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돈 들인 장애인용 전기차 충전소 '57% 부적절'...국가기준 無

제주도 내 교통약자용 전기차 충전소 중에 57%는 부적절하게 설치됐다는 장애인 당사자들의 조사 결과가 나왔다. 미국 등 선진국과는 달리 장애인용 충전설비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제주장애인인권포럼은 12일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 5∼6월 장애인 당사자 4명이 도내 교통약자용 전기차 충전기 51기에 대해 모니터링한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부적합한 항목이 하나라도 있는 곳이 29기(56.9%)였으며, 모든 항목을 만족한 곳은 22기(43.1%)로 나타났다.

미국의 장애인용 전기차 충전시설.
미국의 장애인용 전기차 충전시설.

항목별로 보면 접근성에서는 유효 폭을 제대로 확보한 곳이 41기(80.4%), 미확보된 곳이 10기(19.6%)였다.

바닥표면의 경우 37기(72.5%)는 '적절', 14기(27.5%)는 '부적절'한 것으로 조사됐다. 부적절한 사례로는 보도블록이 울퉁불퉁하거나 잔디밭 위로 보도블록을 쌓은 경우, 바닥 블록이 파손된 경우 등이다.

전기차 충전소 주차장에 장애인이 접근 가능한지는 장애인주차장 규격(가로 3.3m, 세로 5m)을 기준으로 조사했는데, 9기(17.7%)는 정해진 규격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충전기 사용 가능 여부 조사에서는 수동케이블의 경우 바닥에 방치되는 일이 많아 휠체어 이동을 방해하고 2차 고장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이 지적됐다. 버튼이 작동하지 않은 곳, 충전 케이블이 고장 난 곳도 각 3기 있었다.

또한 충전 가능한 차종 설명은 모든 충전소에 갖춰져 있었지만, 3기는 사용방법에 대한 안내가 붙어있지 않았다.

포럼은 “2016년에 도내 전기차 충전소 402기를 조사했으나 장애인이 접근 가능한 충전기는 한 곳도 없어서 문제를 제기했다”며 “이후 제주도가 교통약자를 위한 충전기 설치사업을 추진해 복지 시설과 등에 설치됐으며 올해도 추가 설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포럼은 “현재 교통약자용 전기차 충전소에 대한 설치기준과 규격이 제도화되지 않은 상태”라며 “기준과 규격을 정하고 사용자의 입장에서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경우 2014년부터 미국장애인편의증진법(ADA)에 따라 전체 주차장 면적에 전기차 충전시설을 갖춘 장애인 주차면적을 1:50 비율에 해당하는 2%로 규정하고 있다. 이와 함께 장애인 전용 전기차 주차장 별로 휠체어 이동 및 회전을 고려해 152cm 크기의 별도의 공간을 확보하도록 했다. 완·급속 충전기 제품 규격도 장애인 전용 제품을 사용한다. 휠체어에 탄 상태에서 충전기 운영이 가능하도록 충전케이블과 충전기를 지상 38~120cm사이에 위치시키도록 했으며 충전기와 휠체어 사이 공간은 최대 25cm를 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박태준 자동차 전문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