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스마트팩토리가 성공하기 위한 전제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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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논단]스마트팩토리가 성공하기 위한 전제조건

전통 제조 강국인 독일, 미국, 일본은 제조업의 경쟁력과 부가 가치를 높이기 위해 각자의 상황을 고려한 제조업 부흥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독일은 전통 강점인 기계 산업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해 부가 가치를 증대시키고, 미국은 정보기술(IT) 산업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인공지능(AI)·클라우드를 활용해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하고 있다. 생산 요소 기술 기반으로 제조 현장을 꾸준히 개선해 온 일본은 사물인터넷(IoT)과 데이터를 활용, 혁신의 깊이를 더하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 기업들은 스마트팩토리로부터 무엇을 얻으려 하는 것일까. 세계 최고의 IT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지만 4차 산업혁명 경쟁력이 10위 밖이라는 사실은 시사점이 크다. 스마트팩토리 도입 공장 수나 ICT 경쟁력도 중요하지만 우선 스마트팩토리 구축을 통해 우리가 이루고 싶은 것을 제대로 정의하고 그에 맞는 추진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

스마트팩토리 추진을 위해 반드시 고려해야 할 몇 가지 사항을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스마트팩토리는 제조 현장뿐만 아니라 개발을 포함한 전체 밸류체인(가치 사슬; 기업 활동에서 부가가치가 생성되는 과정) 혁신을 지향해야 한다. 스마트팩토리 범위를 제조 현장으로 국한한다면 성과 역시 제한될 수밖에 없다. 전체 밸류체인에서 디지털화를 통해 새로운 기회를 발굴해야 한다. 상품 기획 및 개발 단계에서 인공지능(AI)을 포함한 데이터 활용 방안 모색이나 개발 단계에서 가상 검증 기술을 활용해 양산 이슈를 예측하고 해결하는 사례는 이미 많이 보고되고 있다. 또 부품 공급 망과의 정보 동기화를 통해 재고를 최소화하면서 고객에게 적기에 제품을 공급한 사례도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에어버스는 개발과 생산은 물론 글로벌 1만2000여개 협력사의 정보를 동기화했다. 또 현실의 기계나 설비 등을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결과를 예측할 수 있는 디지털 트윈을 활용, 생산성과 품질을 검증해 항공기 개발 기간을 대폭 단축했다.

둘째 스마트팩토리는 경영 성과와 연계된 핵심성과지표(KPI)의 혁신 향상을 목표로 해야 한다. 세계경제포럼(WEF·일명 다보스포럼)은 최근 세계 제조업의 미래를 선도할 글로벌 등대공장 선정 시 적용한 기술이 아니라 경영 성과의 실질 향상 정도를 주요한 척도로 평가했다. 수율, 설비가동률 등과 같은 제조 KPI를 비롯해 개발·마케팅·SCM 영역의 목표도 함께 고려해 혁신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목표가 경영 성과와 강하게 연계되지 않는다면 경영진 및 구성원의 지지는 물론 긴 여정을 지속할 동력을 얻기 어렵다.

셋째 스마트팩토리는 긴 여정이다. 작은 규모로 빨리 시도해 보자. '크게 생각하고 작게 시작해서 빨리 배워라(Think big, Start small, Learn fast)'는 스마트팩토리를 추진할 때 금과옥조로 삼아야 할 말이다. 아직 검증 단계에 있는 많은 기술을 대규모로 동시에 도입하는 것은 상당한 리스크가 있다. 테슬라의 자동화 실패 사례에서 배울 점은 작은 단위의 시도를 빠르게 진행해서 시행착오를 겪고 검증된 사례들을 신속하게 확산시키는 전략이 유용하다는 것이다. 필자가 방문한 독일 시스템 반도체 회사 인피니언은 공장의 완전 무인화를 위해 장기 로드맵을 수립하고 6단계에 걸친 혁신 활동을 10년 넘게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 경영진의 강력한 혁신 의지가 있었기에 가능한 대목이다.

마지막으로 스마트팩토리는 현장 전문가와 데이터 전문가가 함께 만들어 가야 한다. 포스코는 숙련공의 노하우를 디지털화하기 위해 현장 전문가와 데이터 전문가가 3년 이상 꾸준히 연구, 핵심 공정의 디지털화에 성공했다. 이를 통해 생산성과 품질 향상을 이뤄 내기도 했다. 데이터 분석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결국 현장 노하우를 갖춘 전문가의 참여 없이는 의미 있는 결과 도출에 한계가 있다. 소수의 데이터 전문가에게 의존하는 형태로는 결코 제조업의 디지털화를 이룰 수 없다. 회사는 전체 구성원이 디지털 사고 방식과 관련 역량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전사 차원에서 디지털 전환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스마트팩토리는 제조 경쟁력 향상을 위해 추진을 지속해야 하는 혁신의 여정이자 지향점이다. 단기 성과에 매몰돼 신기술 도입에만 치중하는 것을 경계하고 전체 조직이 동일한 지향점을 갖고 끊임없이 실행하는 혁신 프레임으로 인식해야 할 것이다.

홍순국 LG전자 소재/생산기술원장 사장, mfginnovation@lg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