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기후변화 대책도 인센티브에 반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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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남서쪽으로 약 550㎞ 떨어진 우기누르 숨 지역을 방문했다. 영수증 미출력을 통해 조성한 기금으로 나무를 심는 '페이퍼리스 조림 사업'의 일환이었다. 몽골 하면 흔히 드넓은 초원과 끝없이 펼쳐진 지평선, 손 뻗으면 닿을 듯한 푸른 하늘을 떠올리지만 그런 모습은 이제 찾아보기 어렵다. 지난 30년 동안 몽골은 기후 변화로 인해 호수 1166개, 강 887개, 샘 2096개가 사라졌다. 사막화로 터전을 잃은 유목민들은 전체 몽골 인구의 20%에 이른다.

남광희 한국환경산업기술원장.
<남광희 한국환경산업기술원장.>

우기누르 숨 지역 나무심기 활동의 특징은 지역 주민의 경제성 인센티브를 결합한 점이었다. 일명 '비타민 나무'로도 불리는 산자나무 10만5000그루를 우기누르 숨 지역에 심는 사업이다. 비타민나무 열매는 비타민C가 풍부해 주스, 와인 등의 원료로 수출되고 있는 몽골의 대표 고소득 작물이다. 사막화로 주거지를 잃고서 생계를 위협받고 있는 유목민의 정착을 돕고, 비타민나무와 열매 재배를 통해 안정된 소득원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어느 때보다 주민의 참여가 적극성을 띠었고, 많은 관계자가 행사 이후에도 우리에게 진심 어린 감사를 표현했다. 경제성 인센티브의 정책 효과를 엿볼 수 있었다.

세계기상기구(WMO)가 발표한 '세계 기후상태 연례 보고서(2018년)'에 따르면 2017년 전 세계 누적 탄소배출량은 1조톤을 넘어섰다. 지난해 홍수, 가뭄 등 기상 이변으로 6200만명이 피해를 봤으며, 1998년 이후 기후변화로 피해를 본 사람들은 약 45억명에 이른다. 최근 큰 문제가 되고 있는 미세먼지도 기후변화로 인한 대기 정체 현상에 밀접한 영향을 받고 있다.

지난해 인천 송도에서 열린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는 지구 평균 온도 상승치를 1.5도로 억제하기 위한 보고서를 만장일치로 승인했다. 우리나라 역시 '2030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을 수립하고 다양한 기후변화 대응 정책을 강구하고 있다. 이와 함께 우리는 좀 더 실효성 있는 대책을 위해 경제성 인센티브를 효과 높게 활용하는 정책 확대가 필요하다.

기후 분야의 대표 인센티브 정책 성공 사례로 유럽연합(EU)의 탄소배출권거래제(ETS)를 들 수 있다. ETS는 시장 경제 메커니즘을 적용해 기업이 배출권을 통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EU는 2005년 ETS 도입 이후 2017년 온실가스 배출량이 2005년 대비 26% 감소했다고 밝혔다. 산업계의 탄소 배출 저감 노력과 재생에너지 활용으로 EU의 목표치인 21%를 상회하는 성과를 달성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EU 제도를 벤치마킹해 2015년부터 ETS를 도입, 온실가스 문제 해결은 물론 미래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기제로 발전시키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 밖에도 정부는 국민의 저탄소·친환경 생활을 유도하기 위해 다양한 인센티브를 활용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대표 정책이 '그린카드'다. 그린카드는 저탄소·친환경 제품 구매, 대중교통 이용 시 현금처럼 쓸 수 있는 에코머니 포인트를 제공하는 제도다. 저탄소 제품을 그린카드로 결제하면 최대 24%가 적립되고, 대중교통 이용 시 월 1만원까지 적립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그린카드 출시 이후 7년 동안 총 1848만장이 발급됐다. 누적 매출 60조원을 통해 이산화탄소 458만톤을 감축하는 성과도 거뒀다. 이처럼 인센티브를 추구하는 인간의 본성과 환경을 지킨다는 자부심이 연계될 때 정책 효과는 큰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다.

'인간은 인센티브에 반응한다'는 명제는 비단 경제 교과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2018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윌리엄 노드하우스 미국 예일대 교수는 기후변화에 대응해서 행동하게 하려면 인센티브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노드하우스 교수 의견처럼 환경도 지키고 경제 혜택까지 받는다면 일거양득의 즐거움까지 누릴 수 있을 것이다.

남광희 한국환경산업기술원 원장 khnam03@keit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