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보험설계사, 플랫폼에 올라타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

[ET단상]보험설계사, 플랫폼에 올라타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

지난 몇년 동안 정보통신(IT)업계 및 국내외 벤처 생태계에서 가장 많이 회자된 단어는 '플랫폼'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도 그럴 것이 실제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영역이 플랫폼 기반 산업 구조로 재편되고 있고, 각 분야의 1~2위를 점유한 플랫폼 기업은 엄청난 규모의 펀딩을 받으며 성장하고 있다.

현재 각 산업 영역이 플랫폼 기반 산업 구조로 재편되는 상황에서 보험 시장 역시 예외는 아니다. 보험닥터앱(보닥)을 운영하고 있는 마이리얼플랜이 2015년 인슈어테크 회사로 첫 벤처캐피털 투자를 유치한 이후 보맵·레몬클립·굿리치 등이 꾸준히 벤처 투자를 유치하면서 성장해 오고 있고, 새로운 인슈어테크 서비스가 매월 출시될 정도로 플랫폼 경쟁이 치열하다.

이 같은 각 플랫폼의 기술 경쟁 속에서 보험설계사 입지는 어떻게 될까. 많은 전문가가 기술 발전으로 보험설계사는 수년 안에 없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그리고 실제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영업 환경이 이와 같은 주장을 뒷받침했다. 그러나 필자가 공동 창업한 마이리얼플랜을 포함해 많은 인슈어테크 기업은 보험설계사의 완전한 '대체'보다 '역할 변화'에 집중하며 사업을 펼치고 있다.

보험이라는 금융 상품은 타 금융 상품과 달리 고객 가입 수요가 깊이 잠재하고 있다는 이유다. 대출, 적금, 신용카드 같은 금융 상품은 소비자가 필요성을 느끼고 능동으로 상품을 찾는 경우가 많은 반면에 보험은 대부분의 고객이 가입 직전까지 상당히 수동 자세를 취한다. 이런 이유로 적절한 시기에 영업을 통해 가입 계약을 일궈 내는 설계사의 역할이 여전히 필요한 것이고, 설계사라는 직업이 쉽게 없어지기 어려운 것이다.

앞에서 말한,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설계사의 전통 역할이 상당 부분 대체되고 있다. 다른 플랫폼과 마찬가지로 인슈어테크 플랫폼 역시 지속 가능한 고객을 만들어 내는 것을 기본 목표로 한다.

이 때문에 개별 설계사가 전통 영업 방식으로 고객을 찾지 않고 플랫폼에서 생성되는 고객에게 고객의 필요에 따라 관련 정보를 안내하는 역량과 보험 상품에 대한 전문성이 더욱 강조될 것이며, 이전 방식처럼 고객을 직접 찾아다니지 않아도 돼 효율 높은 영업 활동이 가능하다. 이 같은 변화로 보험닥터와 같은 플랫폼에 들어간 1명의 설계사가 플랫폼 밖에서 영업하는 5~10명의 설계사들이 성사시키는 영업 성과를 일궈 내는 것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이 같은 플랫폼 효과는 이미 배달의민족, 직방, 다방 등을 통해 증명된 바 있다. 오프라인 자영업자와 공인중개사도 이러한 플랫폼에 잘 올라탄 사람들만 살아남을 수 있게 됐으며, 보험 시장도 이러한 플랫폼 효과가 수년 안에 완전히 수면 위로 드러날 것이라고 예상된다.

마이리얼플랜은 '인공지능(AI) 설계사'를 목표로 하고 있다. 다만 AI 설계사라는 의미가 기술 발전으로 인해 설계사가 완전히 없어진다는 의미는 아니다.

오히려 시장에서 보험 가입에 대한 수요가 있는 한 설계사는 존재할 수밖에 없으며, 전통 영업 환경에서 10명이 처리하던 업무를 AI 기술을 활용해 1명이 처리하는 정도로 효율화된다는 의미이다. 보닥 외에 기타 보험플랫폼 사업자 역시 이러한 설계사의 '역할 변화'에 맞춘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금 보험 시장에는 이미 다양한 플랫폼이 등장해 저마다 강점을 내세워 사세를 확장하고 있다. 이처럼 급변하고 있는 환경 속에서 보험설계사는 자신에게 맞는 플랫폼을 찾아내고 그 플랫폼에 올라타야만 지속 가능한 영업을 할 수 있다. 단언컨대 이런 변화 시기를 놓친 보험설계사에게 미래는 없을 것이다.

김지태 마이리얼플랜 부사장 geetae@myrealpla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