 고부가가치 재료는 국내에서 거의 생산하지 않는다. 불화수소의 경우 일본 스텔라, 모리타가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반도체 재료 하나 당 국내 기업이 한 곳만 있어도 괜찮은데, 이들이 대체재 역할을 하기에는 기술력이 뒤쳐져 있다는 게 더 큰 문제”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약 20년 전부터 소재 국산화 필요성이 제기됐다. 잘하는 분야를 먼저 공략하는 선택과 집중도 중요하지만, 대기업 중심의 시장이 향후 큰 위기를 초래할 것이라는 문제 제기였다.

이러한 목소리에도 정부 지원과 기업 간 협력이 지지부진하면서, 결국 정치적 셈법이 들어간 수출 규제에 발목 잡힌 상황에 이르렀다.

업계에서는 정부 차원에서 소재 국산화를 위해 다방면의 노력을 기울인 것은 맞지만, 차세대 소재를 개발하기에는 턱없이 모자란 지원이었다는 주장이 나온다.

한 반도체 재료 연구자는 “일례로 내년 정부 국가연구개발 예산 3대 중점산업 육성책으로 배정된 1조2600억원 중 시스템 반도체에 배정된 예산은 10% 수준의 1450억원에 불과하다”며 “반면 반도체와 같은 분야에 묶인 바이오 관련 예산은 1조원이 넘는데, 국가 수출을 책임지는 반도체 산업에 너무 적은 투자가 이뤄지는 게 아닌가 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반도체 대기업들의 호실적에 가려진 중소기업들의 사회적 위치, 인력 문제 등을 면밀하게 들여다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2016년 충남 금산에서 발생한 불산 누출 사고 이후 높아진 환경 규제 장벽, 소자 업체들의 협력이 미진했던 점들이 소재 국산화에 큰 장애로 작용한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소를 잃고라도 외양간을 고쳐야 한다'며 입을 모았다. 반도체 핵심 소재의 중요성을 알게 됐으니, 전면 국산화는 어렵더라도 각종 위기에 대응할만한 힘은 길러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국책 과제들을 수행해온 중소 재료 기업의 잠재력을 높게 평가하는 전문가도 있다. 업계 전문가는 “불화수소 등 재료 만드는 것이 소자 제조만큼 아주 어려운 것은 아니기 때문에, 꾸준한 지원이 있다면 국산화율 높이기는 해볼 만하다”고 전했다.

또 다른 업계 전문가는 “일본 업체와 맞먹는 기술을 개발하려면 10년 이상이 걸리겠지만, 이후 똑같은 사례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지금이라도 활발한 협력과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