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관회의'로 전락한 4차산업혁명위·과기관계장관회의...한계 드러난 혁신성장 의지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2년동안 한번도 참석 안해

문재인 정부에서 신설된 4차산업혁명위원회와 부활된 과기관계장관회의가 부처 관심에서 멀어지면서 '차관급' 회의기구로 전락했다. 4차산업혁명위 정부위원 장관은 5명이 있으나 회의에는 1~2명만 참석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연말부터 시작된 2기 체제에서도 차관 대참이 비일비재한데다 이달 초 개최된 12차 회의에서는 장관 전원이 불참했다. 과기관계장관회의도 각 부처 장관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ICT·과학기술 분야 홀대론이 또 다시 고개를 들면서 정부의 혁신성장 정책 의지가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7일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4차산업혁명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4차위 정부위원 가운데 장관 5명의 평균 회의 출석률은 34.6%로 나타났다. 회의 당 평균 1~2명의 장관만에 참석하는 셈이다. 지난해 3회 연속 장관 참석률이 '제로'를 기록한 경우도 있다. 이에 연말 국정감사에서도 차관회의로 전락한 데 대한 지적이 쏟아졌으나 개선되지 않았다.

7월 4일 열린 4차 산업혁명위원회 12차 전체회의 모습.
7월 4일 열린 4차 산업혁명위원회 12차 전체회의 모습.

2기 체제가 가동된 이후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지난 4일 열린 12차 전체회의에서는 장관 전원이 불참에다 한 개 부처 차관만 대참했다. 이날 민간 위원은 15명이 참여했다. 대통령의 해외 순방 동행차 부득이하게 참석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하더라도 차관급 참여도 형편없이 저조했다. 사실상 정부위원의 존재감 상실을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특히 정부위원 가운데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첫 회의 한차례만 참석했고 이후 불참했다. 차관 대참도 12차 회의 중 절반에 그쳤다. 국토부는 스마트시티·자율차·공유차 등 대표 혁신성장 분야를 총괄하는 부처다.

올해부터 부활된 과기관계장관회의의 장관 참석율도 매우 저조하다. 총 6차 회의가 열린 가운데 12개 부처 장관 참석률이 24%에 불과하다. 국무총리 대신 회의를 주재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개근한 것을 제외하면 17%로 떨어진다. 안건별 주무부처가 달라 일괄 참석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을 감안해도 극히 저조한 수치다.

대다수 부처 장관이 이낙연 국무총리가 회의를 주재한 1회때 얼굴을 비춘 이후부터 참석하지 않았다.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농림축산식품부, 행정안전부 장관은 안건을 제출한 회의를 포함해 단 한차례도 참석하지 않았다. 중소벤처기업부, 국토교통부 장관은 각각 1회씩 참석했으나 역시 소관 안건을 논의하는 날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장관 참석률이 저조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부처 장관이 참석하는 것이 안건의 이행 측면에서 유리할 수 있지만 사정에 따라선 차관, 실장급 실무자가 대참해 논의를 이어가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4차산업혁명위와 과기관계장관회의는 문재인 정부의 혁신성장 정책 컨트롤타워이자 ICT와 과학기술 분야 정책을 중점적으로 다루는 곳이다. 부처 장관들의 참여률이 저조한 데는 그만큼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정부의 ICT·과기 홀대론이 다시금 부각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특히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한 국가 전략을 논의하는 4차산업혁명위의 경우 산업계의 높은 관심 속에 출범 했지만 성과는 미미하다. 타다와 같은 신규 산업의 갈등조정에도 주도적 역할을 하지 못했다. 또 실질적인 집행 권한이 없으면서 사실상 무늬만 컨트롤타워라는 지적이다.

위원장의 리더십도 도마 위로 올랐다. 정부위원과 동일한 장관급으론 부처 협업을 이끄는데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반면 부위원장이 부총리급인 일자리위원회의 경우 정부위원 중 장관 참석률이 매번 90%를 넘는다. 지난달 열린 10차 전체회의에서는 11명의 정부위원 가운데 장관급이 전원 참석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일자리위를 가면 부처 장관들이 대부분 참석해 '제2 국무회의'를 방불케할 정도”라며 “예산과 업무 성과 등과 맞물리면서 정부위원들의 업무 우순순위에서 높게 차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표>4차 산업혁명위 회의 장관 출석률(장관 ○, 차관 대참 △, 장차관 불참×)

'차관회의'로 전락한 4차산업혁명위·과기관계장관회의...한계 드러난 혁신성장 의지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 최호 정책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