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나비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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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나비효과

나비효과는 나비의 연약한 날갯짓이 날씨 변화를 일으키는 것처럼 미세한 변화나 작은 사건이 추후 예상하지 못한 엄청난 결과로 이어지는 것을 뜻한다. 과학이론에서 출발했지만 사회·경제·문화 현상 등을 설명하는 용어로 폭넓게 사용된다.

일본이 강제징용 배상 판결을 트집 잡아 우리 정부를 압박하기 위해 꺼내든 소재 수출 규제가 '긍정의 나비효과'를 일으키는 모습이다. 그동안 의존도 높은 일본 제품에 대한 탈피를 각인시키는 동시에 핵심 소재의 국산화 필요성을 깨우치게 해 준 것이다.

최근 국내 산업의 현장 기류가 확연히 달라진 것을 느낄 수 있다. “관심을 보이지 않던 수요처에서 먼저 샘플을 요청한다” “협력사 제품 모두를 검토한다”는 등의 이야기가 국내 소재업계에서 끊이지 않고 있다. 수출 규제가 시행된 지 약 4주밖에 안 됐지만 '탈 일본 기조'가 자리 잡는 분위기로 흐르고 있다.

삼성전자 서초사옥에 전시된 반도체 웨이퍼. <전자신문 DB>
<삼성전자 서초사옥에 전시된 반도체 웨이퍼. <전자신문 DB>>

이번 사태가 어떤 결론을 가져올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 업계는 위기 극복을 위해 비상체계를 가동하고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동분서주하고 있다. 오랫동안 쌓아 온 기술과 제품, 최상의 결과물로 형성된 지금의 글로벌 공급망을 단기간에 바꾸는 건 사실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분명한 건 '이대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사실이다. 한 번은 당했을지라도 두 번은 당하지 않겠다는 각오도 감지된다. 일본 정부는 자유무역 원칙과 글로벌 분업 체계를 스스로 훼손했다.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 업계가 일본산 소재를 과감히 버리거나 대체해도 그 원인과 책임은 온전히 일본에 있다.

윤건일 전자/부품 전문기자 benyun@etnews.com