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맥북 '나비'식 키보드, '가위'식으로 회귀하는 이유

애플 노트북 '맥북'이 키보드 구조를 바꿀 전망이다. 새로 개발한 키보드 구조에 문제가 잇따르면서 과거 구조로 돌아갈 것이란 예측이 나왔다.

외신은 7월 TF 인터내셔널 애널리스트인 궈밍치 보고서를 인용, 애플이 현재 맥북에서 사용하는 '나비(버터플라이)'식 키보드를 버리고 '가위(시저)'식 키보드로 되돌아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궈밍치는 애플 제품 예상으로 유명해 '애플 족집게' 분석가로 불린다.

애플 맥북 키보드 방식. 왼쪽은 가위식(시저), 오른쪽은 나비(버터플라이)식이다. ?
애플 맥북 키보드 방식. 왼쪽은 가위식(시저), 오른쪽은 나비(버터플라이)식이다. ?

맥북 버터플라이 키보드 계보는 2015년 시작됐다. 애플은 맥북 두께를 줄이기 위해 기존 가위식 키보드 구조 대신 나비식 구조로 전환했다. 12형 신형 맥북부터 적용했다. 가위식은 키 캡 아래 구조가 X자 형태로 가위 모양을 닮았다.

지금까지 많은 노트북이 가위식 키보드를 채택한다. 하지만 기계적 구조 한계 때문에 얇은 노트북 제조를 발목 잡는 요소이기도 하다. 어느 정도 얇게 구현할 수 있지만, X자 상단과 하단 간 거리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키 높이가 높은 편이다.

얇은 노트북이란 맥북 에어 정체성을 강조하고 싶었던 애플은 가위식 키보드에서 나비식으로 전면 전환했다. 키 캡 아래 구조가 나비 날개를 닮았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다. 애플은 나비식이 키 높이를 낮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키 반응도 보다 안정적이며 정확하다고 홍보했다. 키 어느 부분을 눌러도 정확하게 입력할 수 있다는 것.

나비식 키보드에 대한 호불호는 명확했다. 살짝만 눌러도 손쉽게 입력되는 키감과 빠른 타이핑 속도를 장점으로 꼽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키가 눌리는 깊이 즉 키스트로크가 극단적으로 짧아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도 있다. 이에 따른 소음과 피로감을 호소하기도 했다.

애플 맥북 '나비'식 키보드, '가위'식으로 회귀하는 이유

애플은 맥북 세대를 거쳐가며 문제점을 개선했지만, 나비식 키보드가 가진 명백한 한계는 극복하지 못했다. 키 캡 하부에 실리콘 막을 씌워 소음과 이물질을 차단하려고 했다. 그러나 먼지가 키 캡 아래에 껴서 키 입력이 잘 안되거나 두 번 눌러지는 일이 종종 발생했다.

나비식 키보드의 고질적 문제 때문에 소비자는 비싼 수리 비용을 지불하거나 교체 비용을 내야 했다. 2018년에는 맥북 사용자 1만7000여명이 미국 캘리포니아 지방법원에 집단 소송을 걸기도 했다.

궈밍치가 언급한 대로 가위식 키보드로 다시 바뀐다면, 애플이 나비식 키보드 결함을 완벽하게 개선하지 못했다는 방증이 될 수 있다. 사용자 불만을 해소하기 어렵다고 판단, 아예 기존 방식인 가위식으로 되돌리려는 시도다. 새로운 가위식 키보드는 유리 섬유 소재를 활용, 사용성과 내구성을 대폭 개선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위식 키보드는 2019년 애플 맥북에어부터 적용될 전망이다. 다만 애플이 나비식 키보드를 채택한 이유를 되짚어 보게 된다. 애플이 나비식 키보드를 채택한 이유 중 하나는 맥북 두께다. 나비식 키보드가 문제점을 안고 있지만, 맥북 두께를 줄이는 데는 충분히 기여했다. 다시 가위식으로 돌아왔을 때 맥북 디자인은 어떨까. 기존처럼 얇은 노트북을 유지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