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BMW, 국내 최초 전기차 중고배터리로 만든 ESS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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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가 전기차 중고 배터리로 만든 에너지저장장치(ESS)를 국내 최초로 운영한다. 이 ESS는 다음달부터 전기차 공용 충전시설로 활용된다.

지금까지 전기차 배터리를 활용한 ESS 시범사업은 있었지만, 실제 사용자의 전기차 배터리가 공용시설로 운영되는 건 처음이다.

그동안 이론으로만 논의됐던 전기차 중고·폐 배터리 기반 전기차 후방산업(재사용사업)이 앞당겨질 것으로 기대된다.

BMW코리아가 8월 9일 제주에 오픈하는 개방형 충전소 e-고팡 충전 스테이션.
<BMW코리아가 8월 9일 제주에 오픈하는 개방형 충전소 e-고팡 충전 스테이션.>

25일 업계에 따르면 BMW코리아가 다음달 9일 제주 구좌읍 제주밭담테마공원에 'e-고팡 충전스테이션'를 오픈한다. 이 충전소는 BMW코리아가 전기차 i3 고객 10명을 대상으로 한 배터리 교환프로그램에서 수거한 폐배터리를 활용해 만든 대형 ESS다.

BMW코리아는 실제 최소 3년 이상 된 제주지역 전기차 유저 10명을 선정, 배터리 용량이 22㎾h인 구형 배터리를 신형 33㎾h(94Ah)로 무상 교체했다. ESS의 배터리 용량은 220㎾h(출력량250㎾)로 약 25가구(4인 가족 기준)가 하루동안 사용할 수 있는 전기에너지다.

BMW코리아가 8월 9일 제주에 오픈하는 개방형 충전소 e-고팡 충전 스테이션.
<BMW코리아가 8월 9일 제주에 오픈하는 개방형 충전소 e-고팡 충전 스테이션.>

'e-고팡 충전스테이션'에는 ESS에서 저장된 전기만을 이용해 급속(50㎾h급)충전기 3기와 완속충전기 5기를 운영하게 된다. ESS에 들어가는 전기는 국가 전력망을 통해 심야 시간 때뿐 아니라, 충전기를 사용하지 않을 때마다 수시로 충전하도록 설계됐다. BMW는 코리아는 전기차 보급 확대를 위해 시설을 무료로 개방할 방침이다.

ESS용 중고배터리는 삼성SDI가 공급한 각형 제품이다. KCSG가 배터리관리시스템(BMS)·전력변환장치(PCS) 등 시스템 구축과 설계를 맡았고, 충전기는 중앙제어의 제품이 활용됐다.

BMW코리아 관계자는 “e-고팡 충전스테이션'은 BMW의 친환경 이미지를 강화하는 한편, 중고배터리 재사용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마련됐다”며 “향후 배터리 교환 프로그램을 정식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는 이번 BMW사례가 전기차 중고·폐배터리 후방산업을 앞당기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전기차 배터리는 ESS용 배터리와 달리 안전성과 운영효율이 뛰어나다.

이 배터리는 차량용으로 개발돼 화재·염수·낙하 등 7개 환경 조건에서 안전성 시험을 통과했고, BMW 독자 정책에 따라 국제 배터리 안전규격(ECE R100)도 통과한 제품이다.

BMW코리아가 8월 9일 제주에 오픈하는 개방형 충전소 e-고팡 충전 스테이션
<BMW코리아가 8월 9일 제주에 오픈하는 개방형 충전소 e-고팡 충전 스테이션>

차량용으로 제작돼 ESS용 배터리보다 작게 만들어진 것도 장점이다. 이 때문에 기존 ESS용 배터리 보다 1/3 크기로 공간활용도가 뛰어나다. 이 ESS는 10피트 규모의 컨테이너로 제작돼 운반이 용이하다.

허은 KCSG 대표는 “전기차 중고배터리 수명 성능은 기존 새 배터리에 비해 70% 정도로 ESS용으로 충분한 성능을 지닌 것은 물론, 화재나 각종 사고 위험이 크게 적다”면서 “배터리 가격이 내려가는 추세인 만큼, 향후 2~3년 내 중고·폐배터리를 활용한 재사용 산업이 활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기차 배터리 교환 프로그램을 도입한 대표적 업체는 미국 테슬라와 일본 닛산이 있다. 닛산은 지난해부터 ESS와 무정전전원공급장치(UPS)·선박용 전원공급장치 등 10여 개 분야에 중고 배터리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테슬라는 자사 가정용 ESS 제품인 '파워월(Powerwall)'에 중고배터리를 사용한다. 현대·기아차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 기반의 신형 모델이 나오는 2020년 이후에나 배터리 교환 프로그램 도입이 가능할 전망이다.

박태준 자동차 전문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