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줌인]삼성, 신규 팹 P2 투자 지연 왜?…수요 부진·대내외 정세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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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평택캠퍼스 평택 반도체 1라인 외경. <전자신문 DB>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평택 반도체 1라인 외경. <전자신문 DB>>

삼성전자가 신규 메모리 공장인 '평택 P2 라인' 투자를 연기한 것은 반도체 시장 악화와 복잡하게 꼬인 대내외 정세가 작용했다. 작년 하반기부터 이어진 메모리 시황 부진이 여전한 가운데 미·중 무역갈등에 이어 한일 경제전쟁까지 터지면서 불확실성이 증폭됐다. 삼성 투자가 지연되면서 반도체 생태계에서는 '고사 직전'이라는 아우성이 나온다. 이럴 때일수록 턴어라운드를 대비한 연구개발(R&D)과 인력 양성에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삼성전자가 30조원을 들여 투자하는 P2는 주력 사업인 D램과 낸드플래시 생산에 활용될 예정이다. 당초 올 상반기부터 주요 장비를 차근차근 들일 계획이었지만 내년 초까지 투자 시기가 미뤄졌다.

가장 핵심적인 이유는 반도체 수요 곡선이 좀처럼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은 지난해 초까지 폭발적으로 증가하던 데이터센터용 메모리 수요가 잠잠해지면서 혹한기가 찾아왔다.

향후 전망도 불투명하다. 시장에서는 올 하반기 보릿고개가 더욱 심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올해 세계 반도체 매출이 지난해(4750억달러)보다 9.6% 감소한 4290억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1분기 3.4% 감소할 것이라던 예상보다 6%포인트 이상 하향 조정된 것이다.

벤 리 가트너 수석연구원은 “반도체 제품 관리자들은 생산 및 투자 계획을 다시 검토해 시장에서 스스로를 보호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대내외 정세가 삼성에게 불리하게 돌아가는 것도 문제다. 올 초 미국과 중국 간 무역 분쟁이 발생하면서 세계 각국 IT 업체들이 투자를 망설이면서 삼성전자 매출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게다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국정농단 관련 대법원 판결을 앞둔 상황에서 삼성이 섣불리 투자에 나서기 힘들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삼성전자 서초사옥에 전시된 웨이퍼. <전자신문 DB>
<삼성전자 서초사옥에 전시된 웨이퍼. <전자신문 DB>>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서서히 웨이퍼 투입량을 늘리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하지만 이달 초 일본이 발표한 수출규제는 그나마 살아나던 불씨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평가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임직원들이 불화수소와 포토레지스트 구하기도 힘겨운데 설비 투자를 할 여력이 있을 리 없다”고 전했다.

통상 반도체 라인은 첫 장비가 입고된 후 양산할 준비를 마치는 시간까지 1년 정도가 소요된다. 업계 관계자는 “본격적인 공장 가동이 2021년 진행될 수도 있지만 한 번에 장비를 넣어서 빠르게 테스트를 하면 6개월 이내에도 가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시황에 따라 가동 시기를 앞당길 수도 있다는 것이다.

삼성 투자 지연으로 국내 장비 업계는 큰 위기를 맞을 전망이다. 이들은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 램리서치, ASML 등 외국 장비사보다 상대적으로 약한 매출 구조와 기술력 등으로 시황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다. 지난 1분기 외산 주요 장비사 영업이익이 20~30%가량 감소한 반면 국내 장비사들은 많게는 90% 이상 감소할 정도로 큰 타격을 받았다. 국내 장비업체 중 매출 1위인 세메스가 적자를 기록했을 정도다.

국내 장비업계 관계자는 “3분기 들어서도 장비 발주 계획이 거의 나오지 않아 고사 직전인 상황”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설비 투자와 별도로 차세대 R&D나 인력 양성에는 더욱 매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의 역할도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주장이다.

홍상진 명지대 교수는 “업체들이 연구개발이나 인력 양성 등에 적극적으로 투자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하는 것이 불황에 대응하는 가장 현명한 방법”이라고 전했다.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 윤건일 전자/부품 전문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