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TI과학향기]붉은 수돗물의 원인인 수도관의 정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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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말 인천에서 시작된 '붉은 수돗물' 사태가 좀처럼 잠잠해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아니 잠잠해지기는커녕 오히려 서울 문래동과 경기도 안산 등지까지 붉은 수돗물이 나오면서 사태가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KISTI과학향기]붉은 수돗물의 원인인 수도관의 정체는?

서울시 수돗물은 충격이 좀 더 큰 편이다. 미국환경보호청(EPA)이 지난 2008년에 먹는 물 수질기준에 적합하다는 판정을 내렸고, 2년 뒤인 2010년에는 세계물협회가 주는 물산업혁신상까지 수상했기 때문이다.

도대체 어떤 문제가 발생했기에 그동안 세계적 품질을 자랑하던 우리나라 수돗물이 이 지경이 됐을까. 아무래도 제일 먼저 의심이 가는 곳은 수도관일 수밖에 없다. 수도관은 어떤 소재로 이루어져 있으며, 적절한 교체 시기는 어느 정도일까.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것인지도 모르지만 수돗물 사태가 더 확산되기 전에 수도관에 대한 정보를 먼저 알아봐야겠다.

붉은 수돗물이 전국적으로 확산 기미를 보이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출처: 환경운동연합)
<붉은 수돗물이 전국적으로 확산 기미를 보이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출처: 환경운동연합)>

◇수도관 재질 대세로 떠오른 스테인리스강

수도관은 위생성이 우수하고, 잘 부식되지 않는 내식성이 강해야 한다. 관 내부로는 사람들이 마시고 씻는 음용수를 공급하고, 외부로는 토양이나 시멘트 등에 닿아있기 때문이다.

과거에 널리 사용된 수도관은 아연도강관이다. 하지만 이 관은 여러 가지 단점을 갖고 있었다. 아연 이온이 수돗물을 오염시켜 물이 탁해지는 현상을 일으키거나 부식이 잘 일어나 누수된 틈으로 유해 물질이 유입되는 등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이런 이유로 아연도강관은 지난 1994년부터 건축물 수도관 용도 사용이 전면 금지되었다. 대신에 녹슬지 않는 수도관 의무화 고시를 통해 동관이나 스테인리스강관 등으로 수도관 재질을 제한했다.

동관은 내식성이 비교적 우수하고, 가공성 및 연결 작업성이 우수하여 아연도강관 사용이 중지된 직후에 가장 많이 사용되었다. 그러나 물과 접촉하면 동이온 용출로 인해 푸르스름하게 변하면서 위생성을 저하시킨다는 이유로 최근에는 거의 사용하고 있지 않다.

반면에 사용이 증가하고 있는 스테인리스강관은 물을 만나면 관을 보호해주는 부동태 피막이 형성되기 때문에 내식성과 위생성이 매우 우수하다. 또한 강도가 동관보다 높고, 압력에 견디는 힘이 강해서 두께를 얇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경량화가 가능하다.

수도관 재료를 경량화하면 시공 시 작업이 편리해 지고 가공 비용도 저렴해진다는 것이 전문가들 평가다. 일반적으로 관 두께가 얇으면 외부 압력과 충격에 취약할 수밖에 없지만 스테인리스강관은 강도가 높아서 두께를 얇게 만들어도 내압성과 내충격성이 유지된다는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상온의 수돗물에서 스테인리스강관 부식 속도는 동관에 비해 약 20분의 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80℃가 넘는 고온의 수돗물에서도 부식 속도가 동관의 10분의 1 정도여서 우수한 내식성을 자랑한다.

이처럼 뛰어난 성능을 갖고 있는 스테인리스강관이지만 얼마 전만 해도 현장 작업자에게는 외면받아 왔다. 스테인리스강관의 연결 조인트 품질이 불량해 누수가 자주 발생했기 때문이다.

또 스테인리스강관은 이음부에서 종종 부식이 발생하는데, 이는 최근 개발된 무용접 기술로 연결하는 '스테인리스조인트시스템(stainless joint system)'을 사용하면 해결할 수 있다.

수도관에 쌓인 퇴적물(좌)과 청소 후의 모습(우) (출처: 글로벌물산업정보센터)
<수도관에 쌓인 퇴적물(좌)과 청소 후의 모습(우) (출처: 글로벌물산업정보센터)>

◇스테인리스강 사용하면 교체 주기 대폭 늘어나

서울시는 최근 문래동 수돗물 혼탁수 문제와 관련하여 노후된 수도관을 교체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노후관에 쌓여 있는 퇴적물 때문에 혼탁한 물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노후 수도관을 교체해 원인을 제거하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적절한 수도관 교체 주기는 어느 정도일까. 재질에 따라 수명이 다르지만 아연도강관은 30년을 넘으면 안 된다는 것이 전문가 의견이다. 부식 자체도 문제지만 부식으로 인한 누수 피해가 상당히 크기 때문이다.

수도관 누수로 인한 물 손실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세계 도시들이 공통으로 겪고 있는 골칫거리인데, 특히 일부 도시는 정수처리된 물 40% 이상이 수도관 누수로 사라지고 있다.

이 같은 낭비를 막기 위해서는 기존 수도관을 하루 속히 스테인리스강관으로 교체하는 것이 정답이지만 문제는 교체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스테인리스강관은 다른 소재 수도관보다 초기 투자 비용이 높다.

하지만 초기 투자가 아닌 전체 수명주기 관점에서 본다면 스테인리스강관 교체를 서두르는 것이 훨씬 더 이득이다. 설치 이후 유지 보수 및 수리가 거의 필요 없어 수명주기 전체 비용이 타 소재보다 현저히 적게 소요되기 때문이다.

스테인리스강관 수명 주기에 대해 업계는 100년 정도로 전망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 시점에서 수도관을 교체한다면 21세기가 아닌 22세기 초쯤이 돼서야 다시 수도관 교체를 하는 장면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어떤 재질 수도관이든지 시간이 지나면 오염물질이 자연스럽게 쌓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보다 효율적인 교체 방법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교체 기간이 지났다고 무조건 파낼 것이 아니라 관로 상태를 제대로 확인하고 보수할 수 있는 기술을 선제 개발해야 비로소 안전하면서도 깨끗한 수돗물을 접할 수 있지 않을까.

글: 김준래 과학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