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IT기업 문의 쇄도"…반도체·디스플레이 업계 비상체제 돌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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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등 반도체·디스플레이 기업들이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4일부터 일본 정부가 한국에 수출하는 핵심 소재에 대한 허가 심사를 강화하기 때문이다. 각 업체는 소재 재고 확보에 주력하는 한편 고객사 대응에도 본격 나섰다.

◇소재 수입 지연 불가피

일본이 수출 규제 대상에 올린 소재는 포토레지시트, 불화수소, 불화폴리이미드다. 일본 정부의 조치로 이들 소재 수입은 이전보다 시간이 걸리게 됐다. 일본 현지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허가와 심사에 최대 90일이 소요된다. 지연 문제뿐만 아니라 수출 전면 차단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비상이 걸린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 업계는 우선 재고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구매 담당 직원을 일본 내 반도체 재료 공급 업체에 급파하거나 업체별 조직을 꾸려서 대응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되도록 빨리 협력사에 물량을 넘겨 달라고 요청하고 있으며, 수출에 필요한 시간을 단축할 수 있도록 미리 절차 신청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포토레지시트, 불화수소, 불화폴리이미드의 국내 재고 수준은 구체적으로 파악되지 않았다. 단 지난해 11월 기준 국내 반도체용 불화수소 재고량은 2주에 불과했다. 반도체 경기 호조로 공급이 촉박했다.

그러나 올해는 반도체 경기가 하락한 상황이어서 소재 재고는 지난해보다 많아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럼에도 불화수소는 현재 90일을 넘지 않는다는 게 국내 핵심 관계자의 설명이다.

◇해외 고객사 문의 쇄도

고객사 대응도 시작됐다. 일본 소재의 수출 제한에 따른 생산 차질을 우려한 해외 주요 고객사의 문의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최근 고객사에 이메일 서한을 보내 현 상황을 설명하고 앞으로의 대응 방안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세계 D램 시장의 70%를 공급하고 있다. 낸드플래시 점유율은 40%를 넘는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는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가 세계 공급을 주도하고 있다.

삼성과 SK하이닉스 부품이 없으면 애플도 아이폰을 출시할 수 없을 정도여서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 무엇을 겨냥하나

일본 정부가 겨냥한 정확한 수출 규제 품목은 곧 구체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포토레지스트만 해도 불화아르곤(ArF), 극자외선(EUV) 등 종류가 다양해 향후 파장이 다를 수 있다.

한 일본 소재업체 분석에 따르면 정부 규제 강화로 EUV용 포토레지스트의 대 한국 수출이 가장 문제화될 것으로 전해졌다.

EUV는 삼성전자가 반도체 미세화를 위해 도입한 최신 공정이다. 이제 막 상용화가 시작된 기술이기 때문에 소재도 다변화가 돼 있지 않은 가운데 EUV용 포토레지스트 수입에 차질이 생기면 삼성에 직접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반면에 투명폴리이미드는 이번 규제 조치의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소재 업체 고위 관계자는 “삼성 폴더블 스마트폰에 적용되는 투명폴리이미드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윤건일 전자/부품 전문기자 benyun@etnews.com,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