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에 쫓기고 日에 채이고"…이중고 겪는 韓 디스플레이 해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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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강원도 휘닉스평창에서 개막한 제14회 디스플레이 국책사업 총괄워크숍에 참여한 산·학·연 전문가들이 발표를 경청하고 있다.
<24일 강원도 휘닉스평창에서 개막한 제14회 디스플레이 국책사업 총괄워크숍에 참여한 산·학·연 전문가들이 발표를 경청하고 있다.>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이 중국 정부의 막대한 '디스플레이 굴기' 투자로 추격당하는 가운데 최근 불거진 일본 정부 수출규제까지 겹치면서 이중고를 겪고 있다. 국가간 분쟁으로 시장 상황이 불확실한 상황인데다 중국이 여전히 과감한 투자 기조를 잇고 있어 위기와 우려의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이 같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해법을 모색하는 자리가 열렸다.

24일 강원도 휘닉스평창에서 개막한 '제14회 디스플레이 국책사업 총괄워크숍'에 참여한 산·학·연 전문가들은 그 어느 때보다 '초격차 기술 확보' '차세대 기술 선점' '생태계 경쟁력 강화' 중요성에 공감했다.

중국이 막대한 정부 자금을 무기로 빠르게 설비를 증설하면서 세계 선두인 한국 기업을 위협하는 기존 문제에 더해 일본 정부가 차세대 시장을 겨냥한 소재·부품 공급에 제동을 걸면서 국내 생태계가 얼마나 취약한지 정곡을 찔렸기 때문이다.

최영산 유안타증권 연구위원은 “중국 BOE가 액정표시장치(LCD)에 이어 중소형 OLED 생산능력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어서 삼성디스플레이·LG디스플레이의 이익과 점유율 확보가 불투명해지고 있다”며 “경쟁사가 추격하기 힘든 폴더블 기술의 시장 진입시기를 최대한 빠르게 앞당기기 위한 선제 투자와 퀀텀닷-유기발광다이오드(QD-OLED) 같은 차세대 대형 디스플레이 기술에 대한 더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형 TV 패널은 가격 인하 중심으로 경쟁하는 LCD보다 OLED에서 차별화 기술을 선점하는게 중장기로 더 중요해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윤수영 LG디스플레이 연구소장 전무는 “자유로운 디자인과 화질, 중국의 추격 등을 감안하면 이제 LCD는 한국에 가망이 없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라며 “프리미엄 시장에서의 성장성, TV 외에 다른 분야로 응용 가능성 등을 감안하면 빨리 OLED로 무게중심을 이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대형 OLED를 양산하는 LG디스플레이는 롤러블 TV, 투명 OLED, 자동차용 OLED 등으로 영역 확대를 시도하고 있다.

윤 전무는 “투명도 40%, 풀HD 해상도의 55인치 투명 OLED와 롤러블 TV 패널 생산을 시작했는데 아직 더 고도화해야 할 기술이 많다”며 “롤러블 패널도 아직 원활하게 대량 생산을 하는 것은 아니어서 더 많은 연구개발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최영산 연구위원은 “그나마 중국의 기술과 투자가 부족한 분야가 프리미엄 TV 시장”이라며 “이 분야에서 한국이 기술을 선점하고 선제 투자해서 가격 경쟁력을 갖춰야 중국의 추격에서 멀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행사에 참석한 업계 전문가들은 일본의 대 한국 수출규제를 취약한 소재·부품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 대학 교수는 “지난 십수년간 소재·부품 중요성을 외쳤지만 지금처럼 절실하게 우리 경쟁력이 취약함을 느꼈던 적이 있느냐”고 반문하며 “특정 국가 의존도가 높거나 미래 성장에 중요한 분야가 무엇인지 체계적으로 현황을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행사에 참석한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 추진하는 소재·부품·장비 국책과제들이 제대로 수행되지 않으면 중장기 한국 디스플레이 경쟁력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감과 책임감이 든다”며 “중국의 추격, 일본의 견제로 힘든데다 투자 기회도 줄어 기업 운영도 어렵지만 그만큼 연구개발로 어려움을 헤쳐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옥진 디스플레이 전문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