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페이 결제단말기, 중국 저가 제품 보급 '현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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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직접 구매에 착수한 제로페이 결제단말기(QR리더) 시장이 중국산 저가형 제품 독식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샤오미가 보급 중인 QR리더나 중국산 완제품을 들여오는 패키징 저가제품이 아니면 정부가 책정한 대당 2만5000원 가격을 맞추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미 제로페이 정부 일괄구매 공고에 맞춰 일부 국내 제조사가 중국산 제품을 들여와 입찰 제안을 타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소상공인 간편결제 추진사업단이 나라장터에 '제로페이 QR리더 제작 및 공급 용역(긴급)' 공고를 냈다.

3만6200개 리더를 정부 입찰로 일괄 구매하는 사업이다. 11일까지 공고를 거쳐 17일 제안서 평가를 통해 최종 확정한다.

문제는 기기당 2만5000원 수준 가격을 책정, 현실적으로 국산제품 단가를 맞출 수 없다는 점이다. 공급단가를 맞추기 위해서는 중국산 제품을 들여오거나 부품을 대부분 들여와 조립해서 납품할 수밖에 없다는 게 관련 업체 설명이다.

이런 상황은 국내 단말기 제조사들이 시장 경쟁에서 밀려난 것과도 맞물린다.

실제 국내 대표 단말기 제조사 중 하나인 대합은 도산했고, 광우정보통신은 중국 팍스테크놀러지에 인수됐다. 국내 주요 제조사조차 저가 공세를 이기지 못한 것이다.

남아있는 국내 제조사도 중국 제품을 모듈화해 판매하거나 제품 케이스만 바꿔 시장에 보급하는 상황이다.

편의점 결제단말기 보급 1위 사업자 에스씨에스프로 관계자는 “중국산 저가 제품이 기술면에서 오히려 한국산 제품을 압도하고 있다”면서 “기능과 가격 면에서 이미 중국이 한국단말기 결제 시장을 장악했고, 이 상태가 유지되면 향후 결제 하드웨어 시장에서 한국은 낙오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로페이 사업을 타진 중인 국내 제조사도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중국산 제품을 들여와 보급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정부 납품가로는 국산 제품을 제조할 수 없고, 단가에도 한참 못 미치기 때문이다.

한 밴사 관계자는 “국산 제품이어야 한다는 입찰 기준도 없고, 정부 단가를 맞출 방법은 중국산 제품 외에는 없다”면서 “향후 AS나 보안 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향후 교체나 업그레이드 등 수요까지 중국기업에 넘어갈 공산이 크다. 결제 인프라 자체가 중국에 좌지우지될 수 있다.

이에 따라 업계는 국산 제조시장을 보호하기 위한 조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 제조사 관계자는 “부가세 포함해서 2만5000원, 부가세를 제외하면 2만2500원 이하로 제안 가능한 국산 QR리더 제품은 현재로서는 없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와 관련 중기부 관계자는 “입찰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없다”면서 “공정한 입찰로 제품을 선정하겠다”고 말했다.


[표]제로페이 QR리더 제작·공급 사업(자료:조달청 나라장터)

제로페이 결제단말기, 중국 저가 제품 보급 '현실로'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