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삼성과 LG의 갈린 투자 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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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과 LG의 반도체·디스플레이 투자 행보가 갈렸다. 삼성전자는 당초 올 하반기로 예상된 평택 P2 라인 설비 투자를 내년으로 연기했다. LG디스플레이는 파주 10.5세대 초대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라인에 3조원을 추가 투자한다고 밝혔다. 두 회사의 행보는 다르지만 불황을 극복하고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한 전략이라는 점에서는 일맥상통한다.

삼성전자의 투자 연기는 계속되는 반도체 시황 부진과 미-중 무역 갈등, 일본의 대 한국 수출 규제 조치에 따른 불확실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글로벌 D램과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섣부른 투자보다 내실을 다지는데 집중하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과감한 설비 투자는 어려운 시기지만 차세대 연구개발(R&D)과 인력 양성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는 업계의 목소리를 외면하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LG디스플레이의 10.5세대 OLED 추가 투자는 불황에도 선제 투자로 경쟁사를 압도하는 '초격차'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이 회사는 대형 TV 시장에서 OLED 경쟁력 확보에 총력을 기울여 왔다. 중국 시장을 비롯한 대형 OLED TV의 가능성을 현실을 만들기 위한 행보다. LG디스플레이는 이미 대형 액정표시장치(LCD) 시장에서 선제 투자를 통해 매출과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성공 경험이 있다. 이번에도 차세대 시장 선점 효과로 이어져야 한다.

우리나라 대표 주력 산업인 반도체·디스플레이 업계의 투자 행보는 우리 경제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중소·중견 협력업체들의 매출은 물론 관련 생태계를 뒷받침하는 기둥이기도 하다.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한 삼성과 LG의 투자 전략이 이번에도 주효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치밀한 전략과 시장 분석이 뒤따라야 한다. 정부도 일본의 대 한국 수출 규제 조치 등 불확실성을 제거하기 위한 외교 노력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기업들의 노력에 정부 지원이 뒷받침돼야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