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일본 도발 대응, 국론부터 통일해야

일본 정부가 일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관련해 우리 산업계를 타깃으로 한 경제 보복 조치를 장기화할 태세를 보이고 있다. 이달 초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 공정에 쓰이는 핵심 3개 소재 대상으로 수출 심사를 강화한 데 이어 빠르면 이달 24일 우리나라를 '백색국가'(화이트 리스트)에서 제외한다는 방침을 확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조치가 현실화되면 이미 심사가 강화된 고순도 불화수소, 포토레지스트, 불화 폴리이미드 등 3개 품목의 수출 규제 조치는 사실상 '맛보기'에 불과하게 된다. 일본이 전략물자로 관리하고 있는 1112개 품목에 대한 수출 절차가 강화되기 때문이다. 반도체·디스플레이뿐만 아니라 자동차, 기계 등 거의 전 산업 분야로 피해가 확대될 수 있다. 일본이 정치 문제 해결을 위해 우리 산업계 전체를 볼모로 잡겠다는 것이다. 그러잖아도 국내외에서 어려운 상황을 맞고 있는 우리 기업들에는 참으로 답답하기만 한 상황이다.

이런 와중에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여야 5당 대표를 불러 회동한 것은 의미가 있다. 국회에서 사사건건 대립하고 있던 여야가 일본의 대 한국 수출 규제 조치 앞에 일단 '초당적으로 협력하겠다'는 의지를 확인했기 때문이다. 특히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와 관련해 정치권은 물론 언론에 이르기까지 국론 분열이 심각했다는 점에서 혼란을 잠재울 수 있는 계기가 돼야 한다.

문제는 앞으로다. 우선 일본의 전략물자 백색국가에서 제외될 경우 정부와 정치권이 혼연일체가 돼 업체들의 어려움을 살펴야 한다. 추가경정예산과 내년도 예산 등에 산업계의 위기 요인을 줄이고, 장기적인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기반을 확보해야 한다. 특히 외교적으로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비롯한 다양한 방법으로 일본을 압박하기 위해서는 우리 내부 전략부터 정비해야 한다. 청와대, 정치권, 정부가 혼연일체가 돼야 한다. 일본의 치졸한 경제 보복에 대응하는 첫걸음은 바로 국론부터 통일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