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 도입 속도내는 패션·뷰티업계, 피팅·메이크업도 가상으로

패션·뷰티업계가 증강현실(AR) 기술 도입에 속도를 낸다. 온라인 구매가 늘면서 가상피팅 서비스를 원하는 수요가 점차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오프라인에서도 소비자 번거로움을 줄여줄 수 있는 서비스 혁신의 일환으로 각광받는 추세다.

구찌앱 AR 서비스
구찌앱 AR 서비스

9일 업계에 따르면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구찌는 이달 1일 자사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에이스 스니커즈 제품을 가상으로 착용해볼 수 있는 AR 기술을 공개했다. 소비자는 원하는 신발을 고른 뒤 카메라에 발에 비춰 가상으로 착용해 볼 수 있다. 맘에 들면 곧바로 온라인을 통해 구매도 가능하다.

자라(ZARA)는 매장에서 카메라를 비추면 옷을 착용한 모델이 가상으로 나타나는 AR 쇼핑 도우미앱을 선보였고, 나이키는 AR을 통해 고객의 발 치수를 스캔하고 신발 사이즈를 추천해주는 서비스를 내놨다.

이처럼 글로벌 패션업계가 AR 서비스 도입에 공을 들이는 것은 소매업에서 AR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오는 2022년 소매업 내 AR시장 규모는 약 12억 달러로 성장해 전체에 5%를 차지할 것으로 추산된다. 직접 입어 볼 수 없다는 온라인 쇼핑의 단점을 AR로 극복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다. 고객의 구매 의사결정을 높여 매출 성장도 꾀할 수 있다.

화장품 업계도 스마트 뷰티 바람이 한창이다. 글로벌 1위 화장품기업인 로레알은 안면 매핑 기술을 활용해 여성들이 가상으로 로레알 화장품을 발라볼 수 있는 '메이크업 지니어스' 앱을 도입했다. 기능 강화를 위해 지난해 3월 관련 기술 스타트업 '모디페이스'도 인수했다.

온라인 채널 위주로 소비가 집중되면서 로레알은 AR을 활용한 가상 메이크업 서비스를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았다. 실제로 로레알의 온라인 매출 신장률은 2017년 33.6%, 2018년 40.6%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자라(ZRRA) AR 앱
자라(ZRRA) AR 앱

이 같은 글로벌 패션·뷰티시장의 AR 도입 흐름에 따라 국내에서도 AR을 도입하려는 시도가 점차 늘고 있지만, 글로벌 기업과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그마저도 일회성 이벤트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LF는 정부의 섬유패션활성화사업 지원을 받아 지난해 12월 LF몰에서 3D 가상피팅인 'LF 마이핏' 서비스를 선보였지만 6개월 만에 종료했다. LF 관계자는 “아직까진 기술의 정확도가 떨어지고 원하는 서비스를 구현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 라네즈가 선보인 가상 메이크업 앱인 '뷰티미러'와 제이에스티나의 'AR 선글라스 피팅 서비스'도 단발성 이벤트에 그쳤다. 아직 국내 AR 시장이 걸음마 단계인데다 개발에 들어가는 비용과 시간도 만만치 않다.

다만 국내 업체들은 AR 개발 환경이 점차 개선되면서 AR 도입 또한 가속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표적인 AR 개발 도구인 애플 AR키트와 구글 AR코어도 진화된 서비스를 꾸준히 내놓고 있다.

방현우 어반베이스 CTO는 “국내 기업들은 AR 도입의 필요성은 알고 있지만 개발에 드는 시간과 비용 등의 문제로 쉽사리 AR 개발에 착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그러나 AR 개발 도구가 발전하고 질 높은 AR 서비스 API를 개방하는 회사들도 늘고 있는 만큼, 국내서도 AR 서비스 도입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