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1조 투자, 재생의료 대형 R&D 사업 추진..인보사 후폭풍 넘을까

글자 작게 글자 크게 인쇄하기
메디포스트 연구원이 줄기세포 치료제 카티스템을 들어보이고 있다.
<메디포스트 연구원이 줄기세포 치료제 카티스템을 들어보이고 있다.>

정부가 10년간 1조원 규모 재생의료 연구개발(R&D) 사업을 추진한다. 내달 예비타당성 조사를 신청, 이르면 2021년부터 사업에 착수한다는 계획이다. '인보사 사태' 이후 재생의료 분야 침체된 분위기를 전환, 첨단 바이오 기술 확보를 재개할 지 주목된다.

11일 정부기관에 따르면 보건복지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내달 최대 10년간 1조원 규모 재생의료 전주기 R&D 사업 예비타당성 조사를 신청한다. 재생의료 분야에서 연간 1000억원을 투입하는 사상 최대 규모 사업이다. 예산을 얼마나 확보할지 관건이다.

이번 사업은 줄기세포·유전자·조직공학 치료기술 등 재생의료 전반 임상 연구 수준을 확보하고, 결과물인 치료제를 개발하는 게 핵심이다. 살아있는 세포를 주입해 손상된 조직을 재생하거나 문제 있는 유전자를 편집하는 기술, 장기 대용품을 만들어 이식하는 기술 등 첨단 바이오 기술을 망라한다.

희귀질환이나 암 등 난치성 질환 치료제 개발에 맞출 것으로 보인다. 면역 항암제, 유전자 편집기술을 활용한 희귀질환 치료제를 포함해 인공장기까지 최근 세계가 막대한 R&D 자원을 쏟아 붓는 영역이다.

복지부와 과기정통부는 바이오산업 특성을 고려한 연속성과 R&D 효율성을 예타 심사에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매년 재생의료 분야에 500억~600억원 규모 예산을 투입했다. 기존 과제와 차별성을 강조하기 위해 그동안 기초·원천 기술개발(과기정통부), 중개임상(복지부) 등으로 분절된 R&D를 범부처 차원에서 전주기 통합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배홍철 복지부 보건의료기술개발과 사무관은 “이번에 기획한 사업은 일몰 후 종료되는 사업 한계를 극복하고, 부처 간 따로 진행하던 사업을 전주기 지원한다는 점에서 차별성이 있다”면서 “재생의료 기술을 활용해 치료제를 개발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고 말했다.

8월 예타 신청 후 예산 확보가 수월히 진행되면 2021년부터 착수한다. 초대형 R&D 사업과 함께 규제·제도 개선도 병행한다. 현행 약사법에 따르면 최소조직 범위를 넘어 세포 배양, 증식, 조작 등 과정이 들어가면 의약품으로 규정, 장기적이고 대규모 임상시험을 거쳐 의약품으로 인허가를 받아야 한다. 까다로운 규제로 연구 목적 임상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을 중심으로 내년 상반기 안에 규제 개선과 중장기 발전 방안까지 도출한다.

미, 중, 한국 재생의료 분야 임상시험 건수(자료: 보건산업진흥원)
<미, 중, 한국 재생의료 분야 임상시험 건수(자료: 보건산업진흥원)>

산업계는 침체된 국내 재생의료 영역에 분위기를 전환할 기회로 기대한다. 2000년대 초 '황우석 사태' 이후 줄기세포, 유전자 치료 등 재생의료 분야는 잃어버린 10년을 겪었다. 2010년대 들어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은 관련법을 제정, 국가 차원에서 육성을 시작했다. 우리나라도 연간 500억원 이상 R&D 예산을 투입하는 등 추격을 시도하지만, 규제와 R&D 투자가 부족한 현실이다.

최근 코오롱생명과학 '인보사 사태'는 제2 도약을 준비 중인 재생의료 업계에 찬물을 끼얹었다. 재생의료 산업 육성과 관리방안을 담은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안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역시 국회 통과가 유력했지만 인보사 사태 이후 법사위에 계류 중이다.

줄기세포 업계 관계자는 “재생의료 분야는 향후 10년간 5배 이상 성장할 정도로 유망한 영역이지만, 우리나라는 규제로 연구 목적 임상도 제약이 있는데다 환자 역시 일본 등 해외로 나가 시술 받는 불편까지 있다”면서 “이번에 대규모 예타사업과 규제 개선 움직임은 인보사 사태 이후 침체될 수 있는 산업계에 분위기를 전환할 기회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용철 의료/바이오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