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케어x블록체인…'환자' 중심 의료 데이터 구축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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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중심 의료데이터 구축 해법으로 '블록체인'이 떠오른다. 그동안 환자 정보 활용과 보호 가치 간 충돌이 심했다.

병원을 포함해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이 블록체인을 이용해 진료부터 수납까지 환자 정보를 개인이 관리하는 체계를 구축한다. 데이터 주권을 특정 기관이 아니라 개인에게 부여한다는 점에서 의료 정보 패러다임 변화가 시작된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메디블록, 서울시의료원 등은 블록체인 기술을 개발·도입해 환자 참여형 의료정보 플랫폼 구축을 시도한다.

현재 의료정보 시스템은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운영된다. 중앙 집중형 데이터 관리로, 의료정보 교류와 활용에 제한이 있고 허위 보험청구 등으로 인한 비용 손실이 발생한다. 헬스케어 업계는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한 의료 데이터 보관, 처리, 공유를 활성화해 환자 중심 의료정보시스템으로 새로운 방안을 모색한다.

대표적으로 메디블록은 내달 블록체인 기반 간편 보험청구 서비스 '메디패스'를 출시한다. 메디패스는 실손보험 청구를 위한 서비스로, 기존 진료비 수납 과정에서 발생하는 종이 영수증의 불편함을 없앤다. 의료기관에서 환자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영수증을 전달하고, 환자는 모바일로 보험사에 영수증 정보를 보내 보험비를 청구한다. 궁극적으로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환자 의료 정보를 관련 주체인 병원-환자-보험사로 분산하고 환자는 자신의 데이터 주권을 가져 투명성을 높인다.

이은솔 메디블록 대표는 “블록체인 기반 실손 보험 청구 서비스는 환자 중심 데이터와 편의성을 모두 갖춘 첫 단추로 의미가 있다”면서 “의료기관에서도 환자 만족도를 중시하는 만큼 향후 더 많은 의료기관과 협업해 서비스 범위를 확장할 것”이라고 전했다.

의료기관에서도 개방과 안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 블록체인 기반 환자 중심 의료 생태계를 구축한다. 서울의료원은 '블록체인 기반 스마트 병원 서비스'를 위한 시스템을 준비 중이다. 전자 처방전 전달, 재증명 발급, 실손보험 청구 과정 등 개인이 중심이 되는 통합의료정보플랫폼을 만든다.

정상경 서울의료원 의료정보팀 팀장은 “블록체인을 활용하는 이유는 결국엔 정보 주권이 환자에게 투명하게 분산되야 한다는 취지”라면서 “데이터 위·변조를 방지하고 검증할 수 있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향후 병원 예약, 수납, 보험 청구 등 환자가 거치는 일련의 과정을 스마트 앱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통합 시스템 구축이 목표”라고 말했다.

블록체인은 의료정보를 기록·관리하면서 위·변조가 불가능해 개인정보 유출 우려의 대안으로 떠오른다. 아직은 초기 단계인 만큼 의료법상 의료데이터 보존뿐만 아니라 폐기에 관한 법률적 검토도 필요하다. 이어 '참여'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한 블록체인에 대한 낮은 이해도와 부정적 대중 정서, 다수 기관이 관여하는 상호 기술 호환성 역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한현욱 차의과학대학교 정보의학교실 교수는 “블록체인 기술은 건강 정보 관리, 보험청구·심사프로세스 효율화, 의료기기·약물 유통 채널 추적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이지만 아직까지 해결해야 할 과제는 많다”면서 “블록체인 간 협의된 정보 표준화 용어 체계가 부족하고 구현된 프로그램이 상이해 데이터 교환을 위한 표준 프로토콜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다교기자 dk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