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구·제주 전기차 보급 달성률 30%대에 그쳐...또 '차량인도 지연'에 발목

상반기 정부의 전기차 민간보급 목표 달성률이 45%로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국가 보조금 예산 절반을 확보한 서울·대구·제주의 달성률은 평균 32%로 더욱 낮다. 당초 보조금 경쟁으로 정부 보조금이 조기 소진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매년 반복되는 신차 출고 지연이 올해도 시장 성장의 걸림돌로 작용했다.

올해 상반기에 7697대가 팔린 현대차 SUV형 전기차 코나 일렉트릭.
올해 상반기에 7697대가 팔린 현대차 SUV형 전기차 코나 일렉트릭.

3일 본지가 전국 지방자치단체 전기차 보조금 집행 현황을 파악한 결과 7월 현재 올해 보급 목표물량 3만3798대 중 45%인 1만5398대가 보급됐다. 작년 상반기 보급률 57%와 비교해 저조한 성적표다.

특히 올해 전체 보급 물량 3만3798대 중에 1만6125대 보조금 예산을 확보한 대구·제주·서울 3곳의 보급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대구(6104대)는 24%(1472대), 제주(5957대)와 서울(4067대)은 각각 35%인 2119대, 1426대로 나타났다.

이들 지자체는 저조한 보급 상황에 대해 현대·기아차의 전기차 공급량 부족을 꼽는다. 실제 소비자 선호도가 가장 높은 현대차 '코나 일렉트릭'과 기이차 '니로EV'는 전국 대리점을 통해 구매 계약을 하더라도 차량을 받기까지 코나는 최소 5~6개월, 니로는 8개월이 소요된다. 국가 보조금은 차량 등록이나 차량을 인도 받은 시점에 선착순으로 지급된다. 이 때문에 전기차를 사고 싶어도, 차량을 제때 받지 못해 수 개월째 대기 중이거나 구매를 포기하는 이용자가 적지 않다.

올해 상반기에 3957대가 팔린 기아차 SUV형 전기차 니로EV.
올해 상반기에 3957대가 팔린 기아차 SUV형 전기차 니로EV.

이 같은 차량 공급부족은 현대차그룹이 전기차 생산물량을 늘리지 않는 한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현대·기아차 말고는 정부의 목표물량을 소화할 마땅한 전기차가 없는 것도 문제로 꼽힌다.

반면에 보급물량이 적은 세종나 과천 등 전국 33개 시·군 지자체는 이미 올해 민간 보급 물량을 다 채웠다. 보급 물량이 많은 서울·대구·제주와 달리 보급량이 수백·수십대인 지차체는 전기차를 사고 싶어도 살 수 없는 현상이 매년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현대기아차의 전기차 생산물량이 예년에 비해 2배 이상 늘렸다지만, 보조금 물량도 2배 이상 늘어난데다, 국산 전기차 절반 이상이 해외 수출되기 때문에 차량 인도가 늦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매년 같은 이유로 전기차 보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환경부나 중앙정부는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고 있어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전기차 보조금 물량을 특정 지자체에 집중하지 말고, 전국단위로 고르게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정부가 일방적인으로 보급목표를 계획하기 보다는 전기차 제작사들의 사전 수요조사를 철저히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 국내에 보급된 전기차 수는 약 7만대다. 정부는 2022년까지 전기차 43만3000대를 보급한다는 계획이다. 이러려면 향후 3년간 매년 12만대씩 총 36만대 전기차를 보급해야 한다.

한편, 현대차 '코나 일렉트릭'는 상반기 판매량은 7697대로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판매됐다. 이어 기아차 '니로EV'가 3957대로 2위를 차지했고, 한국지엠 '볼트(Bolt)'와 기아차 쏘울 '부스터EV'가 각각 1679대, 1127대로 뒤를 이었다.

박태준 자동차 전문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