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보사' 허가 취소 확정, 코오롱 행정소송 제기

코오롱생명과학 인보사 케이주
코오롱생명과학 인보사 케이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의약품 성분이 뒤바뀐 코오롱생명과학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 '인보사 케이주(인보사)' 품목허가 취소처분을 3일 확정했다.

인보사는 사람 연골세포가 담긴 1액과 연골세포 성장인자를 도입한 형질전환 세포가 담긴2액으로 구성된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 주사제다. 2017년 7월 국내 첫 유전자치료제로 식약처 허가를 받았다. 올해 3월 치료제 주성분(2액)이 연골세포가 아닌 신장세포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식약처는 5월 28일 인보사 품목허가 취소 결정을 내리고, 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대표를 형사 고발했다. 지난달 18일 행정처분 확정을 위해 코오롱생명과학 입장을 듣는 청문을 거쳐 이날 취소 처분을 확정했다.

이번 조치로 코오롱생명과학 '인보사'는 9일자로 최종 품목허가가 취소된다. 향후 1년 간 동일성분으로 품목 허가 신청을 할 수 없다. 국내 첫 유전자 치료제로 주목받으면서 해외진출까지 기대감이 높았지만, 이번 조치로 시장에서 완전히 퇴출됐다. 현재까지 인보사를 투약한 환자는 3700명이 넘는다.

◇허가 취소 확정..검찰 조사도 속도

식약처 행정처분에 이어 검찰 조사도 속도를 낸다. 검찰은 코오롱생명과학이 인보사 성분이 바뀐 것을 언제 알았는지, 성분 변경을 알면서도 시판을 위한 허가 절차와 계열사 상장을 진행했는지 여부를 집중 조사 중이다. 2일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는 코오롱티슈진 임원과 한국지점장을 소환해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식약처는 코오롱생명과학 자회사이자 인보사 개발·미국 내 판매를 담당하는 코오롱티슈진이 2017년 3월 13일 미국 임상용 제품에서 신장세포가 검출된 사실을 확인했고, 같은 해 7월 13일 코오롱생명과학에 이메일로 통보했다고 밝혔다. 이날은 식약처가 인보사를 허가한 바로 다음 날이다.

코오롱생명과학 측은 메일을 받은 사실은 있지만, 신장세포가 나왔다는 사실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해 고의성은 없었다고 설명한다.

만약 '고의성'이 있었다면 허가 받지 않은 성분이 포함된 의약품을 판매한 혐의로 약사법 위반과 허위 정보를 이용해 회사를 상장시키고 차익을 거둔 '자본시장법 위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 혐의 적용이 가능하다. 검찰이 이웅렬 전 코오롱그룹 회장까지 출국금지 시키면서 조사는 그룹 전체로 확대되는 상황이다. 이 조사 결과에 따라 코오롱티슈진 상장폐지 심의 여부도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투자자 소송·장기추적 비용까지..사면초가 '코오롱'

검찰 수사 외에도 코오롱생명과학이 안은 악재는 많다. 소액주주 손해배상 줄 소송이 대표적이다. 인보사 사태 이후 코오롱티슈진 거래 정지 직전 매매가는 상장 이후 최고점 대비 10분의 1 수준으로 급락했다. 법무법인 한결, 한누리 등 세 곳은 코오롱생명과학, 코오롱티슈진에 단체 소송을 제기했다. 제일합동법률사무소는 코오롱티슈진 소액주주를 대리해 이우석 코오롱티슈진 대표, 이웅렬 전 코오롱그룹 회장 외에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상장 주관사까지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뿐만 아니라 최근 7개 시민단체가 연합해 시민대책위원회가 꾸려졌고, 환자 피해를 근거로 소송을 제기할 방침이어서 법적 다툼도 치열할 전망이다.

인보사 안정성 검증을 위해 15년간 투여환자 장기추적도 회사에 부담이 된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인보사 사태 이후 3700여명 투여 환자를 대상으로 발암 등 부작용 추적 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800억원의 비용을 투입할 예정이다. 식약처에 따르면 현재까지 환자 등록은 절반가량 이뤄진 가운데 10월경 환자 등록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서울 강서구 코오롱생명과학 본사 전경(자료: 전자신문DB)
서울 강서구 코오롱생명과학 본사 전경(자료: 전자신문DB)

◇코오롱 “고의성 없다”..법정공방 예고

코오롱생명과학은 이번 사태에 대해 환자, 주주, 국민에게 사과하면서도 성분명이 뒤바뀐 사실을 숨기거나 왜곡한 것은 절대 없었다는 입장이다. 품목허가 취소 처분에 행정소송 제기를 예고해 사태가 장기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코오롱생명과학 측은 “인보사 주성분인 1액 세포(연골세포)를 활성화하기 위한 유전자 전달체로 사용되는 2액 세포(형질전환된 보조세포)의 유래에 대해 착오했고, 그 사실을 모른 채 품목허가를 신청해 승인을 받았다”면서 “식약처 품목허가 취소 결정까지 이르게 된 점에 대해 인보사를 투약한 환자, 주주,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전한다”고 말했다.

이어 “청문절차에서 품목허가신청서류에 인보사 2액의 성분유래에 대한 기재와 사실과 달랐으나 고의적인 조작이나 은폐를 결코 없었다는 점을 충분히 소명했음에도 불구하고 식약처가 품목허가 취소를 결정한 것에 대해 유감스럽다”면서 “행정소송 제기로 식약처 품목허가 취소처분이 적법한지에 대한 법원 판단을 구할 것이고, 인보사를 필요로 하는 환자에게 제공되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행정소송으로 품목허가 취소 처분을 무력화하는 동시에 미국 임상 3상 재개로 재기를 노릴 것으로 보인다. 인보사 주성분이 뒤바뀐 것이 알려지면서 중단된 미국 임상 3상 재개를 위해 이르면 이달 중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자료를 제출할 예정이다. 다만 7, 8월이 휴가 기간인 것을 감안, 8월 이후가 될 가능성도 있다.

코오롱생명과학 관계자는 “투약환자에 대한 장기추적 조사, 미국 FDA에 의한 임상3상 재개를 위한 협조, 국제적 공신력이 있는 기관이나 전문가를 통해 안전성, 유효성 재확인 등 필요하고 가능한 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해 국민과 투약환자 불안, 의혹이 조기에 해소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정용철 의료/바이오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