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와중에" 中, 한국 반도체 인력 빼내기…푸젠진화, 삼성·하이닉스 경력자 타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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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젠진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R&D 경력 인력 채용 공고. <사진=푸젠진화 공식 홈페이지 갈무리>
푸젠진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R&D 경력 인력 채용 공고. <사진=푸젠진화 공식 홈페이지 갈무리>
푸젠진화 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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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핵심 소재 수출 규제를 통해 국내 반도체 업계를 흔들고 있는 가운데 중국 반도체 업체 푸젠진화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연구인력 영입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중 무역분쟁으로 D램 양산에 차질을 빚었던 중국이 '반도체 굴기'를 꺾지 않으면서 핵심 기술 유출에도 긴장을 늦출 수 없게 됐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푸젠진화는 지난 4월 말부터 자사 웹사이트에 D램 연구개발(R&D) 경력사원을 약간 명 채용한다고 공고했다.

푸젠진화가 경력 요건으로 제시한 것은 '10년 이상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서 엔지니어로 근무한 경험'이다. 채용은 아직 진행 중이다. 푸젠진화는 국내 연구개발 경력사원을 중국 푸젠성 동남부 취안저우시에 배치해 미세화 D램 연구 개발에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채용공고에는 'D램 1x나노(㎚) 연구 경험'도 함께 언급됐다. 1x나노는 10나노대 공정에서 가장 처음 만들어진 D램을 뜻한다. 10나노 범위마다 공정 고도화에 따라 x, y, z, a 등 단계로 나누는데, 삼성전자는 지난 3월 3세대 격인 1z D램 개발에 성공했다고 밝힌 바 있다.

푸젠진화 공장 조감도(자료: 푸젠진화 홈페이지)
푸젠진화 공장 조감도(자료: 푸젠진화 홈페이지)

또 D램 제조 핵심 공정인 CVD(화학기상증착법), PVD(물리기상증착법) 공정 연구 경험이 있는 사람도 뽑는다. CVD, PVD는 반도체 웨이퍼 위에 얇은 막을 씌우는 증착 작업이다. 웨이퍼 위에 층층이 여러 회로를 새겨야 하는 반도체 특성 상 반드시 필요한 과정에 속한다.

그간 중국이 반도체 굴기를 위해 국내 핵심 인력을 몰래 빼간다는 소문은 파다했다. 그러나 채용공고에 특정 회사 이름까지 언급하면서까지 경력자 채용을 진행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푸젠진화는 미국의 경제보복 조치에 직격탄을 맞은 업체다. 이 회사는 미국 마이크론과의 지식재산권 침해 소송에서 패소, 지난해 10월부터 미국 기업과 거래가 끊겨 존폐 위기에 이르렀다는 분석이 많았다. 국제 정세가 푸젠진화에 유리하지는 않지만 한국 인력을 영입하면서 반도체 굴기 불씨를 이어가는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업체들이 미·중 무역분쟁으로 신규 설비 투자에는 어려움이 있겠지만 인력 보강 등으로 어떻게든 회사를 꾸려가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또 “그들의 기술이 1x 수준에 도달했거나 삼성전자의 수년 전 기술인 1x를 언급하면서 인력 빼가기 논란을 피하기 위함으로 보여진다”고 덧붙였다.

푸젠진화 외에 다양한 중국 반도체 업체들이 사업 확대를 늦추지 않는 분위기다.

창신메모리테크널러지(CXMT)는 연내 중국 내 첫 메모리 제품인 PC용 D램 메모리 초도 양산을 준비하고 있다. 중국 반도체 시장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중국 팹리스 업체 기가디바이스와 협력해 만들었으며, 25나노 공정으로 연내 2만4000장 웨이퍼를 투입해 올해 말 양산할 준비를 하고 있다”며 “내년 1분기를 목표로 모바일용 메모리 양산에도 도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낸드플래시 연구 개발을 해왔던 칭화유니그룹도 최근 D램 사업그룹을 신설하고 개발에 뛰어들었다.

최근 일본이 핵심 소재 수출을 규제하는 와중에, 중국이 반도체 D램 제조 기술 확보에 나서면서 대비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반도체 제조 기술이 '국가 핵심 기술'로 지정돼 있는 만큼, 원천 기술이 유출되면 국내 반도체 수출에 큰 타격을 입힐 수 있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는 최근 이 같은 기술 유출을 우려해 산업기술유출방지법(산기법) 개정을 국회에 요청하면서 “정부 관련 기관이 보유한 국가 핵심 기술에 대한 정보는 비공개로 추진하고, 전문인력 전직을 제한하는 한편 비밀유지계약 체결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낸 바 있다.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