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페이 SPC, 연내 설립 '불투명'...추진 계획 모두 올스톱

제로페이 SPC, 연내 설립 '불투명'...추진 계획 모두 올스톱

소상공인 간편결제 제로페이 전담 운영법인(SPC)의 연내 설립 계획이 무산됐다. 금융사 대상의 SPC 출범에 필요한 출연금 모집도 사실상 모두 중단됐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까지 SPC 연내 설립을 공표했지만 SPC 재원 일부를 민간 자금으로 끌어들이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론의 포화가 집중됐다. 이로 인해 중기부 등 유관 부처는 아예 SPC 진행 사업에 손을 떼는 등 모든 계획을 중단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14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8월 출범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던 제로페이 SPC 설립 작업이 사실상 모두 중단됐다.

지난달 중기부는 제로페이운영법인설립 준비위원회를 발족시키고 금융사에 SPC 구성에 필요한 재원 협조를 요청했다. 모든 시중 은행에 약 10억원의 출연금 협조 공문을 발송했다. 그러나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중기부 등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정책 목적 달성에 필요한 재원을 민간에 떠넘긴다는 따가운 부정 여론이었다.

본지 확인 결과 이후 제로페이 SPC 재원 마련과 인력 충원 등 제반 작업이 모두 중지됐다. 은행 등 출연금 협조를 받은 금융사들도 악화된 여론에 부담을 느껴 모두 SPC에 참여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한 대형 은행 고위 관계자는 “정부도 그렇고 은행도 서로 여론에 부담을 느끼고 SPC 출범에 대한 협의를 전혀 하지 않고 있다”면서 “이 상황에서 금융사가 재원을 출자할 경우 국민 정서상 뭇매를 맞게 될 상황이어서 참여를 아예 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귀띔했다.

중기부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당초 재원이 마련되면 제로페이 운영에 필요한 인력 충원과 재단 설립에 필요한 제도 마련, 사업 이양 작업을 추진할 예정이었지만 전부 중단했다.

제로페이 관계자는 “국내 금융사들이 여론이 악화되자 모두 발을 뺐다”면서 “주무 부처도 내부적으로 금융사의 재원 출연을 더 이상 강행하지 않기로 결론을 내렸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당초 중기부는 지난달 26일까지 출연금 규모 등을 확정해 달라고 금융사에 통보했다. 그러나 이후 민간 자금 출연 요청 사실이 알려지면서 금융사 협의를 모두 중단한 상태다.

제로페이 SPC, 연내 설립 '불투명'...추진 계획 모두 올스톱

이로 인해 올해 제로페이 SPC 설립은 사실상 좌초됐다. 제로페이 사업을 모두 민간으로 이양하려던 작업이 멈추면서 제로페이 확산 계획도 줄줄이 연기되거나 차질을 빚게 됐다. 온라인 제로페이 플랫폼을 만들려던 계획도 논의가 중단된 상태고, 콜센터를 제외한 SPC 인력 충원 계획도 연기됐다.

SPC 설립에 대한 국회 조사도 시작됐다. 자유한국당 등이 제로페이 SPC와 관련해 강도 높은 자료 요청 등 조사를 시작, 올 하반기 국정감사에서 최대 쟁점으로 떠오를 공산이 큰 것으로 보인다.

제로페이 관계자는 “최근 국회에서 제로페이 관련 자료 요청과 전화가 급증하고 있어 업무에 일부 차질을 빚고 있다”고 말했다.

중기부의 SPC 추진 동력이 약해지면서 여러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다.

QR결제단말기 보급 사업도 정부 자급제가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일부 보급사업자가 정부가 구매하는 단말기가 아닌 자체 단말기로 보급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로 인해 단말기 보급도 2개 채널로 운영될 가능성이 짙어졌다. 유지보수와 업그레이드, 제품 간 보안·호환성 문제도 골칫거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제로페이를 관치페이 프레임으로만 보는 시각을 이제라도 걷어 내고 정부 예산을 조속히 투입해서라도 일단 SPC 설립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제로페이 사업 참여사 대표는 “무조건 제로페이 플랫폼을 반대하거나 정쟁의 도구로 악용하려는 단편적 시각이 문제”라면서 “일단 제로페이 성공 여부는 민간으로 사업을 이양하고, SPC가 제대로 가동된 후 평가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오히려 제로페이 추진 동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면서 “민간으로 사업권을 조속히 이양해서 민간 간편결제와 경쟁, 맷집을 강화시키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