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소송전, 3대 쟁점]〈1〉통신사보다 센 글로벌CP···망품질 관리 책임·능력 충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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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페이스북코리아.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페이스북코리아.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방송통신위원회의 과징금 처분에 불복, 페이스북이 제기한 행정소송 1심 판결이 25일내려진다.

판결은 방통위가 페이스북에 부과한 3억9600만원 정당성 여부를 넘어 인터넷·통신 정책의 방향성을 결정할 정도로 파급효과가 상당할 전망이다.

과거와 달리 글로벌 콘텐츠사업자(CP)와 통신사 간 역학관계가 반전됐다. 글로벌 CP는 망 이용자를 넘어 우월적 지위를 바탕으로 통신 품질까지 좌우하면서 이용자에게 피해를 유발할 수 있는 주체가 됐다.

소송전은 글로벌CP의 서비스품질 관리, 이용자 보호, 성실한 망이용대가 계약 의무를 어디까지 인정하느냐가 핵심 쟁점이다.

규제기관과 CP가 사상 최초로 격돌한 우리나라 소송 결과에 글로벌 규제 당국과 통신·콘텐츠 사업자가 주목한다. 세기의 소송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3회에 걸쳐 주요 쟁점을 짚어본다.

〈1〉통신사보다 센 글로벌CP···망품질 관리 책임·능력 충분

2017년 8월 일본에서 전국 규모 네트워크 장애가 발생해 이용자가 혼란을 겪었다. 일본 최대 통신사 NTT도코모 가입자의 해외 사이트 접속이 불가능했고, 국민 메신저 라인도 먹통이 될 정도였다.

원인은 방대한 데이터 트래픽을 차지한 구글이었다. 구글이 트래픽 접속(라우팅) 경로를 잘못 설정해 엉뚱한 곳으로 데이터를 보내면서 전국단위 네트워크 장애를 유발했다. 구글은 관리 책임을 인정, 서비스 이용장애에 대한 사과문을 발표했다.

글로벌CP가 통신 장애를 유발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으로 회자된다. 글로벌CP는 통신망 이용 고객이었지만, 통신망에 영향을 가하는 주체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페이스북은 과실이었던 구글과 달리 의도적으로 인터넷 접속 경로를 변경해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 통신망에 병목현상을 발생시켜 속도를 늦추는 등 품질 저하를 초래했다.

서울행정법원 심리 과정에서 페이스북이 통신사에 이메일을 보내 라우팅 경로 변경 사실을 확인하고, 품질 개선을 위해 캐시서버를 설치하라고 권유한 사실이 드러났다.

네트워크 품질 결정 권한이 통신사에만 존재한다는 상식이 깨지며, 글로벌CP의 우월적 지위가 드러났다.

하지만 페이스북은 접속경로 변경은 네트워크 효율을 위한 사업전략 일환으로, 이용자 피해를 유발할 의도는 없다고 주장한다. 효과적 접속 경로를 결정하는 것은 사업자 자율이라는 입장으로, 이용자 피해 역시 현저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1심 판결을 글로벌 시장이 주목하고 있다.

페이스북, 유튜브, 넷플릭스 등 글로벌CP는 통신사에 '공짜' 망 이용대가를 요구하는 과정에서 이용자를 볼모로 삼는 일이 빈번했다. 미국과 독일, 프랑스 등 국가에서 망이용대가 협상을 위해 접속경로를 변경하거나, 캐시서버를 차별적으로 공급하는 행위가 논란이 됐지만, 해외 규제기관은 사업자의 문제라면서 적극적으로 규제하지 못했다. 방통위 제재 논리와 과정은 글로벌 시장의 레퍼런스가 될 가능성이 상당하다.

정보통신기술(ICT) 전문가는 “페이스북의 접속경로 변경은 통신사와 글로벌CP 간 역학관계 변화가 중요한 배경”이라면서 “글로벌CP의 품질 관리 능력과 책임 문제에 대해 법원의 합리적 판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