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교수포럼의 정책 시시비비]<58>공유주방, 공유경제 제2막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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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위치한 공유주방에서 셰프들이 요리를 하고 있다.
사진: 이동근 기자 foto@etnews.com
<서울에 위치한 공유주방에서 셰프들이 요리를 하고 있다. 사진: 이동근 기자 foto@etnews.com>

며칠 전 '한 분 한 분 다 업어 드리고 싶다'란 제목의 언론 기사가 눈길을 끌었다. 이 말을 한 사람이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라는 점도 이채롭지만 상의 회장이 나서서 업어 주고 싶다고 말한 대상이 그동안 주로 비판 대상이던 공무원이라는 점에서 더욱 눈길을 끈다.

지난 11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1개 주방을 여러 사업자가 동시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공유주방' 시범 사업에 대해 규제 샌드박스를 적용, 승인했다. 현행 식품위생법에 따르면 음식점은 한 장소에 사업자 한 명만 인정하고 있고, 동일 장소에 영업자가 둘 이상 신고할 수 없는 만큼 박 회장이 외식 스타트업 청년 대표들과 식약처를 찾은 이유가 바로 이 규제 특례를 호의로 검토해 준 데 대한 감사 표시인 셈이었다.

공유경제 산업이 이미 자리를 잡은 탓에 공유주방이라고 해서 딱히 새삼스런 일은 아니다. 공유사무실 또는 코워킹 스페이스처럼 공유주방도 공용 공간의 일종으로, 주방 시설을 갖춰 놓고 얼마간 이용료를 내면 사용할 수 있는 곳이다.

매일 430여개의 음식점이 생기고 그 가운데 370여개는 폐업하는 게 외식업계 현실인 데다 서울 시내에 10평(약 33㎡) 남짓 한 음식점을 내려 해도 권리금은 차치하고 줄잡아 1억원이 든다는 일설을 감안하면 공유주방을 일컬어 왜 '4평의 기적'이라고 지칭하는지 납득이 간다.

이런 공유주방을 활용해서 창업하면 창업비용도 줄이고 그만큼 손익분기점도 낮출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보인다. 거기다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한 유명 방송인이 “신고만 하면 쉽게 식당을 오픈할 수 있다 보니 너무 준비 없이 뛰어든다”고 언급한 점을 고려하면 공유주방을 통해 요리법을 전수하거나 충분히 자신만의 레시피를 개발하고, 유통·재무·마케팅 같은 경영 노하우를 습득하는 일종의 창업 플랫폼도 될 수도 있겠다.

이런 가능성을 본 탓인지 공유경제 종조격인 한 외국기업은 물론 유명 배달 앱 전문 기업을 포함한 여러 기업들이 이미 매장을 열었거나 개장을 준비하고 있는 만큼 이번 규제 특례가 공유주방 활성화를 넘어 공유경제 산업 생태계까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기도 한다.

정부로서도 반길 만한 규제 특례 실적을 내놓은 만큼 앞으로 더욱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짐작된다. 그런 만큼 지금이 공유경제를 안착시키기 위한 고민을 시작해야 할 적기로 보인다.

무엇보다 공유경제가 만들어 내는 산업과 시장 변화를 면밀히 모니터해야 한다. 자료마다 차이는 있지만 국내 외식 시장이 매년 7% 성장하는 데 반해 배달 시장은 30%씩 성장하고 있다. 그 가운데 5분의 1이 배달 앱으로 창출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계기로 외식 산업 재편이 본격화한 것 아닌가 하는 판단도 든다. 당일 국감장에선 “시장이 포화 상태여서 시장 원리에 따라 누군가는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도 있었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그런 만큼 공유주방이 만드는 연계 산업을 잘 육성하는 것도 필요하다. 관련 서비스를 적극 발굴, 산업의 파이를 늘릴 수 있도록 정책 노력을 더해야 한다. 자칫 승자 독식이나 제로섬 게임이 되면 향후 다른 공유경제 산업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한 기업가의 말처럼 분명 이런 공유경제 모델은 기존 기업이나 산업을 진부화시킬 수 있다. 다른 한편 기존 산업에서 정체되고 미뤄 온 혁신과 고부가 가치화를 도모하는 레버리지도 될 수 있다. 단지 이것이 아무 비용 없이, 아무런 진통 없이 이뤄질 것으로 보는 전문가는 없다. 그 만큼 정부도 공유경제로의 전환을 조정할 만한 정책 시야를 볼 수 있어야 하는 부담을 목전에 둔 셈이다. 이번 공유주방 사례가 공유경제 제2막을 어떻게 열어 갈 지 시금석이 될 수 있다.

◇ET교수포럼 명단(가나다 순)=김현수(순천향대), 문주현(단국대), 박재민(건국대), 박호정(고려대), 송성진(성균관대), 오중산(숙명여대), 이우영(연세대), 이젬마(경희대), 이종수(서울대), 정도진(중앙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