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산 불매” 롯데쇼핑도 실적 타격 불가피

일본계 기업에 대한 불매운동이 점차 격화되며 롯데가 좌불안석이다. 롯데는 '한국기업'이라며 선긋기에 나섰지만 지분구조가 얽힌 롯데쇼핑은 실적에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 정부의 경제보복에 대한 반감으로 국내서 유니클로와 무인양품 등 일본산 소비재에 대한 불매 움직임이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유니클로의 경우 전국 각지에서 1인 피켓시위가 벌어질 정도로 소비자의 반감이 커진 상태다.

불매운동에 따른 매출 감소가 현실화될 경우 유니클로 한국법인 에프알엘코리아의 지분 49%를 보유한 롯데쇼핑도 직접적인 타격을 받게 된다.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영플라자 내에 입점한 유니클로 매장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영플라자 내에 입점한 유니클로 매장

2018년 회계연도 기준 한국 유니클로가 롯데쇼핑에 지급한 배당금은 465억원 규모다. 유니클로는 실적 호조로 여유자금이 늘어나자 주당 배당금을 전년대비 5000원 이상 상향조정했다. 회계에 반영되지 않은 기말 배당금을 포함하면 롯데쇼핑이 지난 일년간 유니클로에게 받은 배당금만 544억원에 달한다.

이뿐만 아니다. 롯데쇼핑이 지난해 유니클로에게 받은 임대료는 307억원 규모다. 판관비·용역비 등 기타비용 명목으로도 144억원을 챙겼다. 유니클로 국내 187개 매장 중에 롯데백화점 등 그룹 유통채널에 입점한 매장수는 60개에 달한다.

유니클로는 2005년 롯데백화점 영등포점·인천점, 롯데마트 잠실점에 점포를 내며 사업을 시작해 지금까지 롯데의 유통 그룹망을 중심으로 점포를 꾸준히 확장해왔다. 유니클로의 온라인스토어 역시 롯데e커머스 사업본부가 운영을 맡고 있다.

유니클로의 성장세는 롯데쇼핑의 재무구조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롯데쇼핑의 에프알코리아 지분법 평가손익은 921억원이다. 전체 지분법 손익 규모가 934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절대적 비중을 차지한다.

롯데쇼핑이 보유한 한국 유니클로 지분 49%의 장부금액 가치도 지난해 3052억원으로 전년(2497억원) 대비 수직상승했다.

그러나 유니클로에 대한 불매운동으로 리스크가 장기화될 경우 롯데가 보유한 지분 가치도 낮아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일본으로 자금유출에 대한 부담여론으로 에프알엘코리아가 올해부터 배당성향을 축소할 경우 롯데쇼핑은 실적에서 직접적인 타격을 입게 된다.

지난해 영업이익이 25.5% 줄며 영업외손익으로 당기순익을 충당했던 롯데쇼핑 입장에선 이번 불매운동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롯데쇼핑의 자회사인 패션기업 롯데지에프알 역시 순매출의 2.2%를 일본 나이스그랍에 상표권 로열티로 지불하고 있어 이번 불매운동에서 자유롭지 않다.

국내 34개 점포 중 절반에 달하는 17개 점포가 롯데백화점·마트·몰에 입점해있는 일본 생활용품 기업 무인양품 역시 불매운동의 후폭풍이 염려되는 상황이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유니클로 온라인스토어는 롯데 이커머스가 운영을 대행하며 수수료를 수취하는 구조”라면서 “아무래도 합작법인인 만큼 리스크가 발생하면 일부 영향을 받을 수는 있겠지만 큰 타격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