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스포럼]한-일 무역전쟁이 시작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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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스포럼]한-일 무역전쟁이 시작되는가?

선전포고도 없이 일본군은 하와이 진주만을 폭격했다. 1941년 12월 7일 미일전쟁이다. 전쟁은 결국 1945년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탄이 투하되면서 일본이 무조건 항복하는 것으로 끝났다. 그러나 종전 후에도 한국에서 일본 점령 기간의 재산 처분 합의에는 3년이나 걸렸다. 강제징용 피해자 관련 일본 기업에 대한 한국 대법원 판결에 승복할 수 없다며 일본은 반도체 원자재 일부의 대 한국 수출 제한을 2019년 7월 시작했다.

오래된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분쟁으로 시진핑 중국 주석은 2011년 일본에 희토류 금속 수출을 금지하겠다고 선언했다. 중국과학원은 1985년 희토류 금속인 네오디뮴으로 만든 고 단위 자석 생산공장 건설을 도와달라고 요청해 왔다. 당시 미국에서는 적성국가 중국으로의 밴베리 혼합기와 소결로 수출을 금지했다. 대우실업 미국지사는 몇 개 부품을 구입해 중국 현지에서 기계를 새로 설계·제작·설치해서 시운전까지 해 줬다. 특허권 침해 사항은 없었다. 공장은 상하이 근처 닝보에 있다. 1980년대 말 생산을 개시해 30여년 동안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일본 자동차 회사에 수출해 오고 있다.

만약 일본 정부가 수출 허가를 지연하는 수법으로 수출을 제한하면 불화수소를 생산하는 일본회사는 재고 증가에 따른 운영자금이 추가로 필요할 것이고, 민간 은행은 리스크 증가로 대출을 거절할 것이다. 일본 정부가 특혜 금융을 제공한다면 세계무역기구(WTO) 관점에서는 불공정 거래가 된다. 전 세계의 지탄을 받고 있는 '일본주식회사' 사례다. 한국 반도체 대기업은 이미 주식이 전 세계로 분산된 '다국적' 기업이다. 일본 정부가 자국 기업이 생산하는 감광물질과 부식용 불화수소 수출을 대만 반도체 기업에는 허락하면서 중국 반도체 공장에는 (그 기업이 한국식 이름이라는 이유로) 수출을 제한한다면 중·일 국가 문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오대호 주변 러스트 벨트 지역 실업자들의 인기를 의식, 관세장벽으로 위협하며 외국 투자를 유치하고 있다. 많은 외국 기업이 미국으로 이동하고 있다. 기업 일자리는 이미 다른 형태로 바뀌었다. 과거 러스트 벨트 기계 숙련공의 일감은 지금은 수치제어(NC) 기계가 대체했다. 근로자는 자동기계 작업을 둘러보면서 고장이 나면 고치는 일만 한다. 임금도 달라지고, 작업 시간도 유연하게 변했다. 숙련도를 위해 투자하던 교육, 훈련도 필요 없다. 중국으로 이전한 생산 공장 취업 기회가 미국에 다시 돌아오는 것이 아니다. 새로운 기업이 새로운 직업을 마련하고, 미국에 투자하는 것이다.

반도체 원자재의 대 한국 수출을 제한해서 아베 신조 총리가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 일본 국민의 반한 여론을 조장하면 다음 선거에서 유리한가? 우리 정부는 왜 미국이 중재에 나서기를 바라는가? 세계의 많은 정치 지도자가 집권하기 위해 포퓰리즘 쇼를 하고 있다.

그러나 경제 전쟁이라 하더라도 장수(엘리트)와 군대(대중)가 대등하게 행동해서는 이길 수 없다. 우리에게는 실전으로 증명된 젊고 용기 있는 전문 경영인 엘리트가 있다. 그들이 자신 있게 세계와 경쟁할 수 있도록 맡겨 둬야 근로자 일자리가 살아남는다. 장수가 군대를 전략을 잘 세워서 일사불란하게 지휘해야 한다. 엘리트와 대등하기를 바라는 대중에게는 인기 없는 일이다.

가장 먼저 국가가 할 일, 기업이 할 일, 개인이 할 일 등을 분리해서 각자 자기 일에 전념해야 한다. 모두가 축구공만 보고 쫓아다니면 동네 축구가 된다. 국민이 걱정을 안 해도 세계화된 대기업 엘리트 경영인은 이미 정부 정책과 무관하게 경제전쟁을 대비해 왔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세계 일류가 될 수 없다.

포용경제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한국 정부가 집중해야 하는 일은 취업과 국제수지다. 취업을 위해 기업 투자를 유치하고 IMF 위기 재발 방지를 위해 국가 신인도를 제고해야 한다. 적폐를 수사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무역전쟁을 협의하자는 것은 어색하다. 과거사를 넘어 정부와 기업이 상호 신뢰를 구축하고 협력해야 국민이 편하다. 국가, 기업, 개인 등 일들이 서로 엉클어져 버린 이 시대에는 빨리 빨리 서두르지 말고 일단 차분하게 생각해 보자. 기본으로 돌아가서 분야별로 각자 그러나 전체로는 화합하는 장기 액션 플랜을 만들어 추진하는 것이 이미 30/50 선진국에 진입한 한국의 생존 문제다.

배순훈 글로벌경영협회 회장 soonhoonba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