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간판도, 30억 뭉칫돈도 소용없는 AI인재 전쟁

차상균 서울대 빅데이터연구원장 "심각한 위기"

차상균 서울대 빅데이터연구원장
차상균 서울대 빅데이터연구원장

국내 최고 대학인 '서울대' 간판도, 30억원 뭉칫돈도 인공지능(AI) 인재 영입에 아무 소용없었다. 서울대 AI 교수진을 구하기 위해 몇 번이나 미국 출장길에 오른 차상균 서울대 빅데이터 연구원장은 최근 또다시 빈손으로 한국으로 돌아왔다.

차 원장은 “유능한 AI 인재를 영입하기 위해 기금 30억원을 만들어 제안했으나 거절당했다”며 “서울대 교수로 와서 5~7년 간 아무것도 신경 쓰지 말고 연구하는데 30억원을 지원하겠다고 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노(NO)'였다”고 토로했다.

차 원장은 AI인재를 영입하기 위해 수차례 미국 출장을 다녀온 뒤 보통의 대학 교수 연봉으로는 인재 영입이 불가능하다는 현실을 깨달았다. 이후 기업인 후원을 통해 AI 기금 30억원을 만들었다. 그러나 이마저도 실패했다.

차 원장은 기금 100억원을 모은 뒤 다시 인재 영입에 도전한다. 그는 “최소 50억원은 있어야 유능한 인재를 국내 대학으로 스카우트할 수 있다”며 “100억원을 목표로 다시 기금을 모으고 있다”고 했다. 차 원장은 내년 문을 여는 서울대 데이터사이언스 대학원에 세계 최고 AI 교수진을 유치할 계획이다.

차상균 서울대 빅데이터연구원장
차상균 서울대 빅데이터연구원장

차 원장은 이런 상황에서 정부 AI 예산이 너무 적다고 밝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한해 AI 대학원에 20억원씩 지원한다. 현재 KAIST, 고려대, 성균관대가 선정됐다. 올해 말 2개 대학이 추가 선정될 예정이다.

차 원장은 정부가 사태의 심각성을 알고, AI 분야 투자를 대폭 늘려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AI 분야 투자도 하지 못하는 나라가 제대로 된 나라라고 볼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지금이 우리나라가 AI와 빅데이터 분야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마지막 '골든타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의 견제로 중국이 다소 주춤하고 있다”며 “미중 갈등이 우리에게는 AI 인재 영입과 인프라 구축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벌어준 셈”이라고 말했다.

다른 국가에 의존하는 국가가 아니라 이끌어가는 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현재가 아주 중요하다고 거듭 밝혔다.

AI와 빅데이터가 모든 분야를 뒤흔들 수 있다고 차 원장은 진단했다. 특히 중국의 성장이 놀랍다고 했다. 차 원장은 “최근 미국 등 해외에서 열리는 주요 AI 컨퍼런스에 참석하면 강연자의 절반이 중국계”라며 “중국이 짧은 시간 내 세계적인 AI 인재를 배출했으며, 이대로 가면 우리나라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어려움에 빠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중국 정부는 2030년까지 AI 분야 세계 정상에 오르겠다는 목표 아래 AI 인재 육성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미국과 중국 정부는 AI 패권전쟁 중이며, 연간 수조 원 규모를 AI분야에 투자하고 있다.

차상균 원장은 서울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전기컴퓨터공학 박사 과정을 마쳤다. 차 원장은 2000년 한국에서 처음으로 실리콘밸리에 실험실 벤처를 설립했다. 이후 글로벌 기업 SAP와의 전략적 인수·합병(M&A)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 신기술 플랫폼 'SAP HANA'를 출시했다.

전지연기자 now2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