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갑 고용부 장관, “선택근로제 정산기간 연장 불필요, 오·남용 소지 많아”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정보기술(IT)·소프트웨어(SW)업계 등 경영계가 요구한 '선택근로제 정산기간 연장 검토'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연장으로 주 52시간 도입에 따른 문제를 개선할 수 있고, 근로시간을 근로자 스스로에게 맡기는 선택근로제 특성상 오·남용의 소지가 있다는 이유다.

경영계를 비롯해 국회에서도 야당 중심으로 선택근로제 정산기간 연장 주장이 나오는 상황에서 주무부처 장관이 부정적 입장을 표명해 논란이 예상된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기자간담회에서 답변했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기자간담회에서 답변했다.

이 장관은 2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하반기 고용노동현안 기자간담회를 열고 선택근로제 등에 대한 정부 입장을 설명했다.

그는 “선택근로제 관련해서 당초 얘기했던 것처럼 탄력근로제가 보완되면 기업이 필요로 하는 유연한 근로시간 관련 문제가 상당부분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라며 “탄력근로제를 먼저 개선하고 선택(근로제)은 필요성을 알아보자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 장관은 “국회에서 선택근로제 (정산기간 연장) 논의를 시작하고 노사의견을 수렴한 상태지만, 정부 입장은 선택근로제는 업무 시작과 종료시간을 근로자에게 맡기는 제도이고 현행은 1일이나 1주 근로시간 상한이 없고 활용 업무제한도 없어 제도 남용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현행대로 정산기간을 1개월로 제한하는 방안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탄력근로제를 먼저 보완해 현장에 적용하고 부족한 부분이 있는지 파악해 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선택근로제는 일정 기간 근로시간을 평균해 법정 근로시간을 지키도록 하는 탄력근로제와 비슷하지만, 근로자가 출·퇴근 등 근로시간을 자율적으로 정하며 주당 근로시간 제한이 없다.

경영계는 일본이 선택근로제 정산 기간을 3개월로 연장한 사례를 들어 우리도 선택근로제 정산 기간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야당인 자유한국당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탄력근로제 개선과 함께 선택근로제 정산기간도 현행 1개월에서 3~6개월로 확대하는 '패키지 딜'을 제안한 상태다. 한국당은 주 52시간제 시행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정보기술(IT)산업 등을 고려해 탄력근로제 뿐 아니라 선택근로제와 같은 다른 유연근로제도 확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국회 논의 중인 가운데 고용부 장관의 선택근로제 정산기간 확대 '불필요' 발언은 여·야 간 논쟁을 격화시킬 전망이다. 제1야당이 탄력근로제와 선택근로제를 패키지 딜로 제안한 지 수일 만에 주무부처 장관이 '노(NO)'라고 대답한 셈이기 때문이다. 해당 법안을 심사하는 환노위 고용노동소위 위원장은 한국당 임이자 의원이다.

이날 이 장관은 최저임금위원회가 내년도 최저임금을 시간당 8590원으로 의결한 데 대해 “노동자 생활 안정과 경제·고용 상황을 포괄적으로 고려해 사회적 수용도를 높이기 위한 판단이었다”고 평가했다. 노동계가 재심의를 요청키로 한 것과 관련, “노동계가 이견을 제시하면 그 부분을 검토하고 대화가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대화하겠다”고 했다.

정부가 연초 추진한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추진 관련해서는 “최저임금 결정체계와 개편이 필요하다는 입장은 변함없다”라며 “국회, 최저임금위원회 등과 논의하면서 가장 합리적 방안을 찾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함봉균 정책(세종) 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