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다가오는 금융그룹 통합감독 제도화...자본확충·지배구조 개편 '촉각'

글자 작게 글자 크게 인쇄하기

금융그룹 통합감독 제도화를 앞두고 주요 금융그룹의 지배구조에도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중복자본 및 전이위험 산정 기준 등 자본적정성 기준을 구체화하고 만료를 앞둔 모범규준을 1년 연장했다. 금융감독원은 올해 중으로 통합 스트레스 테스트 모형을 개발해 삼성, 한화, 미래에셋 등 대형 금융그룹에 대한 시범 테스트를 내년 상반기 실시할 계획이다. 하반기 금융당국의 첫 평가를 앞두고 각 금융그룹도 자본적정성 강화에 한창이다.

[이슈분석]다가오는 금융그룹 통합감독 제도화...자본확충·지배구조 개편 '촉각'

◇지주회사에서 할부·리스사로…사업구조까지 바꾼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3대 신용평가회사는 일제히 미래에셋캐피탈에 대한 신용평가 적용 방법론을 지주회사 평가방법론에서 할부·금융리스업으로 변경했다. NICE신용평가를 시작으로 한국기업평가, 한국신용평가가 연이어 평가 방법을 바꿨다.

신용평가 회사가 일제히 미래에셋캐피탈에 대한 평가방법론을 변경한 이유는 회사의 캐피털 사업 비중이 크게 상향됐기 때문이다. 지주회사처럼 보유 자산 대부분을 계열사 지분으로 보유했던 과거와 달리 할부·금융리스업에 걸맞은 사업 구조를 갖게 됐다는 것이 신평사 업계의 설명이다.

2015년 말까지만해도 미래에셋캐피탈의 할부·리스자산은 전무했다. 신기술자산 242억원, 대출채권 717억원이 고작이었다. 반면에 미래에셋대우 등 종속 및 관계기업의 보유 주식 규모는 1조2114억원에 달했다. 미래에셋캐피탈 총자산에서 캐피털 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6년말 6.5%에서 지난 3월말 56.4%로 크게 증가했다.

미래에셋캐피탈은 금융당국의 금융그룹 통합감독 방안 초안 발표 앞뒤로 캐피털 자산 규모를 본격적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지난해 말 기준 미래에셋캐피탈의 대출채권 자산 규모는 1조9255억원이다. 2017년말 5564억원에 4배 가까이 늘었다. 2016년말 대출채권 규모는 877억원에 불과했다. 리스자산 역시 같은 기간 16980억원에서 3513억원으로 증가했다.

미래에셋 관계자는 “금융감독 방침과는 무관하게 캐피털 본연의 업무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금융그룹 통합감독은 별도로 준비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미래에셋캐피탈의 본격적인 할부·금융리스업 진출을 금융그룹 통합감독 도입에 따른 행보로 해석하고 있다. 특히 앞서 금융당국이 실시한 2차 시뮬레이션에서도 전이위험을 가산할 경우 미래에셋그룹의 자본비율은 125.3%로 가장 낮은 수준에 이른다. 기본 자본비율 282.3%에서 약 절반 이상이 깎여 나간다.

신용평가업계 관계자는 “미래에셋캐피탈은 그간 지주회사가 아님에도 미래에셋대우 등 계열사 지분 보유에 따른 배당 수익만으로 매출을 올려왔지만 이제는 자체 사업 비중이 커지면서 전이위험에 대한 부담은 덜 수 있게 됐다”면서 “아직 명확한 기준은 나오지 않았지만 미래에셋그룹 입장에서는 미래에셋캐피탈의 복잡한 지배구조를 자본 확충을 비롯한 다양한 방식으로 풀어나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배구조 재검토 고민 깊어지는 금융그룹

금융그룹 통합감독은 IMF가 2002년 수립된 금융그룹감독원칙에 따라 2013년 우리 정부에 금융그룹에 대한 감독 개선을 요구하면서 논의되기 시작한 제도다. 금융위는 지난해 금융감독 통합감독 모범규준을 발표해 7개 금융그룹을 대상으로 시범 적용에 들어갔고, 현재는 규준을 한 차례 연장 적용하고 있다. 국회 논의와 자본적정성 기준 마련 등을 거쳐 제도화하는 것이 목표다.

미래에셋 뿐만 아니라 삼성, 한화 등 금융그룹 통합감독 대상 기업은 지난해 이후 지배구조 재편 등의 방식으로 감독 체제 변화에 대응하는 분위기다.

삼성생명은 지난해 5월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 위반 위험을 사전 해소하기 위해 약 2200여주를 시장에 매각하기도 했다. 국회에서 삼성 등 금융그룹의 비금융 계열사 소유에 따른 집중위험을 얼마나 반영하느냐에 따라 추가 지분 매각 가능성도 남아있다. 비금융 계열사 지분 매각이 시행되지 않을 경우 향후 삼성화재, 삼성증권 등을 필두로 한 계열사 간 추가 출자도 어려워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화금융그룹도 지배구조 개편에 한창이다. 한화생명은 지난 2월 자회사 한화자산운용이 한화투자증권의 최대주주가 되는 1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한화투자증권 최대주주를 비금융 계열사인 한화첨단소재에서 금융 계열사 한화자산운용으로 변경하고 한화생명을 중심으로 지배구조를 단순화하기 위해서다.

한화투자증권은 지난 8일 유상증자에 따른 주식 납입일을 오는 30일로 20여일 늦췄지만, 지배구조 재편은 예정대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미래에셋, 삼성 등과 함께 내년 상반기 금감원이 스트레스 테스트 시범 적용 대상에 선정된 만큼 한화생명의 자본 확충 등 추가 절차 역시 이뤄질 수 있다.

국회 논의를 거쳐 금융그룹통합감독법이 제정되면 지난해 시범 대상으로 선정된 7개사 뿐만 아니라 중견 금융그룹까지도 감독이 확대될 전망이다.

금융위가 초안 도입 당시 감독대상으로 검토한 복합금융그룹은 총 20개사다. 20개사 가운데 자산 총액이 5조원 이상인 금융회사는 시범 도입 대상 7곳 외에도 동양생명, 태광, 현대해상, 대신증권, 유안타증권, 키움증권 등 6곳이 있다. 이들 6개 금융그룹은 2개 이상 금융회사를 운영하고 자산총액이 5조원을 넘지만 감독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금융 당국에서는 비주력업종의 규모와 비중 등을 종합 판단해 제외 요건을 정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국회 논의가 진척되고 있지 않아 불확실성이 남은 상황이다. 예컨대 인터넷전문은행을 추진하는 키움증권과 같은 경우 어떤 기준을 적용할지 여부 등이 국회 논의 과정에 달려 있는 셈이다.

금융그룹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금융당국이 공개한 위험관리실태 평가 기준처럼 알려진 기준에 맞춰 나가되 국회 논의 과정을 살피는 수 밖에 없다”면서 “지배구조 재편까지 나아가는 것은 다소 어려울 수 있겠지만, 여타 금융회사에 준하는 수준의 자본 건전성을 갖춰 나가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